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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Dec 20. 2021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되기

- 장터와 빨래방을 통한 경제 교육



유대인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 내에서 경제교육을 철저히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껏 가족끼리 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자라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한 달에 얼마를 벌어 오시는지, 그리고 생활비가 얼마가 드는지, 내가 다니는 학원비는 얼마인지 등 전혀 모르고 자랐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지금 사는 집의 집값, 아버지의 월급 등에 대해 빠삭하다. 물론 아이들이 잘 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만큼 우리 삶에 있어서 돈, 나아가 경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유대인처럼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경제 교육을 반드시 가정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대인이 걸어온 역사를 돌이켜보면 늘 박해와 멸시를 받아 왔고 사유재산 또한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떠돌아다니면서 자연스레 상업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배경이 있다. 유대인은 즉 생존을 위해 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많은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받고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비결이 어려서부터 행해온 가정교육에 있지 않을까?


우리 집도 하브루타를 실천하면서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경제를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유대인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불로소득은 없다’고 가르치며 아이에게 스스로 노력해서 용돈을 벌게 하고 관리하도록 교육을 한다. 그만큼 우리 삶에 밀접한 것이 ‘돈’이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물론 유대인 교육을 다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가정에 맞게 지금까지 우리는 유대인 교육을 적용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스스로 사업을 직접 운영해보길 바란다. 내가 빨래방을 운영하면서 경제에 대해 눈을 떴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유 없이 용돈을 주지 않았고 노동의 대가로 받은 용돈으로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사게 했다. 그리고 정말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자기 돈은 자기가 관리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부 통에 기부를 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장터에 나가서 물건을 팔았다. 아이들은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가서 돗자리에 펼쳐 놓고 본인이 정한 물건 값을 종이에 적어서 판매를 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했지만 내가 옆에서 경쟁하듯 큰소리로 내 물건을 파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아이들도 열심히 팔았다. 여기서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고파는 동안 흥정을 하게 되는데 그때 ‘협상의 기술’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 협상에 능한 유대인은 이렇게 장사 체험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협상의 기술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장터에서 아이들이 협상 테이블에 자연스레 앉을 수 있는 경험을 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장터가 열리지 않아 참으로 아쉽다.

빨래방을 열 때도 우리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 하브루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빨래방 오픈 전 프랜차이즈와의 미팅 자리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으며 처음 매장을 계약할 때에도 함께 갔다.


“얘들아, 우리가 이곳에서 빨래방을 열거야. 어떻게 하면 많은 손님들이 우리 빨래방을 찾아올 수 있을지 너네들도 같이 생각해줄래?”


아이들은 빨래방 사업에 적극 동참했다. 빨래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돈이 필요하고 얼마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으며 한 달에 얼마의 이자를 내야 하는지, 모두 아이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한 달 매출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며 하루에 손님이 몇 명 정도 와야 좋은지 등을 함께 생각했다. 어려운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하브루타를 오래 해온 우리 가족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모두가 자기 일처럼 진지하게 임한다. 빨래방을 오픈하기 전 다 같이 하루 종일 전단지를 붙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빌라를 걸어 올라가서 위에서부터 내려오면서 각 집마다 전단지를 붙였다. 한 바퀴 돌고 나왔을 때 우리 빨래방 전단지가 쓰레기통에 쳐 박혀 있는 장면을 보고 아이들도 같이 속상해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붙이다 보니 사고도 있었다. 전단지를 붙인 다음 날, 전화가 울렸다.


“아니, 페인트칠하자마자 스카치테이프로 전단지를 붙이고 가셔서 페인트가 벗겨졌잖아요!”


아마 초인종 쪽에 붙이라고 한 전단지를 아이들이 벽에 붙였던 것 같다. 다음날 우리는 주스 한 박스를 들고 가서 연신 사과를 했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 또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인 나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가끔 아이들도 빨래방 청소를 하러 같이 간다. 아이들도 바닥을 쓸고 매장 앞 쓰레기를 줍는다. 그리고 빨래방 현금을 수금하고 오는 날이면 아이들이 현금을 세기도 한다. 많이 번 날은 함께 기뻐하고 적게 번 날은 함께 속상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CCTV도 같이 보면서 “엄마,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기쁘다!”라고 누구보다도 기뻐한다.


꼭 이렇게까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이 돈을 어떻게 벌어오는지 잘 모르고 또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 또한 그랬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과연 부모님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까? 부모님이 어떻게 돈을 벌어서 우리 가정이 유지되는지 알아야 아이들이 부모님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경제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야 훗날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이러한 건전한 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랐다. 삶과 직결되는 ‘돈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하고 내가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처음 공부한 셈이다. 나는 아이들이 커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를 모르고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런 세상이다. 절대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경제교육을 반드시 가정 내에서 가르쳐야 한다. 물론 나도 경제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랐지만 지금부터라도 아이들과 함께 경제공부를 하면서 성장하고 싶다. 유대인처럼 어려서부터 돈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돈이 만들어내는 힘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 자립할 수 있길 바란다.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으로 사는 우리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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