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서도 괜찮아
나는 가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본다. 학생 때는 여름, 겨울 방학이 있었고, 아프면 학교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학원은 원하면 가지 않을 수 있는 **'선택할 수 있는 쉼'**이 있었다. 물론 나는 학원을 빠지지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내 의지대로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20살,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비슷했다. 방학이 있었고, 나를 위한 시간도 있었다. 수업을 빠짐없이 들으려 노력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낼 수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그 자유로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쉼 없는 첫 사회생활
23살, 처음 직장을 얻었다. 사회생활은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하루 종일 긴장된 마음으로 일을 배우고, 나의 몫을 책임져야 했다. 그 첫 직장에서 4년을 보냈다. 물론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그리고 27살, 나는 이직을 했고, 그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결혼과 출산은 나에게 인생의 또 다른 챕터였다. 결혼 전까지는 늘 일과 나 자신이 중심이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29살, 첫째를 낳은 뒤 나는 육아에 전념했고, 곧 둘째까지 낳으며 본격적인 육아의 길로 들어섰다.
6년의 육아휴직, 쉼 없는 시간
많은 사람이 육아휴직을 '쉬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단 한순간도 쉬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직장에서 일할 때보다 더 바쁘고 더 지치는 나날이었다. 아이가 울면 달래야 했고, 이유식을 준비하고, 잠들기 전까지 하루 종일 아이 곁에 있어야 했다. 내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가 어릴 때는 하루가 정말 전쟁 같았다. 밥을 먹고 나면 치워야 했고, 기저귀를 갈아야 했으며,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면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나를 깨웠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가고, 또 1년이 흘렀다.
6년의 육아휴직은 나에게 단 한순간도 '멈춤'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달리고 또 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을 뿐이다.
다시 찾은 일상, 그리고 변화
다시 복직을 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랜만에 직장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동시에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많이 컸다. 여전히 나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3~4살 이전에 비하면 훨씬 수월해졌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는 조금씩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 삶은 바쁘다. 회사, 집, 아이들, 남편… 어느 하나 가볍게 다가오는 게 없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나는 지금 완전히 **'가득 찬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원래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책을 읽거나, 하루 종일 영화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행복이었다. 혼자서 쇼핑을 다니는 것도 나만의 힐링이었다. 때로는 은둔자처럼 혼자만의 세계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남편 덕분에 나는 밖에서 활동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매주 여행을 다니는 활동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늘 새로운 경험이었고, 또 다른 의미의 행복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그립다. 남편을 만나기 전 홀로 지낼 때 느꼈던 텅 빈 마음이 다시 찾아올까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남편 덕분에 그 공허함이 채워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나만의 시간'**을 향한 갈증이 남아 있다.
교통사고 이후, 간절해진 마음
최근 교통사고는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이제는 오롯이 내 몸을 돌보고 치료에 집중하며,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한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보며 드라마나 영화만 보고 싶다. 또 내가 하고 싶을 때 운동을 하고, 가고 싶을 때 혼자 쇼핑을 다니며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여러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며 느끼는 충만함과 바쁨, 그리고 동시에 찾아오는 나만의 시간을 향한 갈망. 이 두 가지가 뒤섞이며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고, 또다시 마음을 다잡게 만들기도 한다.
오늘의 결심
오늘 이렇게 글로 써 내려가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 인생은 늘 쉼 없이 달려왔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성장했고, 사랑을 받았고, 또 사랑을 주며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바쁘고 지치지만, 동시에 가득 찬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들도 점점 자라나고 있고, 나의 부재가 예전만큼 큰 빈자리를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잠깐의 반신욕, 하루 종일 영화 보는 시간, 혼자만의 쇼핑… 그런 순간들이 내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의 결심은 이렇다.
"나는 여전히 엄마이자 아내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쉼 없는 길을 걸어온 지난 시간을 안아주고, 앞으로는 작은 쉼이라도 놓치지 않고 잡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