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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Sep 05. 2023

여러분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고 무엇을 느꼈나요?

뒤늦게 ‘스카이캐슬’을 보고 찐 감동을 받은 이유


 2018년 방영했던 ‘스카이캐슬’. 한 때 ‘스카이캐슬’에서 나온 일들이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충격을 안겼던 적이 있다. 나는 그 유명한 ‘스카이캐슬’을 얼마 전에 아이들과 함께 시청했다. 아이들이 보기에 다소 자극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그러한 장면은 그냥 빨리 넘기면서 함께 이야기하며 천천히 정주행 했다.


 길고 긴 20부작을 다 본 후, 우리 가족은 한 가지 변화를 도모했다. 대치동으로 다시 이사를 간 것? 코디에 대해 알아보고 상담을 받는 것? 틀렸다. 우리는 예빈이의 학습법이 제일 인상 깊어서, 바로 우리 집에 적용했다.


 전교 1,2등을 다투던 혜나에게 공부를 배우기 시작한 예빈이. 예빈이는 공부에 통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학원에서도 낮은 반에 배정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예빈이 엄마(염정아)는 걱정을 하던 찰나에 혜나가 예빈이 공부를 봐주게 되는 스토리이다.

혜나: “어때? 이제 좀 이해가 가?”

어,
내가 직접 가르쳐보니까
확실히 알겠어.

 그렇다. 예빈이는 스스로 문제를 가르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혜나는 예빈이가 문제를 가르치도록 리드할 뿐, 실제로 예빈이가 본인이 아는 것을 위주로 혜나 앞에서 설명을 한다.

 바로 이것이 메타인지이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 이를 통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깨닫고 채운다. 그리고 내 입 밖으로 내뱉음으로써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마흔 인 나도 몸소 깨닫고 있는 부분이다.


 그림책교육전문가 수업을 거의 6개월에 걸쳐 학생 입장에서 들었다. 앉아서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면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무엇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금방 기억 속에서 잊힌다. 그러나 그 수업을 들은 후, 나의 그림책 수업을 열어 내가 이번에는 선생이 되어 학생에게 가르쳐 보았다. 그랬더니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고 바로 그 부분을 채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자료를 정리하고 내 입으로 이야기해 봄으로써 나는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수능 점수를 보면 가장 고득점을 맞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바로,
학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렇다. 학생 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 가장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또한 공부가 가장 잘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카이캐슬’을 보고 ‘와, 나도 코디 한번 만나볼까?‘ ’잘 가르치는 학원이 어디일까?‘라는 생각부터 들었을 텐데, 우리는 예빈이 공부법에 가장 눈이 많이 갔고 '바로 이거다!‘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바로 실천했다.

물론 이 화이트보드를 사기 전에도 가족 하브루타 시간에 우리는 이면지에다가 서로 아는 내용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화이트보드를 구매하여 설치한 후, 훨씬 더 효과적임을 몸소 깨달았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후회도 되었다.


우리는 주말에는 가족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가족 하브루타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평일에는 보통 남편의 퇴근이 늦는 관계로, 나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화이트보드를 산 후에 우리는 1주일에 2번 정도 저녁 시간에 각자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약 15분 내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고 있다. 아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역사 이야기를 본인이 읽은 책을 토대로 쉽게 설명을 해주거나, 그날 배웠던 수학 내용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딸 또한 요즘 수학에 조금 자신감을 찾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스스로 수학 문제를 풀면서 우리에게 설명을 해 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 선생님이 반드시 완벽하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가끔 나라 이름을 헷갈려서 다시 책을 펼쳐보기도 하고, 계산이 틀려서 학생에게 지적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시간마저도 아이들은 재미난 지, 까르르 웃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 답게 마치 유튜브를 찍듯이 영상을 찍고 자기네끼리 자신이 찍힌 영상을 보며 배꼽 잡으며 웃는다.

 아이들과 평일에 이렇게 스스로 배운 내용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고, 주말에는 함께 저녁 시간에 모여 1주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주 계획을 발표한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리더가 되어 그날의 하브루타 시간을 이끌어 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나도 기다려진다. 각자 방에서 수학 문제집을 풀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이 아는 내용을 이야기해 봄으로써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동시에 조리 있게 말하는 방법도 터득한다. 그리고 남을 설득하는 방법,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도 배운다. 나는 ‘스카이캐슬’에서 공부를 싫어하던 예빈이가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며 활짝 웃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얼굴과 겹쳐진다. 우리 아이들도 이 시간만큼은 배움이 너무 즐겁다.

 나는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아이보다 더 나은 것도 없다. 늘 처음이 두렵듯 마흔 인 나도 처음 시작하는 일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한 없이 뒤로 미루는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예빈이가 하던 방법대로 나도 내 배움을 즐기려고 한다. 지금껏 배웠던 그림책에 대한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시간을 가지면서 더 깊이 배우고 단단해지고 싶다. 이러한 나를 보고 아이들도 그렇게 앞으로 배워나가길 바란다.

올해 가장 보길 잘한 드라마 중 하나가 ‘스카이캐슬’이다. 아이들과도 부모의 역할, 그리고 아이들이 바라는 미래 등을 깊이 이야기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예빈이처럼 활짝 웃으며 배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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