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홀로 책을 읽다가 전화를 받고 예정에 없던 약속을 가까운 장소에서 새로운 조합의 친구들을 만난다. 우연의 일치로 인해 인연의 시작과 끝을 맛보게 된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 듯 대화의 끈을 양쪽에서 잡아당기기 전 간단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산책의 주제로 시작해 해당 행동의 대한 의문점이 떠오른다. 걸음을 위한 걸음 속 일상 속의 환경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눈을 뜨고 생활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눈만 뜨고 생활을 한다. 앞에 장애물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 가능성을 보유하지만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우리는 배우지 않는다. 걸음을 위한 걸음 속 잠재워져 있던 기술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방 안에 갇혀 생각 속에 익사한다. 생각의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무의 존재 이상으로 자리를 차지한다. 점심으로 무슨 음식을 섭취할지에 대한 고민과 남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찰. 모든 고민들이 차곡차곡 쌓여 문이 없는 방에 위치한 남자는 빠르게 지친다. 발을 디딜 공간이 부족해 생각을 멈추지만 무의식의 세계 속 의도는 무용지물이다. 생각을 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어려움은 끝이 없다. 언제나 움직이는 우리는 절제를 통해 가만히 있는 연습이 시급하다. 목표가 없는 걸음을 통해 생각이 정리되고 쌓여가던 공간의 적을 하나 둘 불태운다. 바람에 타 날아가는 재들은 우리의 기억과 고민이 들어있다.
‘제주도에서 한 달 정도 살고 싶다’. 김포공항에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섬에 대한 로망. 가까운 거리에 비해서 내려놓기 너무나도 무겁고 버거운 일상. 실천을 통해 로망은 현실화된다. 여자 친구랑 같이 떠난다. 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는 도중 설레는 마음에 일상에 색깔이 더해진다. 흑백의 환경 속 색감이 뚜렷한 연인의 행보. 도시에서 멀어져 섬의 시골에 낙하. 밤에 따뜻하게 옷을 입고 맥주 한 캔씩 손에 쥐며 천장을 본다. 지구의 천장에는 밝기 조절을 실패한 별들이 떨어진다. 눈이 부셔 눈물이 난다. 행복이라는 순간 속 감정은 나의 일부가 되어 느낌을 초월한다. 옆에 있는 친구와 들릴지 않는 소음. 스쿠터를 빌려 섬의 곳곳을 파헤친다. 남자의 손이 여자의 허리를 두르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눈을 강타해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린다. 새벽에 일어나 섬의 명소인 한라산을 등반한다. 산 위에서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을 줄이야. 경치와 풍경은 뒷전이지만 그 맛은 라면 수프와 아름다움이 더해져 조미료의 미를 뛰어넘는다. 행복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 자연스러움. 연리지의 의도와 멀리 나무 두 그루의 자연스러움. 과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
대화의 벽이 존재한다. 세 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 속 일상의 소음은 차단되고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작품이 아니다. 루브르 박물관과 콜로세움은 인간의 작품이다. 하지만 식당 속 대화의 벽이 만들어낸 하나의 공간은 자연의 작품이다. 개나리는 목적을 가지고 매일 같이 숨을 쉬며 줄기를 팽창하지 않는다. 대화의 벽은 경계선을 만들고 줄다리기로 시작되었던 시합은 어느새 서로의 중심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이상한 나라 속 앨리스 마냥 이야기의 끝에 정적이 흐른다. 자아 성찰. 부끄러움. 부러움. 낭만. 아름다움. 현실과의 이질감은 특별한 경험이며 토끼 굴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 앞으로의 여정을 기대하며 대화의 벽을 통과해 일상으로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