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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May 29. 2023

내가 리더가 된 이유.

인간은 성장할 때 가장 아름답다.

 코로나가 터지자마자 온라인 모임이 많아지면서 처음으로 온라임 모임에 여기저기 참여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폰티콘이라는 그림 그리는 모임, 그리고 또 하나는 그림일기를 쓰는 엄마들의 성장유치원 킨더줄리. 당시에 나는 SNS라고는 블로그 하나, 그것도 블로그는 나의 육아일기 기록용이었다. 다들 하나씩 있다는 그 흔한  인스타 계정도 없던 나였다. 그러다 처음으로 난 온라인 세상에 발을 들였다. 나보다 먼저 온라인 모임을 하던 남편을 나는 이상하게 여겼었다.

"아니,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랑 어떻게 친해져? 누구인지 알고?"

그렇게 나는 불신했었다. 온라인 세상, 매우 위험하고 그냥 얕은 인간관계일 뿐이라고.



 그러다 내가 유일하게 참여했던 그림이라는 공통된 두 모임에서 나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며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사부작 사부작 하는 것이 작은 행복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나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통역사, 빨래방 사장이 아닌 바로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 꿈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그림에 흠뻑 빠져 두 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다 폰티콘에서 알게 된 어떤 분이, 나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말을 남겼다.

  "남개미님은 독서 모임이나 루틴 모임 리더 같은 거 잘하실 것 같아요."


 그 얘기를 들을 당시 나는 아이들과 집에서 정신없이 매일 하루를 겨우 살아내고 있었고 그 틈새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분은 나의 어떤 면을 보고 그런 말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듣자마자 정말 나는 '내가 무슨 리더야~. 난 남 앞에 서는 거 안 좋아하는데.'라고 생각하고 흘려보냈었다. 이 말을 하신 분은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인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당시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국제회의 통역사라는 큰 꿈을 안고 대학원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는데, 두 아이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반복하며 나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고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육아를 하면서 예전의 나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모든 의욕을 잃어버렸고 나 자신조차 버리던 시절이었다. 그냥 나는 조용히 이렇게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그림과 관련된 모임에 들어가면서 그냥 '숨 쉴 구멍'을 찾았었던 것이다.


 그러던 나에게 마치 예전의 나를 아는 사람인 것처럼, 리더가 되어 보라는 말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이 사람은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이런 말을 한 걸까? 그러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결국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을 돌아보니, 그분 말대로 나는 리더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 시작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하브루타를 접목시킨 '그림책 하브루타'수업이었다. 내가 오랫동안 아이들을 위해 공부해 왔던 그림책 하브루타 수업이 있었는데, 이제는 한번 아웃풋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하나 둘 생겼다. 그래서 한번 용기를 내 봤다. 그림일기를 같이 쓰는 킨더줄리라는 곳이 나에게는 친정 같은 곳이니, 여기서라면 한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분들, 그리고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들과 함께 '마음수영'이라는 이름으로 벌써 1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만 60권을 함께 읽었다. 처음에는 부족함도 많았으리라. 그러나 이 첫발이 나에게는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 수업을 시작으로 그림으로 성장하는 폰티콘(지금은 폰아트월드)에서 이모티콘 만드는 수업의 튜터도 도전하게 되었고 어느새 부매니저라는 자리까지 맡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성장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분들을 볼 때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을. 물론 나는 아직 대단한 성공을 한 사람은 아니다. 나도 아직 그 여정에 있는 사람이다. 다만 나보다 한 발 뒤에 계신 분들, 또는 나와 같은 선상에 있는 분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나가는 힘은 가진 것 같다. 그 꾸준한 힘이 나에게는 있나 보다. 그렇게 나는 함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때 행복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혼자라면 못했던 일들을 누군가 함께 있었기에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분명 나처럼 혼자서는 힘든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조금만 손을 잡아주면 이루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쩌다 부동산 독서 모임도 하나 더 열게 되었고 그림책 수업도 이제 막 시작했다. 부동산 독서 모임은 사실 자격증이 있음에도 관심 없이 살다가, 이제는 조금씩 관심을 갖고 나도 스스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혼자서 할 자신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킨더줄리 공간에서 수업을 모집하게 되었다. 다행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지금까지 4개월째 함께 부동산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감사하게도 함께 임장을 할 기회도 있었다. 그렇게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그리고 결 또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내 쓰임이 있는 것 같아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있었지만, 오히려 밝고 명랑하고 꿈 많던 예전의 남개미를 되찾고 있었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다고 시작했지만 내가 더 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걸 깨닫고 나서부터는 나는 더 다른 분들의 성장을 돕고 싶어졌다. 감사한 마음으로 더 나눠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 당장 내일이라도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날들. 이 생에 미련이 털끝하나 없던 나날들을 보냈었다. 나의 미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하루하루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또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당장 내일 죽으면 너무 억울하고 또한 나의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가 기대된다. 리더가 되리라는 상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반장이라고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뒤로, 대중 앞에 나서고 누군가를 이끄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비로소 리더가 되어보니 진짜 나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처럼 어둡고 깊은 터널에 빠진 분들이 계시다면,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한 분들이 계시다면, 또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난 언제는 손 잡아주고 싶다. 내가 힘들 때 내 손을 잡아준 킨더줄리와 폰티콘처럼 말이다. 그렇게 함께 손을 잡고 반짝반짝 빛나는 '나'를 찾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 킨더줄리와 폰티콘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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