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화, 헨리5세, 케네스브레너, 셰익스피어
[단테의 선곡표]에 노래를 선곡해서 올리다가 생각이 났다.
마침 이 영화를 소장 중이어서 다시 보았다. (음.. 역시 지금 봐도 좋은 영화다.)
이 영화를 언제 처음 보았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 TV에서 몇 번 본 적이 있긴 한데, 그때는 대체로 채널을 돌리다 중간부터 보곤 했다.
아마도.. EBS 하고.. 케이블이었던 것 같다.
EBS에서 교육방송만 하는 게 아니다. 은근 재미난 영화도 많이 해준다.
심지어 가끔 옛날 명작 만화도 해준다!('베르사유의 장미'라던가.. '빨강머리 앤'이라던가..)
미리 말하는데.. 이 영화는 티모시 살라메가 나온 '더 킹, 헨리 5세'(2019)가 아니다.
1989년 작으로 셰익스피어 오타쿠, '케네스 브레너(Kenneth Charles Branagh)'의 작품이다.
(이 아재도 감독에 주연까지 혼자서 다해먹는 편이다.^^;)
당연히 원작은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다.
영화의 대사도 셰익스피어의 원작 대사를 따르고 있으며,
영화이면서도 마치 연극과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많다.
시작 부분은 물론 중간중간 해설자가 나와서 해설과 설명을 해주기도 하는데,
이건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따른 것이다.
영화나 원작에서는 헨리 5세가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한 것으로 그려져 있지만~
역사와는 다르다. 헨리 5세 젊은 시절부터 야망도 크고, 정치적인 인물이었다.
더불어 그 누구보다 나랏일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돌아온 탕아'로 그려지지만 그런 것과는 그닥.. 거리가 멀었다.)
나는 전쟁신도 충분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눈으로 보기엔 멋있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CG도 없고, 지금처럼 돈으로 영상을 바르지도 않았다.
(물론 당시로 보면 나름 물량을 투입한 거지만..)
난 그래서 더 매력적인 전쟁신이 되었다고 본다.
영화이긴 하지만 어디까지 무대의 형식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까.)
특히 [하플러] 공성전은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을 보는 것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해설자는 여러 차례 강조한다. '상상해 보라!'라고.
그리고 영화 자체가 재미있다.
나처럼 시대물이나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케네스 브레너 자체가 셰익스피어 덕후라서.. --;)
특히 아쟁쿠르 전투 전에 헨리 5세가 하는 연설은 진짜 명연설로 전해진다.
다만.. 이건 실제 헨리 5세가 한 말이라기보다는 셰익스피어의 창작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이 연설은 꽤 많이 회자되었고,
이후 수많은 이들과 수많은 작품에서 수없이 인용되고, 오마주 하기도 했다.
그 연설은 대충 다음과 같다.
[오늘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그들의 자식에게 두고두고 전할 것이다.
성 크리스핀의 날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니,
오늘부터 세상 끝날까지 우리는 이 날이 돌아올 때마다 기억될 것이다.
우리, 비록 수는 적으나 그렇기에 행복한 우리들,
우리는 모두 한 형제이니라.
오늘 이 전투에서 나와 함께 피를 흘리는 자는
내 형제가 될지니, 그 신분이 아무리 비천하다 해도
오늘부로 그 신분은 귀족이 될 것이다.
지금 잉글랜드에 남아 편히 침대에 든 귀족들은
여기 있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겠지.
우리와 성 크리스핀의 날에 함께 싸운 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용기를 부끄럽게 생각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의 젊었던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재미도 상당하다.
지금이라면, 이 배우진 꾸리는 것만으로도 영화비의 절반이상이 날아갈 거다.
그리고 그중에는 영화비를 모두 들인다고 해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배우도 있다.
그래서 '누가 누가 나오나~~~~'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단 그중 아주 유명한 배우 몇 명의 모습을 올려봅니다.)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 또는 TV의 채널을 돌리다 이 영화를 만나게 된다면..
한번 즈음 보시길 추천해 본다.
