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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Dec 26. 2022

우리 엄마를 소개합니다!

딸의 시점에서 본 나의 모습

 우리 엄마를 소개할게요!


 우리 엄마는 작가예요! 저를 닮아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늘 집에서는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있는데요. 엄마는 그림을 그리고 나서 저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그림책 글을 쓴 후 우리에게 '아이디어 좀 줘봐!'라고 가끔 강요하기도 하죠. 글 쓰는 것이 어려운가 봐요. 저는 글 쓰는 게 어렵지 않던데 말이죠. 엄마의 그림음 참 따뜻해요. 아마도 엄마의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엄마도 그림을 잘 그리지만, 수채화는 제가 조금 더 잘 그리는 것 같아요.


 엄마도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해요. 그게 외할머니를 닮아서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외할머니도 그림을 잘 그리셔서 지금도 외할머니집에 가면 할머니 그림이 걸려있답니다. 그래서 제가 그림을 잘 그리면 외할머니는 더욱 기뻐해주시는 것 같아요. 엄마도 그림을 좋아하다가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흥미를 잃고 그림 그리기를 그만뒀데요. 그래서 제가 미술학원을 보내달라고 할 때, 처음에는 못 다니게 했어요. 엄마처럼 그림을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했나 봐요. 그래도 결국 제가 이겼죠! 다행히 제가 다니는 미술학원은 엄마가 다녔던 곳과 달라서 그런지, 저는 여전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답니다.


 우리 엄마는 통역사예요. 아빠처럼 회사에 가진 않지만 집에서 컴퓨터로 회의를 해요. 회의를 하는 날이면 오빠랑 나는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하죠. 조금 예민해지시는지, 화장실도 자주 가고 우리 보고 조용히 해달라고 가끔 짜증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전 엄마가 집에서 일하는 게 좋아요. 엄마가 없으면 전 아직 무섭거든요. 그리고 가끔 이모티콘 그렸던 사람들이랑 회의도 해요. 그럴 때는 조금 떠들어도 돼서 마음이 편해요. 가끔 줌 화면에 제 얼굴을 비추기도 하죠. 엄마는 그 사람들이랑 친한가 봐요. 늘 웃는 얼굴이에요. 그리고 주말에는 빨래방에 가요. 일요일 아침 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엄마는 빨래방에 가서, 아침밥은 아빠가 늘 챙겨줘요. 아빠는 보통 계란밥을 맛있게 해 주죠. 그러고 나서 아빠랑 도서관에 가요. 도서관에 다녀오면 엄마가 집에서 맛있는 점심을 해두죠. 엄마는 다른 집 엄마처럼 회사에 매일 가지 않지만 집에서 노는 걸 못 봤어요. 늘 혼자 바쁜 것 같아요.


 엄마는 뭐든 잘하는 것 같은데 요리를 조금 못하는 것 같아요. 못한다기보다...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밥 시간 만 되면 한숨을 쉬시거든요. 그리고 제가 먹기에는 맛있다고 느끼는 반찬은 늘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반찬이더라고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고사리, 시금치, 잡채 등은 할머니가 자주 해주셔서 엄마가 만들지 않나 봐요. 그래도 저는 엄마의 요리를 좋아합니다. 특히 미역국, 카레, 닭볶음탕, 불고기 볶음밥은 제가 참 좋아해요. 가끔 회의 때문에 바쁜 날이면 저녁에 맛있는 걸 시켜 먹자고 해요. 그런 날은 엄마가 조금 편안해 보여요. 아마 요리를 안 하는 것이 좋은가 봐요.


 엄마는 저를 닮아 눈물이 많아요. 제가 본 것만 몇 번인 줄 몰라요. 얼마 전에는 월드컵 축구를 보다가 엉엉 우시더라고요. 왜 기쁜데 우는지... 엄마만 우는 줄 알았는데 아빠도 같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전 슬퍼야 눈물이 나던데... 그래서 전 어른들은 다 우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모는 아무리 슬픈 장면이 나와도 울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어요. 엄마 아빠가 눈물이 많다는 것을요. 드라마 보다가, 예능 보다가도 자주 울어요. 제가 휴지를 자주 갖다 주죠. 그런데 엄마는 아빠랑 싸울 때도 자주 울어요. 아빠가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나 봐요. 저는 엄마가 울면 슬퍼요. 그래서 엄마가 울면 저는 엄마를 안아줘요. 왜냐하면 엄마는 제가 안아주면 에너지가 충전된데요. 엄마가 아빠랑 싸우고 나면 에너지가 없어져서 제가 충전해 줘야 해요.


 그렇게 눈물도 많지만 잘 웃기도 해요. 제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엄마는 인기가 많아요. 놀이터에 나가서 놀 때 엄마는 간식 사주러 자주 나오시고 우리가 노는 것 같이 보면서 재미나게 맞장구도 쳐줘요. 그래서 친구들도 우리 엄마를 좋아해요. 다른 엄마들은 놀이터에 잘 나오지 않으신데 우리 엄마는 자주 나온다고 부러워해요. 맞아요, 우리 엄마는 제 친구들한테도 잘해줘요. 코로나 전에는 우리 집에 친구들도 자주 불렀어요. 엄마가 더 자주 나와서 우리랑 놀았으면 좋겠어요.


 엄마한테 서운할 때는 없냐고요?


 있어요. 엄마는 밤만 되면 예민해져요. 아침에 저를 깨울 때는 엄청 저에게 달라붙어서 부비부비해요. 그런데 밤에 내가 엄마한테 안기려고 하면 귀찮아해요. 엄마말로는 밤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서 아무도 안 건드렸으면 좋겠데요. 그래서 제가 몇 번 슬퍼서 울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미안하다며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본다고 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조금 나아졌어요. 저는 밤에 엄마 품이 더 그리운데 말이죠. 엄마가 더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엄마가 안아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엄마는 너 때문에 살아. 너무 사랑해. 고마워."


 우리 엄마가 자주 저에게 귓속말로 이런 말을 해요. 아마 오빠에게도 저 몰래 이렇게 말하겠죠? 그래도 괜찮아요. 어렸을 때는 그 말에 질투가 났지만, 이제는 다 커서 알아요. 엄마의 마음을요. 저는 엄마가 자주 웃고 자주 우리랑 놀았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제가 독감에 걸려서 3일 엄마와 집에만 있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엄마는 밥 하느라 힘들다고 했지만, 사실은 엄마도 행복해 보였어요. 저랑 젠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는 엄마는 즐거워 보였거든요. 우리 때문에 힘든 엄마아빠. 제가 빨리 멋진 화가가 돼서 돈을 많이 먼 다음, 큰 저택에 살면서 엄마 아빠도 같이 살게 해 줄 거예요! 그리고 엄마랑 같이 멋진 작가가 되어서 같이 그림 그리면서 살 거예요. 그때는 제가 좋아하는 강아지, 많이 많이 키우며 살 거랍니다:)




9살 딸이 자주 하는 말을 바탕으로 각색하여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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