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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r 07. 2023

12.겨울을 사랑한 봄-둘 : 프레이가 왜 저럴까?

북유럽 신화, 프레이, 스키르니르, 상사병

#. 프레이가 왜 저럴까?


 그날 이후, 프레이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안색도 좋지 않았고먼 곳을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는 일도 잦았다. 프레이의 변화를 알아차린 이들이 이유를 물었지만, 프레이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답답한 것은 프레이의 아버지인  '뇨르드(Njorðr : 힘)'였다.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프레이와 프레이야에 대한 뇨르드의 애정은 더욱 각별했다. 이 가족이 처한 상황은 남다른 것이었고, 이는 가족 간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켰다. 뇨르드에게는 자녀들의 모든 것이 걱정거리였다. 프레이가 오딘의 보좌관을 맡게 되자, 뇨르드는 격려와 조언을 하고자 프레이를 만나러 갔다.


 프레이를 만난 뇨르드는 크게 놀랐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반쪽이었다. 일이 힘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뇨르드가 물었지만 프레이는 그저 괜찮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답답한 뇨르드는 프레이의 주변에서 원인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프레이는 오딘의 보좌관 일을 잘하고 있었다. 뇨르드가 보기에도 업무의 수준이나 강도가 아들이 버거워할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아들의 상태라면,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한 두 번이나 작은 실수는 넘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들은 이방인 출신, 반 신족이다. 프레이에게 쏟는 오딘의 관심도 남다르다. 프레이가 실수라도 한다면, 오딘은 프레이를 달리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레이는 뇨르드에게 더없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아들이며, 후계자다. 그런 아들이 메말라가는 모습을 보는 뇨르드까지 덩달아 병이 날 지경이었다. 뇨르드는  '스키르니르(Skirnir : 씻어서 깨끗이 하는 자, 또는 빛나는 자)'를 불렀다.


- 프레이의 시종이자 단짝, 스키르니르


 키르니르는 프레이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시종이다. 인간인 스키르니르를 프레이의 시종으로 직접 고른 것은 뇨르드였다. 어린 스키르니르가 명석하고, 재주가 남다른 것을 보고 아들의 친구 겸, 시종으로 삼았다. 그때부터 프레이와 스키르니르는 함께 자랐다. 어린 프레이가 여러 가지를 배울 때도, 먹고, 자고 놀 때도. 언제나 스키르니르와 함께했다. 프레이와 스키르니르는 신과 인간이라는 신분을 넘어서 친구이자, 형제 같은 관계가 되었다. 스키르니르가 뇨르드의 명령으로 한동안 다른 일을 한 적도 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프레이를 보좌했다. 스키르니르는 곧바로 뇨르드의 부름에 응했다.


[어르신, 찾으셨습니까.]

[오, 스키르니르. 어서 오거라.]


 뇨르드가 반갑게 스키르니르를 맞이했다. 스키르니르만큼은 아들이 변한 원인을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키르니르도 아직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프레이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스키르니르였다. 그러나 그동안 프레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여러 번 물었지만 그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뇨르드가 스키르니르의 두 손을 가만히 잡았다.


[스키르니르, 너와 프레이는 형제와 같다는 것을 안다. 너도 나에겐 아들과 같은 아이지. 프레이가 왜 저리 변했는지 알아봐 다오. 그리고 프레이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다오. 이제 믿을 것은 너밖에 없단다.]


 뇨르드도 마치 병에 걸린 것 같은 모습이라,  스키르니르는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스키르니르에게도 뇨르드는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다.


[어르신, 제가 반드시! 프레이 님이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게 만들겠습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스키르니르의 믿음직한 대답을 듣고서야 뇨르드는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프레이는 저녁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서가에 틀어박혔다. 서가는 프레이가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다. 프레이가 창가에 앉아 있던 그때,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스키르니르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서가에 들어온 스키르니르는 포도주 단지와 가벼운 주전부리가 담긴 쟁반을 프레이의 앞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런 뒤, 스키르니르도 프레이와 마주 앉아 창 밖을 보았다. 프레이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는 스키르니르의 옆모습을 보았다. 함께 자랐지만, 여전히 젊은 모습인 프레이와 달리 스키르니르는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이둔의 가호를 받고 있지만, 스키르니르에게는 그 영향력이 다른 것 같았다. 이제는 겉모습만 보면 친구라기보다는 형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스키르니르, 프레드릭 샌더 그림(1893.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k%C3%ADrnir )


[오늘은 달빛도 좋으니 한잔 해야죠.]


스키르니르는 포도주를 잔에 따라 프레이의 앞에 놓았다. 그러더니 자신도 잔을 들어 프레이에게 내밀었다.


[모처럼이니 저에게도 한잔 주시겠습니까?]

[물론. 혼자 마시는 술은 맛이 없는 법이지.]


 프레이가 모처럼 미소를 지으며, 스키르니르의 잔에 포도주를 가득 따라주었다. 술을 받은 스키르니르는 그 자리에서 단숨에 들이켰다.


[프레이님. 지금부터 잠시 결례를 범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시종인 스키르니르가 아닌, 당신의 친구 스키르니르로서 말하는 겁니다.]


스키르니르의 말과 행동에 프레이도 긴장했다.


[나의 친구, 프레이. 난 지금 많이 슬퍼.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는, 나의 멋진 친구 프레이라고 보이지 않아. 아버님도, 여동생도, 나도. 너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너를 걱정하고 있어. 그러나 너는 그런 우리에게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지.]


 스키르니르의 말을 들으며, 프레이는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아버지와 프레이야, 스키르니르와 주위의 모든 이들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 그러나 그 이유를 말하기에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알아야겠어. 대체 지금 너를 이렇게 괴롭게 하고, 너를 갉아먹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너의 고통은 나에게도 고통이야. 그것의 정체가 무엇이건 난 기꺼이 너와 함께하겠어.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오직 너와 나, 우리 둘 뿐이야. 너의 입에서 나와 나의 귀로 들어갈 뿐이지. 그러니 나에게만큼은 이야기해 주기를 바래.]


스키르니르의 단호하고, 애정이 가득한 얼굴을 보며, 프레이도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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