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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22. 2023

11.검은산의 여전사-셋 : 신부입장

북유럽 신화, 스카디, 오딘, 헤임달, 로키

#. 신부입장


 오딘은 아들들과 함께 글라드스헤임으로 돌아왔다. 걱정이 된 신들은 연회장 밖까지 나와 오딘을 기다렸다. 오딘은 신들에게 스카디를 만난 과 그녀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들은 크게 놀랐지만, 오딘의 판단과 계획을 따르기로 했다. 오딘은 곧바로 스카디의 남편 선발과 혼례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신들과 시종들을 불러 각자에 맞게 임무를 내렸다. 다음으로 신들 중에서 미혼인 남자 신들을 따로 모이게 했다. 오딘의 명령에 따라 신들과 시종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오딘은 마지막으로 로키를 불렀다.


[로키, 너에게도 임무를 맡기겠다. 이 임무를 잘 해낸다면, 샤치와 관련된 너의 처벌을 그것으로 대신하겠다.]


로키는 기뻤다. 샤치의 일을 만회할 수 있고, 더 이상 집에 처박혀있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로키는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로키에게 자택연금, 아니 근신은 너무도 힘든 형벌이었다. 오딘이 명령했다.


[너의 임무는 스카디의 두 번째 조건을 이행하는 것이다.]

[네? 뭘 하라구요?]


로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스카디의 두 번째 조건이라면 그녀를 웃게 만드는 것. 샤치의 죽음에 가장 크게 관여한 인물은 로키 자신이다. 아무리 스카디의 분노가 잠시 풀렸다 한들, 그녀가 로키에게 좋은 감정일리 없다. 그렇지 않다 해도 이제 막 아비를 잃은 딸을 어떻게 웃게 만들라는 것인가. 로키는 난감했다.


[로키. 너는 아스가르드, 아니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익살꾼이니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그럼, 가서 준비를 하거라. 나도 오랜만에 주례를 준비를 해야겠으니.]


오딘이 로키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저택으로 돌아가며 로키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대체 이걸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는 말인가. 로키의 두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러다 마음 한편에서 의외로 꽤 즐거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그 이유가 어찌 되었건, 항상 무언가 일을 벌이고 싶은 욕구. 이것은 로키의 천성이었다. 그의 비상한 잔머리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 스카디는 헤임달의 안내를 받으며 평화롭게 아스가르드의 성문을 지났다. 조금 전까지 창을 들고 위협하던 분노는 사라지고, 설렘으로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헤임달은 우선 스카디를 자신의 저택인 '히민뵤르그(Himinbjorg : 천상의 성)'로 데려갔다. 히민뵤르그의 응접실로 안내받은 스카디가 헤임달에게 물었다.


[그래, 내 조건은 언제 지켜지는 건가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니까. 다만, 우리도 갑작스러운 일이다 보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스카디, 그때까지 당신은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주기 바랍니다.]


스카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임달은 스카디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가볍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헤임달의 어머니들도 거인 출신이며, 아스가르드에 거인 출신의 신도 많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헤임달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카디는 생각했다. 발드르를 남편으로 맞이한다면, 어찌 되었건 자신도 신들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아스가르드에 거인 출신이나 거인의 피를 이어받은 신이 많이 있다면, 자신이 신들에게 따돌림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때 헤임달의 부하 하나가 응접실로 들어와 헤임달에게 무언가 귀엣말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의 말을 들은 헤임달은 스카디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준비가 잘 되어가는 것 같군요. 그럼, 이제 당신도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잠시.]

[네?]


- 바이킹의 결혼식(출처 : 드라마 '바이킹스' 중에서. https://www.history.com/shows/vikings/pictures)


스카디의 물음에도 헤임달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이내 부하와 함께 응접실을 떠났다. 홀로 응접실에 남겨진 스카디는 '혹시 저 비열한 신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그때 응접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스카디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의자를 집어 들었다. 스카디의 걱정은 기우였다. 응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한 무리의 시녀들이었다스카디는 의자를 내려놓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시녀들이 까르르 웃으며 스카디에게로 몰려왔다. 그러더니 스카디를 둘러싸고, 몸 이곳저곳을 재기 시작했다. 또 여러 색과 모양을 지닌 옷감을 스카디의 몸에 대보기도 했다.


[아.. 저.. 저기.. 무.. 무슨..]


시녀들의 움직임에 놀란 스카디는 난감했다. 평소에도 남자처럼 옷을 입고, 사냥을 즐기는 스카디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치수를 재고 옷감을 대보던 시녀들이 나가자, 이번에는 뒤에서 기다리던 시녀들이 몰려들어 스카디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데려갔다. 시녀들이 스카디를 데려간 곳은 욕탕이었다. 시녀들은 스카디의 갑옷을 벗기더니, 그녀를 욕탕으로 밀어 넣고 씻겼다. 그런 다음, 시녀들은 스카디를 또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언제 만들었는지 벌써 스카디가 입을 옷과 장신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시녀들은 스카디에게 하늘하늘한 옷을 입히고, 온갖 장신구로 단장을 했다. 스카디는 여전히 이 상황이 어색했지만, 시녀들이 하는 대로 맡길 수밖에 없었다. 단장이 끝나고 거울을 본 스카디는 깜짝 놀랐다. 거칠게 트림헤임을 누비던 여전사는 사라지고, 거울 속에는 마음에 연모의 감정을 품은 세상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에 스카디의 뺨이 붉어졌다. 모습이 바뀌어서인지 스카디의 몸가짐도 왠지 수줍고 조심스러워졌다. 그때 문 밖에서 헛기침이 소리가 들렸다. 헤임달이었다.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헤임달도 스카디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스카디의 모습은 마치 봄날의 햇살을 한껏 머금은 꽃봉오리를 떠올리게 했다. 헤임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정도면 스카디의 남편이 어떤 신이 될지는 몰라도 스카디를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헤임달은 잠깐 고개를 갸웃하더니, 시녀를 불러 무언가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시녀가 스카디의 머리 장식을 새롭게 바꾸었다. 헤임달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카디가 거울을 보니 자신의 모습이 조금 전보다도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역시, 당신의 피부에는 그 색이 잘 어울리네요.]  


헤임달의 말에 스카디의 뺨이 더욱 붉어졌다.


[신부의 준비도 끝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가볼까요? 남편 후보들도 모두 준비를 마쳤다고 하는군요.]


헤임달은 스카디와 함께 글라드스헤임으로 향했다. 스카디는 수줍은 표정으로 헤임달과 함께 걸었고, 헤임달의 부하들과 여러 시녀들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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