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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시스템과 현실사이의 틈

by 담서제미

직업상담 현장에서 28년간 근무하는 동안, 나는 두 개의 다른 정체성을 가진 채 살아왔다. 처음 12년은 직업상담 공무직으로, 그 후 16년은 직업 상담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정년퇴직한 지금, 나는 그 모든 시간이 남긴 질문과 답을 되돌아보며 이 글을 쓴다.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은 사회적으로 안정성과 권위를 의미했다. 시스템의 규정에 맞춰야 하는 공무원으로 해야 할 역할과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상담원으로 해야 할 역할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틈이 존재했다.


상담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서류 한 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로 가득했다. 취업 실패로 자존감을 잃은 청년, 경력 단절로 불안에 떠는 중년 여성, 생계의 무게에 짓눌린 가장들. 이들의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정보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시스템은 종종 그런 복잡성을 간과했다. 정해진 규정과 절차, 보고서 작성과 성과 지표는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과 충돌하기도 했다. 내담자와 진심 어린 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숫자로 나타나는 결과일 때, 나는 종종 회의를 느꼈다.


그런데도 나를 지탱한 것은 직업상담이라는 일의 본질이었다. 직함이 무엇이든, 결국 내가 하는 일은 사람을 돕는 것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능성을 찾으며, 함께 울고 웃는 과정에서 나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생님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 한마디는 내가 누구인지 명확한 답이 되어주었다. 나는 공무원이자, 상담원이었다. 시스템 안에서 일했지만, 그 시스템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직업 상담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16년 동안, 나는 안정적인 지위를 얻었지만 내 마음이 변한 건 없었다. 오히려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시스템과 현실 사이의 틈이 나를 더 성장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순 속에서 고민했다. 그 고민을 통해 더 나은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정년퇴직 후 돌아보니, 그 틈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이 내 모든 게 아니었듯, 상담원이라는 역할도 전부는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했느냐였다.


28년간 직업상담 여정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이 바로 내 길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수많은 사람과 마주했다. 그들은 각자 사연과 상처를 품고 있는 작은 우주였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퇴직자부터 경력 단절 여성까지, 청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보여준 ‘일의 의미’는 나의 상담 인생을 채워준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다.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정체성, 자존감, 삶의 의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나 역시 직업상담이라는 일을 통해 성장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변화일지 몰라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그 순간들이 나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다.


퇴직 후 일 년이 지나 다시 되돌아보니 직업상담은 단순한 상담이 아닌, 사람의 삶을 함께 고민한 시간이었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 묻는다. “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 답은 아마도 이 글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 속에 있다. 그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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