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부터 시작해 봅시다. "재활의학과가 뭐 하는 과에요?" 간결하고 명확하게 대답하기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대한재활의학회에서 출판된 재활의학 교과서에 재활의학을 정의한 문장이 있어 우선 그대로 가져오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활의학(rehabilitation medicine)이란 각종 질병 및 사고로 인하여 장애가 생긴 사람으로 하여금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대한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능력과 잠재적 능력을 발달시켜 가능한 한 정상에 가까운 또는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의학 분야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외국 교과서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도 한 번 볼까요. Delisa's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6th edition)의 서문은 이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The field of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focuses on the restoration of health and function and reintegration of the patient into the community." 처음부터 딱딱한 문장들이 연달아 나와 약간은 지루하지만, '장애'가 무엇인지도 한 번쯤은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장애(disability)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impairment)으로 인하여 일상적인 생활에 있어 제약을 받는 것"이라고 교과서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를 종합하자면, 어떠한 원인(질병이나 사고)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긴 사람이 가능한 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는 과가 재활의학과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전에 말씀드렸듯, 재활의학과 하면 근골격계&통증 재활 정도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외에도 더 많은 세부분과가 포함되어 있는데, 서적마다 분류 기준이 약간은 상이하기는 하나 대체로는 다음과 같이 분류가 가능합니다. "뇌신경재활/척수재활/근전도전기진단의학/심장호흡재활/의지보조기학/노인재활/소아재활/통증근골격재활/암재활" 등입니다. 정말 많죠? 치료 또한 다양한데요, 흔히들 말하는 운동치료/물리치료 이외에도 "작업치료/인지재활치료/언어치료/연하재활" 등이 치료 기법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위의 모든 분야들을 지금 다 언급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기 때문에, 추후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드릴 때 같이 설명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점은, 어떠한 환자가 단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만 속하는 것은 아니고, 한 환자에게 여러 가지 문제가 혼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뇌졸중 이후 편마비가 생긴 환자에게 뇌신경재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거죠. 그런 환자분이 뇌졸중과 관련되어서 혹은 관련되지 않더라도 심혈관계의 문제나 통증질환이 공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재활의학과는 한 환자를 보더라도 최대한 모든 부분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재활의학과에 대해서 매력을 느낀 부분인 것 같아요.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다음 글에 바로 앞서 말씀드린 재활의학과의 포괄적인 성격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었지만 그만큼 힘든 점도 많았던 부분이었거든요. 초반에는 너무 강박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모든 것을 세세하게 본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저희의 역할이 바로 그런 점에 있는 것이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 이어서 말씀드릴게요.
{Reference}
대한재활의학회, 군자출판사, 2020
Walter R. Frontera, et al, Lippincott Williams&Wilkins, 2019, Delisa's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6th edition (Principles and Pract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