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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Nov 14. 2022

2년 차 자영업자입니다만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성장한다.

“여보, 좋은 가게 자리 하나를 발견했어. 여기서 빨래방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우리는 우연한 기회에 빨래방을 운영한 지 2년이 되었다. 물론 전부터 무인 사업에 관심이 많던 남편이었고 창업 박람회도 같이 돌아다녔던 터였다. 그러나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집에서 30분이나 가야 하는 곳에서 빨래방을 할 줄은 몰랐다.

 사실 나는 처음 남편이 ‘빨래방 해볼래??’라고 했을 때 빨래방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세탁기랑 건조기가 있는데 왜 사람들이 빨래방을 이용하지? 궁금한 나는 동네에 있는 빨래방을 돌아다녀보았다. 10평 남짓의 빨래방부터 으리으리한 카페와 함께 있는 빨래방까지. 그리고 그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보며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몰랐으니 가능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만약 이 모든 과정을 알았더라면? 아마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더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대부분의 점주들이 매장에 상주하고 있지 않기에, ‘뭐 힘든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인’이 ‘무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만 매장에 있지 않을 뿐, 나의 영혼과 정신은 매장에 늘 손님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회사원으로만 살던 남편, 그리고 짧은 회사원 경험과 프리랜서로만 살던 아이들의 엄마가 처음으로 함께 자영업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 빨래방이다. 이 빨래방을 운영하면서 나와 남편은 더 많이 성장했다. 절대 회사원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계가 완전히 다른 것은 사실이다. 자영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렸다. 회사는 아프면 병가를 낼 수도 있고 정해진 휴가도 있다. 자신의 일에 대해 책임감이 뒤따르지만, 그 일을 망쳤다고 해서 회사에서 잘리는 일은 드물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내가 아파서 하루 문을 닫으면 당장 매출에 영향을 끼친다. 하루 문을 닫아 버리면 매출은 없고 관리비, 임대료 등 고정지출은 나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손해이다. 나에게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지는 것 같지만 그만큼 책임도 더 많이 뒤따른다.


  빨래방을 오픈한 후 하루도 여행을 맘 편히 간 적이 없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은 어차피 생각도 못했지만 국내 여행을 갈 때에도 늘 걱정 한가득 안고 여행을 갔다. 주말은 특히나 손님이 더 많기 때문에 주말에 여행 가는 것은 꿈도 못 꾸었고 멀리 가는 외출 또한 지양했다. 여행을 가더라도 손님이 적은 평일에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가서도 늘 CCTV를 봤고 손님에게 걸려온 전화를 시도 때도 없이 받았다. 처음에는 그러한 생활이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다른 가족들은 주말에 놀러 다니고 여행도 멀리, 그리고 길게 다니던데 우리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밥 먹다가도 빨래방에서 전화가 오면 전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요리가 식는 일도 허다했다. 물론 빨래방 사업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경제교육이 되었으리라 위로해 본다.


 이제 2년 차가 되고 나니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여행도 이제는 자주 가게 되었고 여행을 가서도 CCTV를 덜 보며 마음 편히 즐기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2년이 걸린 셈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모르는 번호만 와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대부분 손님들이 궁금하거나, 뭐가 안 될 때 전화를 주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세탁기에 대해, 매장 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몰랐기에 더 두려웠다. 그러나 2년이 지나니 대부분의 케이스들을 다 겪었다고 생각이 들고, 내 머릿속의 매뉴얼대로 응대해주기만 하면 문제없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다.


“손님이 전화가 왔는데, 어떻게 하면 되지? 네가 전화해볼래?”


 손님 응대는 거의 내가 도맡아서 해왔기 때문에 가끔 손님 전화를 남편이 받으면 남편은 불안해하며 나에게 넘긴다. 아무래도 남편은 회사일을 하다 보니 빨래방 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남편은 손님 전화만 와도 어쩔 줄 몰라한다. 조금 기다리게 하면 어때. 조금 불편하면 어때. 어차피 내가 다 해결은 할 수 있는데. 나는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남편을 달랜다. 이런 나 자신을 보니 나도 사이 참 많이 컸다고 느껴진다. 시작은 남편이 먼저 하자고 했지만 지금은 나의 사업, 나의 매장이라는 신념 하에 책임감을 갖고 운영한다. 지금껏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지해 왔다면 빨래방 사업을 하며 내 이름으로 된 사업자 등록증이 생기고 내 수입으로 잡히기 시작하니, 남편에게도 더 떳떳해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참 고마운 빨래방이다.


 회사 생활만 하시던 아버지, 그리고 주부였던 엄마를 보며 나는 단 한 번도 자영업자를 꿈꾼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자영업 2년 차이며, 또 다른 사업도 운영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사업을 운영해 보니, 우리 아이들도 꼭 회사 생활만 하지 말고 자신의 사업을 운영해보길 간절히 바란다. 물론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 회사원들도 참 멋지다. 훌륭하고 존경할 일이다. 그러한 회사원들 말고도 주변에 보면 빨래방 운영을 잘해서 2호점, 3호점을 갖고 전문적으로 사업을 하시는 점주님들도 간혹 있다. 그분들의 삶도 참 멋지다. 여전히 나는 아이들이 회사에 취직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분야에서 한번 사업을 해 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 또한 빨래방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미지의 세계, 나와 전혀 접점이 없는 세계를 알지도 못했으리라. 내가 자영업을 해 보니 다른 자영업자들에게 관심이 가고, 그들의 삶에 대해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만큼 더 많은 경험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더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고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게 되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똑똑해지고 더 건강해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역행자>의 저자, 자청도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루 매일 2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뇌가 변화한다고 했는데 아마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매일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아웃풋을 하다 보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하는 것을 알게 되고 분명 그 길로 나아가게 된다. 그만큼 관심 있는 책을 오랫동안 읽고 아웃풋을 했으니, 그 길로 성공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나는 여기에 실제 경험을 더한다면 막강한 힘을 더 발휘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물론 자청이 말한 만큼 사업 관련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매일 글을 쓰진 못했지만 그동안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블로그나 일기 등 어떤 형식으로든 아웃풋을 꾸준히 해왔다. 그랬기에 빨래방 사업을 하는데 거부감이 크지 않았던 것 같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얼마전, 빨래방 말고도 부동산업, 고시원, 하브루타 강사, NFT작가, 그리고 그림책 작가까지 많은 것을 도전해 보는 나를 보고 친구가 한 말이 있다.

“야, 다 경험해봐야 아는 것이면, 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볼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응, 가능하면 다 경험해 보고 싶어!”


 완전한 미지의 세계인 빨래방을 도전기에 그 뒤에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아웃풋의 중요함을 몸소 경험했기에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이 되었든, 지금껏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에 대한 기회가 온다면 망설임없이 시작하자. 도전해보자. 분명 당신의 멋진 인생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빨래방을 오픈하기 전, 그리고 오픈하자마자 나는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조금만 하고 팔아버리자. 너무 힘들어. 집에서도 멀고. 돈도 안되잖아.”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빨래방에게 애정을 갖고 고마워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빨래방을 운영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빨래방을 내 손을 떠나는 그날까지 아끼고 사랑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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