# PS 01
◆ [ 아쟁쿠르(Agincourt)전투 ]
[아쟁쿠르 전투(Battle of Agincourt)]는 '백년전쟁(Hundred Years' War)' 기간에 펼쳐진 중요한 전투 중 하나다. 1415년 8월 25일 금요일, 성 크리스핀의 날(St.Crispin) 날에 벌어진 전투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헨리 5세(Henry V)'는 북프랑스를 침공, 긴 공성전 끝에 '하플러'를 함락시킨다. 그러나 많은 부상자와 질병으로 인해 헨리 5세는 칼레로 퇴각한다. 그러나, 바로 이때. 프랑스의 '샤를 6세(Charles VI)'의 군대가 헨리 5세를 추격해 왔다.
영국군은 행군을 멈추고 프랑스 군을 맞이했다. 이렇게 두 군대는 아쟁쿠르에서 맞붙는다.
영국군이 영국을 출발할 때의 병력이 궁수와 보병, 중장기병을 합해 1만 내외의 병력이었다. 그러나 하플러 공성 이후, 질병과 부상자를 제외하고 약 6~7000명 전후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비해 프랑스 군은 기록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장기병 중심의 2만 5천 명의 대부대였다.
비로 인해 전투가 연기되었을 때, 영국군을 본 프랑스 군은 득의양양했다. 영국군은 군세도 자신들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구성도 평민과 하급귀족이 중심이 된 궁수와 보병이 대부분이었다.
프랑스 군은 지휘관은 '샤를 드 알베르(Charles d'Albret)'를 필두로, 많은 '아르마냑(Armagnac)'지방의 유력 귀족들과 그들의 세력이 중심이었다.
프랑스 군은 날이 밝으면 바로 영국촌놈들을 기병의 말발굽으로 짓밟아버릴 계산이었다. 몇 시간 동안의 대치가 계속되다 선제공격을 가한 것은 프랑스가 아닌 영국이었다. 헨리 5세는 궁수대를 전면배치하며, 노골적으로 프랑스 기병대를 자극했다. 이에 프랑스는 중장기병으로 총돌격을 감행했는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영국군은 프랑스 기병대가 사거리에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화살을 날렸다. 일부 기록과 주장에 따르면, 분당 3만 발에 달하는 화살이 쏟아졌다고 한다.(뭐.. 늘 그렇듯. 전쟁사에는 과장과 뻥이 좀 많은 법이다.)
말 그대로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 것이다.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장궁병(Long Bowman)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간신히 화살비를 뚫은 프랑스 기병대를 11피트가 넘는 대형말뚝이 기다리고 있었다. 돌격해 오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기병대는 말뚝에 찔려 넘어졌다. 불운은 이미 예견된 건지도 몰랐다. 사실 전장 자체도 기병대에겐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날 내린 비로 아쟁쿠르는 말 그대로 진흙뻘과도 같았다. 그렇다 보니 수가 많은 것은 오히려 불리했다. 프랑스 군은 아군끼리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하고 그대로 진흙뻘에 갇혀버렸다. 영국군은 이들을 상대로 치열한 육박전을 벌였다.
그리고 전투가 끝났을 때, 승리는 영국군의 것이 되었다. 영국군은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것에 비해 프랑스는 사망자만 8000명이 넘었다. (물론 이것도 기록에 따라 차이가 심하고, 가장 말이 많은 부분이다. 실제로 많이 과장된 기록이다.)
이 믿기지 않는 승리를 헨리 5세는 신의 도움으로 돌렸고, 셰익스피어는 이 전투를 소재로 <헨리 5세>라는 작품을 남겼다.
# PS 2
영국군의 대부분은 평민들이었다. 사실 전쟁은 왕의 놀음이다.
전쟁터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리고, 많이 죽어간 평민에겐 무엇이 남는가?
영화 속에서 한 병사는 말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죽어간다.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와.. 나는 죽는 게 두려워.]
충성, 명예.. 그것은 분명 고귀하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헨리 5세가 '우리는 형제다!'라고 외쳤지만, 그것은 그저 사기를 올리기 위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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