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아주미의 페어 도전기

2025 케일페 2번째 참가 후기

by Gaemi


또 1살 나이 들었음을 뼈저리게 느낀 날. 이제 마흔 더하기 1년, 고작 1년인데 더 산 티가 몸에서부터 나는가 보다. 분명 작년 이맘 때도 4일에 걸쳐 페어에 참가했지만, 작년과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작년 2월에 이어 올해에도 2025 케이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가했다. 작년에는 동료 작가가 혼자 페어를 무작정 신청한 후, “개미님, 같이 페어 안 나갈래요?”라는 선 결재, 후 참석한 케이스였다. 얼떨결에 페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갔던 첫 해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작년에 같이 나간 두 명의 동료작가와 함께 페어에 참가하게 되었다.

아, 정말 힘들어. 다신 안 해!

라며 작년 페어 마지막 날, 우리 세 작가는 분명 말했다. 하지만 몇 달 후, 다음 페어의 사전 참가 신청을 받는다는 알림을 받고는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참가 신청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작년이나 올해나 페어는 달라진 것이 없다. 목, 금, 토, 일 4일간의 페어 기간, 그리고 수요일에는 사전 설치. 참가하는 작가들에게는 총 5일에 걸쳐 페어를 치르는 셈이다. 그런데 올해는 페어가 끝난 다음 날인 월요일부터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마치 1주일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 온몸을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목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몸의 모든 피로가 다 빠져나가고 원래대로의 내 몸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페어에 다니다 보면 보통 작가들의 연령대가 20대에서 30대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작가들은 팬층도 두텁다. 그리고 SNS활동도 활발히 잘해서 1만 팔로워는 기본이다. 그러한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40대 아주미 작가를 찾기란 쉽진 않다. (그래도 가끔 있다, 우리처럼 40대 작가들!) 낭랑하고 고음의 아리따운 목소리들 사이에서, 우리는 중저음으로 아주 수줍게 외친다.

구경하다 가세요~

우리 부스 앞에는 다른 부스처럼 줄을 서는 일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힘들면 의자에 앉아서 쉰다. (ㅎㅎㅎ) 페어도 두 번째 하다 보니 요령이라는 것이 생긴다. 첫 페어 때는 무조건 사람들에게 인스타 팔로우를 해달라고 소리 질러 모았는데, 결국 페어가 끝나면서 팔로워 취소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막 나서서 인스타 팔로우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눈치껏 손님이 없으면 의자에 앉아서 세 작가가 도란도란 수다를 떤다. 자식 이야기, 돈 버는 이야기, 나의 작업 이야기 등등. 그러다 어쩌다 지나가는 손님이 우리 그림과 굿즈에 관심 가져주시면 그때 쓰윽 일어나서 눈치를 본다. 아주미들이라 할지라도 MZ손님에게 막 다가가지 않는다. 정말 우리를 필요로 하는 타이밍이 언젠인지 곁눈질로 살필 뿐!


이렇게 요령껏 4일 동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이렇게 힘들 줄 꿈에도 몰랐다. 물론 이번 페어 때, 나는 학원 수업을 병행하며 해서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아침 8시에 수업을 하고 페어로 출근했고, 어느 날은 6시에 문 닫고 8시 수업을 간 후 밤 10시에 끝이 나서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페어 당시에는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사실 즐겁기만 했다. 우리 세 작가는 페어 때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기보다는 그냥 셋이 함께 4일 동안 부스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페어를 혼자 나가면 더 편한 것도 있을 것이다. 세팅도 내 마음대로, 부스 디자인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 페이스대로 다 하면 된다. 하지만 한 부스를 세 작가가 나눠서 하다 보면 금방 결정할 일도 한참 걸려 결정하게 되면서 지연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리고 페어가 끝나고 나서도 세 작가의 굿즈를 정산하는 일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페어는 ‘당연히’ 늘 같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여러 단점보다도 장점이 더 많아서 일 것이다.


