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브런치에 들어와서 새로운 글도 읽고, 내 서랍도 살펴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동일한 제목에, 동일한 내용의 글이 두개씩 있었다.
[어라? 이거 왜 이러지? 글이 복사가 된건가?]
그래. 여기서 내 착각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브런치에는 글복사 따위의 기능은 없다. 그럼에도 글이 두개씩 보이니 하나는 지워야지 싶어졌다. 그래서 글이 복사된 듯한 글을 하나씩 지워나가던 그때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혹시 이거 단순 오류 아닐까?]
그래서 지우던 것을 멈추었다. 일단 지우고 남은 글을 살펴보니 그대로 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찜찜함에 앱을 종료하고 다시 들어와봤다. 그리고.. 지금의 심호흡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글 복사라고 생각했던 것은 단순 오류였다. 몇시간씩 걸려서 쓴 세 개의 글은 그렇게 유명을 달리했다.
하아.. 하지만 어쩌겠는가? 브런치 앱 오류라고는 하지만 내가 착각하기도 한 것을. 살짝 화도 났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어제 내가 올린 북유럽 신화 이야기의 파트 제목처럼.. 이제와서 되돌릴 방법은 없다. 다시 쓰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래도 더 많은 글을 지우지는 않았고, 다행히 글 내용은 내 머릿속에 있으니까. 다만.. 다시 적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긴하다. (라고 쓰고 '이걸 언제 다시 쓰나..'라고 읽는다.) 또 한편으로는 이전보다는 낫다며 스스로를 위로중이다. 예전에 엄청난 양의 글과 자료를 날려먹은 적이 두 번 정도 있다보니 글 세 개는 좀 견딜만하다.
첫번째는 스무살을 갓 넘긴 때였다. 난 대학에 들어가면서 처음 컴퓨터를 가지게 되었고, 컴퓨터를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친구들이 특정 일자에 도는 바이러스를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해줬는데, 내가 그걸 깜빡했었다. 그 결과.. 내가 2년정도 써오던 이야기와 설정, 자료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하하.. 그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약 100화 넘게 썼던 이야기와 쌓아가던 설정과 자료는 아직도 복구하지 못했다. 솔직히 그때 썼던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보면 빈틈도 많고, 어색하다. 이후에 내 머릿속에서 변화도 많아졌고. 그러나 이야기를 쓰면서 만들고 정리하던 설정과 자료는 지금도 너무 아쉽다. 정말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만든 것들인지라..
두번째는 서른즈음이었다. 컴퓨터를 새걸로 바꾸면서 자료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마침 예전에 쓰던 하드에 배드섹터가 심해진 탓도 있었다. 정리를 마치고, 백업용 하드에 자료도 넣었다. 새 컴퓨터에 백업용 하드를 연결했다. 그리고 배드섹터가 난 하드는 잘 부숴서 폐기하고, 다른 하나의 하드가 있길래 포맷을 해버렸다.. 그리고 새 컴퓨터를 켰을 때 내가 포맷해버린 것이 백업용 하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하.. 그동안 써온 그 많은 글과 자료가 또 다 사라졌다. 중단편 소설, 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한 글. 급한 마음에 복구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실패. 복구프로그램이란 걸 받아서 돌려도 ㄷ핬는데 실패였다. 복구된 글과 자료는 1/3도 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열어보니 외계어투성이었다. 하하.. 이 때 쓴 글과 자료도 또한 거의 복구하지 못했다.
이후, 난 꽤 길게 현자타임이 와서 글을 쓰지 못했었다. 그리고 백업을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는데.. 문제는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 2년정도 글을 쓰지 않으면서 이 백업하는 습관을 깜빡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가 지금처럼 글을 날리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다행히 날린 글은 세 개뿐이고, 머릿속에 어느정도 남아있으며, 다시 쓸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백업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되었으니까. 다만.. 약간의 현자타임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