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새벽 산책

내복 차림으로 나선 새벽길

by 끼리끼리

선물 같은 새벽 산책

피곤한 하루가 저물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 밥을 먹이고 씻기고,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덧 밤 9시. 온몸이 천근만근 같아 아이들에게 책 두 권을 읽어주다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너무 일찍 잠든 탓인지, 새벽 5시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다시 눈을 감아보려 애썼지만 몸은 뒤척이기만 할 뿐 잠이 오질 않았죠. 결국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운동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어난 소리에 아이들도 덩달아 깨고 말았네요. 솔직히 혼자만의 시간을 꿈꿨지만, 아이들이 깬 걸 보니 살짝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제안했습니다.


"우리 같이 산책 갈까?"


예상치 못한 제안에 아이들 눈이 반짝였습니다. 환한 미소로 좋다고 외치는 아이들과 함께 내복 차림 그대로 집을 나섰습니다.


내복 차림으로 나선 새벽길

새벽 공기는 상쾌하면서도 꽤 쌀쌀했습니다. 첫째는 춥다며 몸을 잔뜩 웅크리더니, 5분쯤 지나자 덥다고 투덜거립니다. 아이들은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신이 났습니다. 내복 차림으로 해맑게 웃고 뛰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죠.


저는 그저 숨 고르듯 걸었는데, 짧은 발걸음으로 쫓아오던 아이들이 이내 지쳐 보였습니다. 첫째는 물을 찾고, 둘째는 다리가 아프다며 투정을 부리더군요. '괜히 데리고 나왔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내 작은 제안으로 아이들의 투정을 잠재웠습니다.


"우리 편의점 가서 먹고 싶은 거 하나씩 사자!"


이 말에 아이들은 다시 힘을 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자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침에 먹을 걸로 사자"고 하자, 아이들은 사이좋게 각자 취향이 담긴 삼각김밥을 골랐습니다. 25분 남짓한 짧은 산책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한 시간이 넘는 긴 여정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그래도 그 시간 동안 우리 셋은 함께 호흡하고 웃었습니다.


여전히 난장판이지만, 따뜻한 아침

집에 돌아오자 다시 분주한 아침이 시작됐습니다. 아이들 씻기고 머리 말리고, 아침밥 챙기다 보면 출근 준비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죠. 거실은 여전히 어질러져 있었지만, 제 마음만은 왠지 모르게 따뜻했습니다.


만보기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걸음 수가 찍혀 있었고, 그 숫자를 보니 괜스레 뿌듯했습니다.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아이들과 특별한 추억 하나가 더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오늘을 남기며

짧았지만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늘 혼자 하던 새벽 운동을 아이들과 함께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죠. 아이들은 "다시는 안 나갈래"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내복 차림으로 새벽길을 뛰던 그 순간은 아이들 마음속에도 따뜻하게 남을 거라 믿습니다.


저 역시 일상에 쫓겨 잠시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힘들고 정신없는 하루 속에서도 잠시의 여유와 웃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요.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조금 더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당신에게도 이 글이 작은 위로와 따뜻함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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