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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Oct 31. 2022

우리 모두 다 '선생님'

한 번쯤은 '선생님'이 되어 보자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지난달에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가르치게 되었다. 사실 망설였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제안을 받아 시작한 일이었기에 나는 고민하였다. 진정 내가 가르칠 수 있을까? 내가 가르칠 것이 있을까? 고민 끝에 도전을 했고 무사히 마쳤다. 



 나는 교대를 나온 선생님은 아니지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임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아주 오래전, 나는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성당의 어린이 교사를 했었다. 그때는 아이들이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무작정 어린이 교사가 되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다만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리고 대학생활 중, 나는 일본어 과외를 했다. 당시 잘 사는 동네의 여고생 두 명을 가르쳤다. 집에 가정부를 둘 만큼 유복했던 친구들의 집을 가며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때 과외를 했던 이유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내가 잘하는 일본어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배웠다. 내가 잘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후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동안 나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을 일이 없었다. 그러다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다시 일을 알아보다가 기업체에 가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이 있어 지원하였다. 아무래도 낮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에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 후, 나는 한 기업체에 출강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성인'을 가르친 경험이었다. 그 당시 40대 중반에서 50대 정도 되는 직장인(이라 쓰고 아저씨라 부른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일본어를 가르쳤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나를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했지만, 나름 즐겁게 일본어를 가르쳤다. 물론 바쁜 직장인들이다 보니 숙제도 낼 수 없을뿐더러 복습도 할 시간이 없어서 진도를 빼는 것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때 처음 깨달았다. 나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뿌듯하다는 것을. 또한 내가 가르치지만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수능시험을 보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대치동 학원가 선생님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내로라하는 선생님들이 대치동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해야 할지 상상이 간다. 왜냐하면 나도 몇 명의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내가 아는 지식을 취합하고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의 경험 때도 그랬다. 난 아직 그림책 작가가 아니지만 그림책 수업을 의뢰받으면서 나는 내가 지금껏 들은 수업 내용과 수많은 책들을 정리를 했다. 그리고 드로잉 수업을 열었을 때도 내가 지금껏 혼자 독학으로 그려왔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나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물론 잘 가르쳤는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가장 배우기 좋은 사람이 한 기수 위의 선배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특출 난 능력이 하나도 없다. 내가 하고 싶었던 통역 분야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일본어 선생님이 되지도 못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지만 부동산 일을 좋아하지 않아, 그냥 최소한이 해야 할 것들만 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를 지금까지 오래 잘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 비해 회사 경력도 짧고 전문 분야도 없다. 다행히도 '그림' 만큼은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이것 또한 눈에 띄게 잘하지 못한다. 다만 일반인인 내가 매일 꾸준히 해온 경험, 그리고 작은 노하우가 처음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되는 것 같다. 대단한 유명 작가의 말이 가끔은 딴 세상 사람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나 같은 그냥 일반인의 말이 가끔은 더 와닿을 수도 있다.


"초보가 왕초보에게 가르치는 세상"


 그렇다면 누구나 다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은 '무엇이든' 하고 있으니 말이다. 회사의 업무도 분명 신입을 가르칠 만한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며, 주부라면 아이를 먼저 키운 노하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조금 더 앞서 나간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누구나 다 '선생님'이 될 수 있다. 교대를 가야만 선생님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먼저 배워서 경험한 일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가르치면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집에서 우리 아들이 나의 역사 선생님이다. 우리 딸은 나의 미술 선생님이자 음악 선생님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나보다 역사를 더 잘하고 미술을 잘 그리고 피아노를 잘 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님'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선생님이 되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다. 배우는 학생보다 가르치려는 선생님이 더 공부하고 배우며 성장한다. 그러면 우리 모두 서로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것이며,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지금 몰입해서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보고 '선생님'이 되어보자! 그럼 분명 지금보다 더 성장한 나를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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