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건네는 4가지 팁
에리히 프롬은 본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표현하고 유지하는 것은 기술적인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은 입시 즈음 처음 접하였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사랑은 감정의 영역인데 어떻게 기술이 필요하지?' 책을 읽으며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건강한 관계를 오래 잘 유지해 간다는 것은 간단하고 쉬운 일 같아 보이지만 막상 경험하다 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일임을 자주 깨닫습니다. 별일 아님에도, 크고 작은 일들로 부딪히며 금이 가는 관계를 바라보며,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로 느낍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프롬이 왜 사랑에도 기술적인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했는지 와닿게 되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연인과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들에 대해 제 직접적인 경험과 연애 칼럼 속 간접적인 경험들을 담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첫째, 자기애(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와 타인애(타인을 사랑하는 마음)가 적절히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프롬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도 나오는 내용인데요. 여기서 자기애란, 과도한 자기만족이나 나르시시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의 기초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상대방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으며,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기애와 타인애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과도한 자기애는 연인과의 관계에서 이기적이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여 자기애가 낮은 사람은 연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자기애와 타인애는 서로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형성합니다. 자기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타인에게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나타내면서 자기애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애와 타인애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랑이 더 깊고 의미 있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결혼식 주례와 같은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도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가장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문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한참 동안 서로 다르게 자라온 두 사람이 연인이 되어 맞춰간다는 것은 사실상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하는 방식도, 삶의 패턴도, 가치관도 모두 다를 테니까요.
상대방과 나는 온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연인과 더 깊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상대방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실제에서 우리는 가까운 상대에게 내 마음과 같기를 기대하곤 합니다. 남들보다 가까운 가족에게 짜증을 더 자주 내게 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는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상대방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더 깊은 사랑으로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셋째, 원하는 것(요구)이 있다면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상대방은 나와 달라 내 마음과 같을 수 없고, 내 마음을 마법사처럼 읽어줄 수도 없습니다.
일례로 제 경험담을 이야기하자면, 연애 초반에 남자친구가 아르바이트가 끝난 저를 데리러 와주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직접 남자친구에게 "나 아르바이트 끝날 때 데리러 와주면 안 돼?" 부탁은 한 번도 안 했으면서, 남자친구가 제 마음을 알아주고 알아서 데리러 와주길 기대하는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남자친구는 제 마음을 알 수가 없었어요.
저는 이러한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혼자 토라져서 '어떻게 한 번도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을 수가 있지? 나를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나?' 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져나갔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남자친구에게 투정을 부리며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놀라고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직접 말했더라면 혼자 토라지는 일도, 남자친구가 이유 없이 제 토라짐에 당황스러웠을 일도, 저만의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이야기해 보세요. 여러분의 연인은 마법사가 아닙니다!
넷째, 갈등 해결 방법을 미리 대화를 통해 조율합니다.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푸는 타입인지, 혹은 시간을 두고 해결하는 타입인지를 서로 미리 알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바로 대화를 하며 풀어야 하는데, 상대방은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이렇게 서로 다른 갈등 해결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면, 막상 갈등 상황에서 더 큰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갈등 해결 방법을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내 남자친구는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생각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좀만 기다려주자!' 혹은 '내 여자친구는 감정을 나에게 다 풀려는 게 아니라 대화로 이 상황을 얼른 풀어나가고 싶은 거니까 나도 노력해 보자.' 또, 서로 다른 해결 방법을 알아가면서 서서히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조율해 볼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네 가지 방법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 더 예측하기 어렵고 서로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로를 이해해 보려는 한 발짝씩의 물러섬만 있다면, 그 작은 배려가 여러분을 따뜻하고 깊은 사랑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모두 예쁜 사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