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외도를 하고 다시 브런치로 돌아오다
나는 지금껏 멀티 태스킹에 능하다고 생각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나를 보고 지인들은 자주 그런 말을 했고, 나 또한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아님을, 나는 멀티 태스킹에 능하지 않음을 블로그 글쓰기와 브런치 글쓰기를 하며 깨달았다.
작년까지 나는 매주 월요일, 일주일에 한 번 (나 혼자) 브런치데이로 정한 후 브런치 글을 발행해 왔다. 물론 퐁당퐁당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쉰 적은 처음인 것 같다. 한번 브런치 글을 안 쓰기 시작하니, 브런치 앱을 여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독, 알림 중이던 다른 작가님의 새 글을 알리는 알림마저 나의 마음을 한 없이 더 무겁게 만들었다. 급기야 핸드폰의 설정에 들어가 브런치의 알림을 꺼 버렸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블로그 글쓰기였다. 몇 달 전부터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겠다는 나 혼자만의 약속을 지켜내느라, 잠시 브런치를 등한시하고 블로그 글쓰기에 전념했다. 몇 년 만난 남자친구와 달리, 새로 만난 남자친구는 흥미롭듯, 나는 블로그 글쓰기가 재미있었다. 매일 글을 올리며 검색 상단에 올라가는 재미도 쏠쏠했고, 방문자 수가 50을 넘고 100을 넘기 시작하면서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의짇도 불타올랐다. 그렇게 나는 매일 블로그 쓰기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몇 달 블로그 글쓰기를 하다 보니 마치 옛 남자 친구가 문득문득 떠오르듯, 브런치가 문득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몇 달 만에 브런치 앱을 열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통계였다. 글을 몇 달 쓰지 않아서 방문하는 사람은 0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조회수가 1000을 돌파한 글도 몇 개 있었다. 감사하게도 주인장 없는 집에 왔다 간 흔적이라도 남겨주신 분들이 계셨다. 그러다 오랜만에 내가 쓴 글들과 댓글들을 쭈욱 읽어 보았다.
확실히 블로그의 글과 브런치의 글은 결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블로그에는 왜인지… 너무 감성적이거나 개인적인 생각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정보 전달을 위한 포스팅이 늘어나고, 어떠한 나만의 노하우나 그림 작업에 대한 소개만 올리게 된다. 나의 생각을 물 흐르듯,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 내려 가는 글을 쓸 일이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문득문득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 뭔가 뱉어내지 못하는 답답함. 그런데 사실 일부러 뱉어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요 몇 달 동안 굉장히 정서적으로 불안했다. 아무에게도 티를 못 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폭발했다. 어쩌면 내 정서적 불안을 남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또는 그러한 나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 싫어서 브런치 글을 안 썼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다시 브런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조금은 상태가 나아졌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라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도 아니다. 그리고 내 글이 대단히 수려한 문학작품도 아닐뿐더러, 대단한 배울 점이 많은 자기 개발서와도 거리가 멀다. 그냥 한 인간의 끄적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그동안 나의 글을 읽어 주었고 여전히 좋아요를 눌러 주시며 그중에는 구독도 눌러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이 잔잔한 따뜻함이 나로 하여금 다시 브런치로 돌아오게 해 주었다. 내 이야기가 궁금하진 않겠지만… 나라는 사람이 궁금한 것도 아니겠지만… 나의 이 하찮은 브런치 글 하나로, 내가 받았던 잔잔한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림을 통해, 그림책을 통해 이 세상을 따뜻하게 밝히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다시 쓰는 119번째 브런치 글은 다시 매주 브런치 글을 써야겠다는 나의 작은 다짐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나로 인해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어야겠다. 새로운 마음으로 120번째 브런치부터 다시 발행해야겠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 사실 나는 그동안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나온 나의 경험을 통한 깨달음을 조금이나마 글로 기록해 두고, 혹시나 나의 작은 경험의 조각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되고, 세상을 잘 살고 있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블로그도 그만 두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매일 쓰기 보다 1주일에 3번 포스팅을 하고 나머지는 브러치 데이에 글을 쓰는 것에 할애해야겠다. 균형 잡힌 삶, 바로 그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한동안 블로그에 빠져서 브런치를 멀리했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블로그에 빠져보았기 때문에 블로그의 좋은 점도 깨달을 수 있었고 브런치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잘 부탁해, 브런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