세 작가가 결이 맞아서 서로의 주장도 막 고집스럽게 내세우지도 않는다. 누구 한 명 주장이 센 사람이 없다. 그리고 세 작가 모두 페어에서 큰돈을 벌 생각이 없다. 그냥 페어는 손님과 마주하는, 손님의 반응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그린 그림의 반응은 어떨까? 내가 만든 굿즈는 팔릴 만한 것일까? 작가라면 당연히 갖는 궁금증인데, 이 궁금증이 페어를 통해 해소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내 굿즈를 팔려고 나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 팔려서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 시간을 즐기기만 한다. 이러한 점이 페어를 함께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1년에 1번, 우리는 암묵적으로 페어에 참가한다. 1인당 부스비용만 30만 원. 각자 굿즈를 제작하는 비용과 함께 페어에 있을 동안 먹고 마실 것들, 그리고 교통비. 그리고 매일 페어 문을 닫고 작가님들과의 저녁식사 등. 적지 않은 비용이 4일 동안 발생한다. 심지어 올해는 페어 시작 전날, 전시장 앞에 호텔을 잡아 1박을 함께 했기 때문에 지출이 조금 더 있었다. 사실 페어 준비하면서 세 작가가 실제로 만나지 않고 카톡으로만 대화해서 조금 아쉬웠다. 파이팅을 외치기 위해서라도 전날 함께 찐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나의 제안에 감사하게도 두 작가님이 응해주셔서 우리는 소풍 가는 마음으로 1박을 함께 했다. 우리 아주미들에게는 일단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우 스페셜한 이벤트이다. 나에게도 그랬다. 게다가 호텔이라니! 물론 호텔방에 들어온 것은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설치를 다 끝내고 저녁거리를 사서 오니 8시가 훌쩍 넘었고 모두가 녹초인 상태였다.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써야 할 굿즈를 셋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준비를 하고 잠을 잤다.

이렇게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 페어. 비록 작년에 비해 총매출은 20만 원이 줄었지만 벌써부터 우리는 내년에는 이렇게 하자, 라며 계획을 세우기 바쁘다. 다른 작가님들도 작년에 비해 회복이 느리다고, 우리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푸념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내년 페어의 사전 참가 신청을 이미 마쳤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든데도 페어에 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1년에 30만 원(부스 비용)이라는 비용을 내고 인생 경험을 산다고 생각한다. 1년에 30만 원이면 한 달에 2만 5천 원 꼴이다. 한 달에 2만 5천 원을 내고 나는 성장 비용, 경험 비용을 내는 셈이다. 페어라도 나가니까, 어떻게든 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또 어떤 굿즈를 만들면 좋을까, 시장 조사도 하게 되고 새로 만들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페어 기간 동안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보며 느끼는 바가 크다. 그리고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돈 버는 것이 어려운 만큼 돈 쓰는 것도 더 신중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올해는 굿즈를 조금 덜 만들고 내가 평소에 열심히 해온 크로키로 페어에 참가하게 되었다. 아무리 매일 그렸다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크로키를 그린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페어에서 나는 그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 크로키는 돈을 주고 그릴 그림인지? 페어 내내 스스로 질문했다.

이렇듯 페어는 30만 원보다 더 많은 값어치를 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작가님은 팔리지 않아서 속상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 작가님보다 더 팔리지 않았다. 가지고 간 굿즈를 거의 그대로 다시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어 참가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나가고 싶다. 비록 돈을 벌지도 못하고 마이너스일지라도 말이다. 돈은 다른 데서 더 벌면 된다. 페어를 나가지 않았더라면 난 어쩌면 작년과 또 똑같은 올해를 보내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회복하는데 며칠이 걸릴지라도, 통장이 텅텅 털릴지라도 페어에 나이제한만 생기지 않는 한 나는 쭈욱 참가하고 싶다. 이 나이에도 페어에 참가할 수 있어!라는 본보기를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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