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는 아까부터 강가의 바위에 걸터앉아 하품을 했다. 로키가 앉아있는 바위 위에는 언제 가져왔는지 술이 가득 담긴 술병 몇 개와 꼬치안주가 가득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다. 술병을 들어 꿀꺽꿀꺽 마시는 로키의 목 아래로 브리싱가멘이 반짝였다. 로키의 주변에는 헤임달의 부하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그다지 경계는 필요없었다. 스림의 저택에서 근처에 있는 거인들의 장례식도 함께 진행 중이었으니까. 로키와 헤임달의 부하들은 천둥과 번개 소리가 요란한 스림의 저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새벽녘이 되자, 천둥과 번개소리가 멈추었다. 장례식까지 마친 스림의 저택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잠시 후, 강둑에 거인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쓴 토르가 나타났다. 아름다운 드레스와 장신구는 흔적도 없었다. 토르는 강으로 내려와 종아리까지 차는 곳까지 들어가 묠니르와 몸에 묻은 피를 씻었다. 로키가 턱짓을 하자, 헤임달의 부하들이 뒷정리를 하기 위해 강을 건너 스림의 저택으로 향했다.로키는 꼬치 하나와 술병을 들고 토르에게 향했다.
[아~ 뭔 날씨가 이래~ 오밤 중에 천둥에~ 벼락에~?! ]
로키가 토르에게 시원한 미드가 가득 담긴 병을 내밀었다. 토르는 목이 말랐던 터라 단숨에 술병을 모두 비웠다. 토르가 입술을 닦으며, 해맑게 웃었다.
[왜? 거 때려죽이기 따악~ 좋은 날씬데? 하하!]
로키도 토르와 함께 호탕하게 웃었다. 토르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슬슬 돌아가볼까? 돌아가면.. 한 잔 어때?]
[거 좋지~!]
로키도 시녀 옷을 벗어던졌다. 두 신은 쾌활하게 웃으며 아스가르드를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신들의 보물이자, 토르의 보물인 묠니르는 다시 주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이후, 토르가 묠니르의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토르는 묠니르를 도둑맞음으로써 명성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나, 스림과 그 일족을 때려죽임으로써 그 모든 것을 다시 회복했다. 이 일은 아홉 세상에 '토르'라는 이름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토르의 이미지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다. 대체로 토르는 키가 크고, 거인 못지않게 덩치가 좋다. 또한, 거인들도 두려워할 만큼 매우 힘이 세며,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강한 전사다. 여기에 더해 토르는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외로 토르의 외모에 대해서는 이런 이미지 이외에는 그리 자세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토르의 외모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록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마도 이럴 것이다..'라는 형태로 전해져 내려온 것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먼저 토르는 상당한 미남이다. 그중에는 토르가 금발에 금빛 수염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의 수염이 붉은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의 머리색과 수염 모두가 붉은색이거나 갈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가 가장 현대적인 모습으로 수정된 것이 '마블'시리즈에 등장하는 토르의 모습이 되었다.
-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토르, 우리에겐 가장 익숙한 모습의 토르일지도.(출처 : https://movie.daum.net/ )
#.PS02
이번 이야기에서도 이번 이야기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추가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01. 토르와 로키가 함께 술을 마시는 부분은 저의 상상입니다. 원전으로 불리는 '스림의 시(Þrymskviða)'에는 '어느 날 아침에 토르가 묠니르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로키를 찾아가서 '따지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합니다. 평소였다면 아무리 토르라고 해도 로키부터 의심하고 닥달했을텐데 말이죠. 또, 이번 이야기에서 로키의 행동을 보면 토르나 다른 신들에게도 의심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는 로키에게 적절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토르와 로키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으로 이야기를 추가했습니다.
-02. 헤임달은 원전에서도 중간부터 등장합니다. 묠니르가 도난당했는데도 헤임달이 등장하지 않았고, 로키가 스림을 만나고 와서야 등장하거든요. 그래서 헤임달에게도 적절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주었습니다.
-03. '검은 얼음산'이라는 지역은 제가 임의로 설정했습니다. 원전에서는 지역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스림(þrymr : 술렁거림, 소음, 소란)'은 '거인의 왕'으로 등장합니다. 굉장한 힘과 세력을 지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제가 썼던, '북유럽 신화 이야기 1.0'에서의 설정을 가져와 그를 '검은 얼음산'의 군주로 묘사했습니다.
스림의 성격이나 배경이야기는 제가 약간 추가를 했습니다. 원전에서는 '거인의 왕으로 불리는 세력가에 도둑질을 잘하지만, 동시에 상당히 멍청한 거인'이라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림에게도 그럴만한 이유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04. 원전에서는 '헤임달의 부하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상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등장시켰습니다.
-05.'보르(Vor : 조심스러운 자)'는 일부 전설이나 이야기에서 '지혜의 여신' 또는 지혜와 관련이 있는 여신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북유럽 신화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