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체육인으로 살기

by 오늘

육십이 되는 올해 축구를 시작했다.

계획을 한 건 아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여성 축구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보았다.


'하고 싶다!'

'해볼까?'

'할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닐 거 같았다.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 끼칠까 불안했다. 다치는 것도 걱정됐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조심해야 하는 나이에 축구를? 가족들이 하지 말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전력으로 달려본 게 언제 적인데 뛰다가 숨넘어가는 거 아니야? 공은 발로 차본 적도 없는데 헛발질만 하는 거 아닐까? 곱게 늙어가야. 할 나이에 주책 부리는 거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도 중간중간 잔디 구장 위에서 공을 멋지게 차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하고 싶었다. 이 나이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하고 싶은 게 생기다니. 신선했다. 시도해 보기로 했다. 전화했다. 인원이 부족했는지 반가워했다. 나이가 육십이라고 했더니 목소리가 줄어들며 축구를 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하니 아무 소리가 없다. 개인차가 있으니 한번 와보라고 했다. 이렇게 기회를 얻었다.


넉 달 정도 지났다. 체력적으로 이렇게 힘든 운동은 내 평생 처음이다. 공을 쫓아 정신없이 뛰고 나면 숨이 넘어갈 거 같다. 숨이 차서 다리가 후들후들하지만, 기분만은 쨍하게 좋다. 내가 이렇게까지 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힘들수록 그만큼 내가 강하다고 느껴졌다.

오십 대 초반부터 나름대로 노후 준비를 했다. 전업주부로 살다 돈을 벌려고 55세에 꽃집을 열었다. 다행히 삼 년쯤 지나 어느 정도 가게가 자리를 잡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나를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우아하고 품위 있게 늙어가고 싶었다. 먼저 교양 있는 언어를 쓰고 싶어서 독서 모임에 들어갔다. '아, 그, 저' 같은 대명사 대신 제대로 된 문장으로 말하고 싶었다. 다음으로 곧은 체형을 갖고 싶어 발레를 시작했다. 우아한 동작으로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작년 이맘때 일 년 뒤에 다가올 환갑을 기념하려고 새롭게 몇 가지를 도전했다.

탁구를 시작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갔다. 한국 미술사를 공부하려고 도서관에 갔다. 이 중에서 탁구만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올해 축구까지 하는 걸 보면 나는 운동을 좋아하나 보다. 축구하러 가려고 더 일찍 일어나 꽃시장에 간다. 운동장에서 뛸 생각을 하며 신나게 가게 일을 한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면 탁구장으로 달려간다. 탁구 치다 지쳐서 쉬는 일은 없다. 4시간 연속으로 친 적도 있다. 할 수 있다면 하루 종일 치고 싶다. 이 정도면 체육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앞으로 가능한 한 오래오래 발레, 탁구, 축구를 계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