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emi Oct 24. 2022

자만으로 가득 차 있었던 내 모습 바라보기

괜찮아, 계획은 수정하라고 있는 거야.

큰 착각을 했었다.  나는 그림책을 '당연히'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그림책을 아이들과 10년 넘게 읽으며 그림책을 좋아만 하면 다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나만큼 그림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나만큼 그림책을 깊이 읽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착각했다.

그건 자만이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자동차 광이라고 해서, 지나가는 차의 바퀴만 봐도 어떤 차인이 알아볼 정도의 마니아라고 해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이 아파서 한의원에 가서 침을 자주 맞는다고 해서 내가 침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왜,

그림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것만으로 그림책을 만들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일까?



이 깨달음을 그림책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지 8개월 만에 깨달은 것일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다 할 수 없는 일이라는 현실의 벽에 나이 마흔 다 되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뭐든 분야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나에게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껏 좋아하는 것을 '잘' 했었다. 그리고 좋아하지 않은 것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역을 할 때, 그 긴장감을 나는 즐겼다. 누군가에게 내가 이해한 내용을 전달하면서 두 사람의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 뿌듯했다. 그렇게 좋아하다 보니 언젠가 잘하게 되었다. 반대로 부동산 투자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못한다. 아마 나는 평생 잘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나는 앞으로 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왜냐하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껏 나는 좋아하면 다 잘할 수 있다고 믿었고, 잘 못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림책만큼은 나의 지금까지의 경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림책을 읽고 사랑했는데.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는 나의 그림책 작업. 글이면 글, 그림이면 그림. 무엇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아직도 부족한 것일까? 찰랑찰랑 다 차야, 비워낼 수 있는데... 아직 반도 채워지지 않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 분야는 나의 길이 아닌가? 그냥 좋아만 하고 즐기는 것으로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은 오르락내리락한다.



올해의 목표가 그림책 투고를 하는 것이었는데, 턱도 없다. 나의 선생님은 나에게 그림을 더 그려야 한다고, 아직 멀었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문제는 미술 공부를 전문적으로 한 적이 없는 나에게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하는지, 답조차 찾지 못하겠다. 올해 투고는 커녕, 다시 처음부터 그림연습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나의 그림은 왜 매력적이지 못한 걸까? 지난 8개월 동안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 미술 공부를 전문적으로 안 해서라기 보다는 나의 이 FM적인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나의 그림은 정형화되어 매력적이지 못하다. 흔한 것이다. 뻔한 것이다. 내 그림을 바꾸려면 내 성격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40년을 살아온 나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쉬울까? 사실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내 성격에 불만도 없다. 나는 지금이 편안하고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성격을 바꾸지 않고 그림만 잘 바꿀 수 있을까? 있을 것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올해 안에 투고를 해서 출판을 목표로 했지만, 일단 그 정도 계획 수정은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자주 하는 말이지만 오늘은 내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을 꾸는 자에게만.





작가의 이전글 20년만의 그녀와의 재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