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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별에서 1

진정한 명령은 스스로도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해

by 담서제미

장미가 있는 별을 떠난 어린 왕자의 여정을 따라나섰다.


그가 방문한 첫 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 별에는 황금빛 망토를 두른 왕이 앉아 있었다. 그는 명령을 좋아했다. 명령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 믿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 복종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어린 왕자의 모든 행동에 대해 명령했다. 열한 살 때는 이 왕은 왜 이러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그 명령의 공허함을 이해했다. 그는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었다.


리더란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왕은 단지 그것을 몰랐을 뿐이었다.


젊은 시절, 나도 이 왕처럼 그런 적이 있었다. 때로는 아이들이나 혹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라" "이렇게 해 주세요?" 나도 모르게 왕이 되길 꿈꾼 시절이 있었다.


내가 정한 원칙, 내가 세운 계획, 질서. 그것이 지켜질 때 안도했고, 무너질 땐 낙심했다. 나 자신을 다스릴 수 없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기를 원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다른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설득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었다.


왕이 어린 왕자에게 말했던 것처럼, "진정한 명령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 말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그동안 나는 합리적이라는 허울 쓴 채 얼마나 많은 감당 못할 약속을 하며 살아왔던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현명한 명령을 내리는 법은 배운다는 뜻이었다. '무리하지 말자' 해 놓고 밤을 새우고, '건강을 챙기자'하면서도 방치하고, '사랑하자'하면서도 상처 주는 말을 남겼던 세월 속에 살았다.


"명령을 내릴 땐,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하느니라. 권위란 무엇보다도 이성에 근거를 두는 법이니라. 네가 만일 네 백성들에게 바다에 빠져 죽으라고 명령을 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키리라. 짐이 복종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은 짐의 명령이 지당하기 때문이니라." 왕의 이 말이 내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이제 나는 안다.

나를 다스릴 수 없는 자는 결코 타인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나의 명령이 나를 설득할 수 없다면 그건 강요일 뿐이다. 스스로가 따르고 싶은 리더가 아니라면 왕좌는 그저 외로운 의자일 뿐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는 네 말에 설득당하고 있니?"

그 답이 "아니요"라면, 나는 아직 명령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어린 왕자는 그 왕에게 작별을 고했다. 예순이 된 나도 내 안의 오만하고 외로웠던 작은 왕을 떠나보낸다.


진정한 권위란 높은 지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자신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목요일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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