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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Jan 10. 2023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단의 좋은 추억

  벌써 20년 전 일이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나는 성당 교사를 지원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이들이 좋아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날 좋아라 했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잘 안다고 자신한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꼭 어른이 되면 성당 교리 교사가 돼야지!"라고 마음먹고 있었고 바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성당 교사가 되었다.

그 당시에는 청년들이 성당 교리 교사를 많이 지원했다. 지금은 교리 교사들을 보면 학부모가 많다. 내가 들어갔을 때만 해도 10명 정도 지원해서 한 학급당 2명의 선생님이 배정받았다. 나는 어린아이들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을 맡게 되었다.


 토요일에 어린이 미사가 있어서 토요일 오전부터 만나서 준비를 했다. 그리고 교리를 하고 미사를 드리고 나면 회합을 한 후 저녁을 먹었다. 매주 그렇게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주중에 또 필요하면 만나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여름 캠프나 크리스마스 행사라도 있는 기간에는 더 자주 만나서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교리 공부를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풋풋한 남녀 대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그리고 종교까지 같다 보니 서로 눈 맞기도 일쑤였다. 마치 대학 내 동아리처럼 우리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저녁 식사 후 술자리도 갖다 보니 늘 귀가 시간이 늦었다. 그리고 가끔은 만취가 되어 성당 오빠들에게 부축받아 집에 들어오곤 했다. 그런 모습이 아빠는 못믿어웠는지, "술을 마시러 다니는지, 봉사를 하러 다니는지 모르겠다! 그럴 거면 그만둬!" 라며 나의 교리 교사 생활을 반대하셨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 오빠들은 군대를 가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우리는 교사를 하나 둘 그만두게 되었다. 나 또한 1년 반 정도 하고 나서 바쁘다는 핑계로 교사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그 후로도 자주는 아니었지만 연락을 계속 주고받으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가끔 만나고 있다. 사실 8년 전에는 함께 고아원에 가서 봉사도 함께 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고아원에 가서 공부도 봐주고 운동도 같이 했다. 그러나 그 시기에 다들 결혼과 출산을 해서 오래 이어가진 못했다.


 우리는 지금 모두 40대가 되어 자녀가 중학생부터 7개월 아기를 가진 부모가 되었다. 20대 때 그렇게 풋풋했던 우리. 아이들이 좋아서, 봉사를 하고 싶어서 모였던 우리는 어느새 부모가 되어 다시 함께 하고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은 모두 변치 않았다.  흔히 나눌 수 없는 '입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또다시 함께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결이 맞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나는 사실 여고, 여대, 여자 대학원을 나와서 주변에 남자가 많지 않다. 그나마 다니던 회사 동료들도 결혼을 하면서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그래서 나에겐 '남자들'이라고는 성당 오빠들 뿐이다. 그래서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오빠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 20대 때 청춘을 함께 했고 그 당시의 순수함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성당 언니 오빠들이 있어서 나에게는 감사하다. 지금은 모두 어엿한 엄마 아빠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잘 자리를 잡아서,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조금씩 다시 아이들을 위한 봉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언니 오빠들과 함께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아이들을 데리고 성당을 다니고 있다. 어린이 미사를 보고 있노라면 20년 전의 내가 떠오른다.

"엄마도 교리 교사 했었어."

"진짜?"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학부모 같다. '다시 교사를 해볼까?' 잠시 생각한다. 20대의 풋풋한 열정은 없지만 약간의 노련함은 장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여전히 교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아마 그때의 기억이 좋아서일 것이다. 일단 그전에... 매주 아이들과 미사라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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