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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Apr 06. 2023

14.소녀에게 차인 오딘-셋 : 나도 한 곡?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오딘, 구애, 여자, 빌링의 딸

#. 나도 한 곡?


- 문 앞의 여행자, 오딘. W.G.콜린우드 그림(1908.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H%C3%A1vam%C3%A1l )



 브라기의 노랫소리에 한동안 옛 생각에 잠겨있던 오딘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자신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당연하지만, 오딘은 브라기에게 시의 신 자리를 잘 물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기의 노래가 끝나고, 모인 신들이 박수를 보냈다. 오딘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오딘이 몸을 일으켰다.


[어디.. 나도 한 수 뽑아볼까? 좋은 시를 들었으면, 마땅히 답시를 해줘야지.]


  오딘의 말에 자리에 모인 신들은 모두 환호했다. 근래에 들어서 오딘이 시나 노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 오딘의 시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젊은 신들에게는 행운이고, 행복이었다. (원조 '시의 신'은 오딘이었으니까.) 오딘은 손으로 천천히 무릎을 두드리며 박자를 세기 시작했다. 모두가 기대하는 가운데, 오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글라드스헤임의 들위로 퍼져나갔다. 햇살은 따뜻했고,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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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01

 오딘은 '신들의 아버지'이고, '신들의 제왕'이다. 그래서인지 오딘은 지닌 능력도 매우 다양하고, 출중하다. 먼저 오딘은 '지식과 지혜의 신'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랑할 만큼 아는 것이 많다. 그리고 룬문자는 물론, 죽은 자들의 지식(발라의 지식과 마법)과 프레이야에게서 반 신족의 지식과 마법까지 손에 넣었다.


 또한, 오딘은 '전사의 신'이다. 신들 중 최고의 전사라고 하면 흔히 '토르(Thor)'를 떠올리지만, 정작 그는 '전사의 신'은 아니다. 토르는 자신의 힘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전술가이자, 용사로서의 전사에 가깝다. 삼국지의 등장인물에 비교해 보면, '여포'나 '관우', '장비'가 비슷한 부류일 것 같다. 오딘은 이런 토르의 면모에 '지휘'와 '지략'이 더해진다. 오딘은 큰 그림을 그리고, 군대를 양성하고 이끌며, 인재를 배치하여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는 전략가로서의 면모가 강하다. 


 그러면서도 그 자신의 무력도 상당하다. 태초에 서리거인들에 맞서 싸우며, 이미르를 죽인 것은 오딘이다. 그때는 신들도 많지 않았고, 오딘과 두 동생이 사실상 전력의 전부였다. 오딘은 이들을 데리고 서리거인들과 싸워 이겼다. 신들이 나서는 전장에서 언제나 최전선에 서는 것은 오딘이다. 오딘이 적에게 창을 던지는 것으로 전쟁이 시작하는데, 이렇게 오딘이 나선 전쟁에서 져본 적이 거의 없다. 


- 브륀힐트를 떠나는 오딘, 콘라드 다이리츠 그림(1892.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Odin )


 그리고 창을 놓고 물러서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멋진 시와 노래를 짓는 시의 신이기도 하다. 아들인 브라기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서 그렇지, 그전까지는 오딘이 '시의 신'이었다. 삼국지의 등장인물에 비교해 보면, '조조'에 '여포'나 '조운'이 더해진 정도랄까?


 여기에 오딘이 뒤쳐지면 서러울 능력이 앞서 말한 '이성을 유혹하는 능력'이다. 외모, 지식, 지위, 재산, 화술, 예술 등등.. 오딘이 지닌 매력을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여기에 오딘은 연애에 가장 필수라는 '자신감'도 강하고, '자존심'도 또한 매우 강하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여성은 유혹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빌링의 딸'이 유일한 실패사례다. 그러니 오딘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 PS02


 오딘이 빌링의 딸에게 차이는 이야기는 '하바말(Havamal : 높은 자의 시)'에 나오는 이야기다. 빌링의 딸이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이 '빌링의 딸'에 대해서 몇 가지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먼저 '고 에다(Elder Edda)'에 나오는 '볼루스파(Voluspa : 무녀의 예언)' '빌링(Billingr)'이라는 이름의 난쟁이가 등장한다. 이 빌링과 이번 이야기에 나오는 빌링이 동일인물이라면, 오딘이 '난쟁이의 딸'에게 차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오딘이 치욕을 넘어 스스로 니블헤임으로 뛰어들고도 남을 일이지만) 그러나 워낙 동명이인이 넘쳐나다 보니, 이 둘이 이 동일인물이라는 증거는 없다. 


- 데인인의 사적, 코펜하겐 왕립 도서관 소장(출처:https://en.wikipedia.org/wiki/Gesta_Danorum)


 다른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삭소 그리마티쿠스(Saxo Grammaticus)'가 쓴 '데인인의 사적(Gesta Danorum)'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는 '루데니안스(Ruthenians : 대체로 현재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이르는 지역)'를 다스리던 여러 왕중 한 나라의 왕(게바르라는 설도 있음)의 딸, '린드르(Rindr : 의미불명)'라고 등장한다. 배경이 달라지고, 이름이 생겼지만 오딘이 차이는 것까지는 동일하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도 등장한다. 여기서는 오딘이 마법을 써서 그녀를 가지게 되는데, 이게 또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군로드 때처럼 마법으로 유혹해서 성공한 것으로 나오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오딘이 주술사로 변신해서 린드르의 병을 치료한다며, 침대에 묶어놓고 강간한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 할배가.. 점점 막 나가네? 아놔.. --;) 그리고 그 결과로 린드르는 '발리(Vali : 복수의 신)'를 낳는다. (발리의 어머니인 '린드르'가 거인이라는 이야기도 있음) 



#. PS 03

 이번 이야기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제가 추가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01. 난나가 발드르와 언제 결혼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이번 이야기에서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했습니다. 난나가 어떤 상징을 지니고, 어떤 혈통인지는 확실하게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난나라는 이름의 뜻은 '대담한, 용감한'이란 뜻인데, 어린아이가 옹알이를 하며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뜻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발드르가 아내로 맞이할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점. 그리고 발드르의 저택인 '브레이다브리크(Breiðablik)'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라는 점에서 매우 선량하고 착한 여신이라고 추측해 볼 뿐입니다. 그녀의 혈통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노리는 '길피의 속임수'라는 시에서 그녀가 '네프르(Nepr : 의미불명)'의 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네프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설에는 네프르나 난나를 반 신족으로 보기도 합니다만, 아스가르드로 온 반 신족은 뇨르드일가 뿐입니다. 또 다른 설에서는 네프르가 오딘의 아들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발드르가 자기 조카와 결혼한 것이 되고, 근친결혼이죠. 아사 신족에서는 근친결혼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설도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힌들라의 시'에서도 난나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대체로 동명이인으로 여겨집니다. '삭소 그리마티쿠스' '데인인의 사적'에서 그녀를 '게바르(Gevar/Gewar : 의미불명)'라는 인간 왕의 딸로 그리고 있기도 합니다.


-02. 오딘이 프리그, 다른 젊은 신들과 함께 나들이를 하는 모습은 저의 상상입니다. 원전에는 없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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