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중 입시에 대한 기록_2
첫 째가 초등학교 입학 전, 우리는 대치동 전세에서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 당시에는 ‘언제까지 전세로 살 수는 없지!’라는 생각으로 ‘지금이야 말로 집을 사야 할 때야!’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금액대에 맞춰서 집을 구했다. 물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환경’이었다.
물론 여기서 ‘환경’은 남들이 생각하는 그러한 ‘환경’이 아니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대치동으로 입성을 한다. 나도 물론 대치키즈로 자랐지만, 나는 대치동 학원가가 막 생겨날 때 그냥 ‘우연히’ 부모님이 그곳에 터를 잡았을 뿐, 대치동이라서 입성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가 생각한 ‘환경’이라는 것은 자연과 가까우면서 유해환경이 없는 곳. 그래서인지, 이 동네 아이들은 참 순수한 것 같다.
학원가가 즐비한 대치동. 그리고 평일이나 주말이나 길거리에 큰 가방, 트롱크를 들고 학원으로 가는 아이들. 그리고 1층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엄마들. 나는 이러한 곳에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탈 대치를 했는데… 딸 때문에 다시 대치동으로 라이딩을 하고 있을 줄이야.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우리 집에서 대치동까지는 버스를 타면 약 30분에서 막히면 40분. 그리고 자차로 가면 빠르면 20분, 막힐 때는 30분 정도의 거리이다. 길도 평탄해서 운전도 어렵지는 않다. 처음에 대치동 학원을 다닐 때만 해도, ‘뭐 이 정도쯤이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같이 보내는 엄마와 라이딩을 나눠서 하니, 그나마 라이딩 부담이 덜하다. 혼자였으면 나는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대치동 학원가를 다니다 보니 참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대치동은 여전했다. 1초라도 아껴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려는, 길가에 깜빡이를 켜고 대기 중인 차량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뽑아내려고 하는, 상술이 뻔히 보이는 학원들. 아, 난 이 광경이 너무 싫어서 나왔었는데 다시 이 사교육 일번지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씁쓸했고 나 자신이 싫었다.
하교 후 학원을 갈 때는 대치동의 풍경도 다른 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교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거나, 또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행하고 있는 아이들. 하지만 밤 10시의 풍경은 다르다. 라떼는 밤 10시 넘어서도 학원이 허용되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10시 통금 시간이 생겨서인지, 대치동의 10시 도로 상황은 진풍경을 이룬다. 인도에 붙은 차선에는 깜빡이를 킨 차량들이 서 있고, 심지어 단속이 심해서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그 주변을 빙빙 돈다. 아이와 만나려면 007 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한다. 대치동에 사는 동생 말로는 ‘한 달에 몇 십만 원 도로에 버리는 엄마들이 허다하다 ‘고 한다. 그만큼 라이딩하다가 벌금 맞는 일은 대치동에서는 그냥 흔한 일이라고 한다.
10시 하원 라이딩은 갈 때는 밤공기 마시며, 마치 공식적인 나의 밤마실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라이딩이 아니라면 이 시간에 내가 드라이브(?) 할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제 대치동에 도착하면서부터는 그 마음이 싹 가신다. 다행히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대치동의 매인 스트리트는 아니라서 그렇게 차량 전쟁이 심하지는 않다. 그래서 눈치껏 차를 움직이면서 단속을 피하고 아이들을 태우고 온다. 신기하게도 딱 대치동만 벗어나면 한적한 그냥 도시 풍경이다. 지인이 롯데타워에서 밤 10시에 대치동 쪽 도로를 봤는데 장관이었다고 한다. 다른 데는 다 깜깜한데, 대치동만 깜빡이 차량으로 무슨 공연을 하는 것 같았다나.
그래도 지금이 낫다. 지금은 주 3일만 라이딩을 하면 되는데, 이제 입시 1년을 남긴 10월부터는 주 6일을 라이딩을 해야 한다. 이것은 무슨 일인가. 예전에 형님이 딸 무용학원을 보내는데 카카오택시를 불러 보내고 배민으로 저녁을 시켜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카가 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왠지 곧 나에게도 그러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이렇게 까지 해서 예중을 보내야 하나, 또다시 한숨이 나온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기 위해 참 오랫동안 책육아를 했고 하브루타를 집에서 해 왔다. 물론 우리가 해온 것들이 수치상으로, 또는 성적으로 증명되진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큰 아이가 중학교 가면서 조금씩 보이는 것들이 있다. 책을 오래 읽어서인지 문해력이 좋고 하브루타를 해서인지 자기 생각도 뚜렷하고 또한 자기 주도 학습이 된다. 학원을 잘 다니지 않아서, 주입식 교육보다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갖춰져 있다. 중학생이 되니 그러한 작은 습관들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게 둘째 딸도 자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주 6일을 그림만 그린다? 책도 읽을 시간도 없고 스스로 공부할 시간도 없이? 과연 이렇게 해서 예중을 가고 예고를 가서 미대를 가면… 이 아이의 미래는 어떨까? 물론 내가 절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딸을 믿어줘야겠지? 수많은 예중, 예고 입시를 미룬 엄마들이 하는 조언들. 그냥 엄마는 응원만 해주라고. 이게 말이 쉽지. 응원만 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 아니다. 내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하는 것이 아마 이 ‘금액’이겠지. 라이딩? 그까짓 거, 못할 게 뭐 있어. 늘 돈이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