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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27. 2023

11.검은산의 여전사-일곱 : 결혼 피로연

북유럽 신화, 스카디, 뇨르드, 샤치, 결혼

#. 결혼 피로연


 뇨르드와 스카디는 오늘의 주인공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혼례는 오딘의 주례사로 시작되었고, 프리그의 축복으로 마무리되었다. 혼례에 이어 피로연이 시작되었지만, 이 새로운 부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뇨르드는 어색함이 가득했고, 스카디는 불만이 가득했다. 스카디는 오딘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요구했던 것은 아사 신족 중에서 남편을 고르게 해 달라는 것이었고, 뇨르드를 남편으로 고른 것도 자신이었다. 처음부터 발드르를 남편으로 달라고 요구했어야 했다. 이제는 모두가 지난 일. 좋건 싫건, 이제 자신의 남편은 뇨르드였다. 스카디는 곁에 앉아 있는 뇨르드를 한번 보고는 다시 시선을 발드르에게로 향했다. 발드르는 형제들과 함께 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복수를 포기한 건데.. 그렇게 웃음이 나니?) 하아...]


 스카디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뇨르드와 발드르는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특히 자신과의 나이차는 생각하면 할수록 버거웠다. 신들이 뇨르드의 나이를 정확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나 외모로 미루어보건대, 아무리 젊게 봐줘도 아버지뻘일 것이다. 그런 나이 많은 남편이라니.. 스카디는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오. 이렇게 나이가 많은 남편이라.]


 스카디의 한숨소리에 뇨르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치 스카디의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스카디가 고개를 돌려 뇨르드를 바라보았다. 뇨르드가 스카디와 눈을 맞추었다.


[나도 난감하오. 하지만 이리되었으니 어쩌겠소. 앞으로 당신에게 잘하겠소. 우리 잘 살아봅시다.]


 잠시 뇨르드를 보던 스카디는 고개를 돌렸다. 스카디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갑자기 가슴이 조금씩 두근거렸다. 대체 자신이 왜 이러나 싶었다. 스카디는 가만히 곁눈질로 뇨르드를 보았다. 뇨르드는 여전히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스카디는 더욱 붉어진 얼굴을 어깨 사이로 묻었다. 그때 몇몇 신들이 새로운 부부의 앞으로 다가와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뇨르드는 그들에게 답례의 인사를 하며 함께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스카디는 다시 뇨르드의 모습을 찬찬히 보았다.


- 스카디(색도 칠하다 말았네요.. 이런.. --;)


 그렇게 뇨르드를 보고 있으려니, 왜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알 것 같았다. 분명 뇨르드는 발드르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뒤처지는 것은 아니었다. 뇨르드는 여러 신들 가운데에서도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잘생기고 아름다운 신이다. 신들의 귀공자라고 불리는 '프레이(Freyr)'와 신들의 공주님이라 불리는 '프레이야(Freyja)'가 돌연변이가 아니라면,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이 대체 어디서 왔겠는가? 신들 중에서 오딘과 뇨르드는 스스로 원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둔도 돌아왔으니, 오딘도 뇨르드도 훨씬 젊은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처럼 나이가 있는 모습으로 있기를 원했다. 오딘은 신들의 왕이었고, 뇨르드도 바나헤임에서는 오딘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위치와 권위의 중요함을 알았고,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을 선택한 것이다. 나이는 뇨르드의 이런 아름다운 외모에 원숙함과 관록, 차분함과 안정감을 더해주었다. 뇨르드가 지닌 아름다움과 매력을 스카디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먼저 앞서 말했듯 뇨르드의 외모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스카디의 마음에도 들었다. 분명 가장 아름다운 신은 발드르일지 모르지만, 발드르는 가지지 못한 매력을 뇨르드는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는 뇨르드의 외모만이 아니라, 축하를 전하러 온 신들의 이야기도 한몫을 했다. 이들이 들려주는 뇨르드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 같이 아름답고, 좋은 이야기로 가득했다. 굳이 축하의 자리여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뇨르드는 모든 신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는 신이었다. 스카디가 결정적으로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은 자신을 대하는 뇨르드의 한결같은 모습 때문이었다.


- 뇨르드가 그려진 노르웨이의 우표(2004. 출처 : https://www.newworldencyclopedia.org/entry/Njord)


 신들을 통해서 스카디도 뇨르드의 사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분명 뇨르드도 억지로 이 자리에 나왔을 것이다. 그런 뇨르드를 선택한 것은 스카디였고, 어떻게 본다면 참 억지스러운 결혼이다. 낯선 땅에 인질로 오게 되었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낯선 여자거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뇨르드는 다정하게 스카디를 달래주었다. 스카디는 뇨르드의 다정한 눈빛과 손길이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아버지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과는 다른 느낌의 다정함이고, 따스함이었다. 스카디는 춥고 차가운 트림헤임 출신이지만, 가슴까지 춥고 차가운 여자는 아니다. 스카디는 천천히 뇨르드에게 애정과 연민을 느끼기 시작했다.


- 샤치의 죽음


 스카디의 애정이 시작되고, 피로연이 한참 무르익어갈 즈음.. 오딘이 손을 들어 연회장의 모든 이들을 집중하게 했다. 시종이 오딘에게 작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작은 상자를 건네받은 오딘이 가만히 스카디를 불렀다.


[스카디. 내가 너에게 결혼 선물을 하나 주려고 한다.]


스카디가 오딘을 바라보았다. 오딘이 작은 상자를 열어 스카디에게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커다란 두 개의 눈 알이 들어 있었다. 마치 맑은 구슬처럼 보였다.


[알아보겠느냐? 이것은 너의 아버지 샤치의 눈이다.]


오딘의 말을 들은 스카디가 깜짝 놀랐다. 아버지인 샤치의 눈이라니. 오딘은 가만히 샤치의 눈을 들어 올려 하늘 높이 올라가게 했다. 샤치의 두 눈은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되었다. 오딘이 스카디에게 말했다.


[이제 너의 아버지는 하늘에서 너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너의 행복을 바라는 아버지의 선물이다. 받아주기 바란다.]


스카디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이 된 아버지의 두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맑은 두 줄기가 흘러내렸다. 뇨르드가 가만히 스카디의 어깨를 감쌌고, 스카디도 가만히 뇨르드에게 기댔다. 피로연은 아침이 될 때까지 진행되었고, 새로운 부부와 이들을 축하하는 모두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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