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하늘에는 나드가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빌스키르니르의 대문앞 공터에서는 사위 시험(?)이 시작되었다. 토르가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후후. 자, 들어봐? 난 말이야. 힘과 용기도 있지만, 그것이 생각보다도 먼저 앞서는 경향이 있네. 그래서 종종 놀림을받곤 했었지.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간다고 말이야. 그래서 난 하나밖에 없는 우리 딸에겐 좀 똑똑하고 현명한 녀석을 짝지어주고 싶었어.]
토르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알비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힘이라면 문제였지만, 머리라면 자신이 있는 알비스였다. 토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말이야.. 내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 전혀 막힘없이 대답한다면 스루드를 너에게 시집보내주지. 어때? 내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보겠나?]
토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비스가 말했다.
[난 알비스! 위대한 알비스! 위로는 하늘! 아래로는 아홉 세계의 모든 것을 알지! 세상 최고의수재! 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난 '알비스('모든 지혜'라는 뜻)'니까! 난 알비스! 모든...]
[아, 알았네. 알았어! 그럼 내 첫 번째 질문을 하지.]
왠지 모를 웃음과 함께 토르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우선 물어보겠네. 나와 자네. 그러니까 지금 우리의 발아래에서 우리를 둘러싼 것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또, 각 종족들은 그것을 무엇이라 하는지는?]
토르의 물음에 알비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뭐야? 괜히 긴장했잖아? 첫 문제라 그런지 쉽군. 그건 흔히'대지(Jord)'라고 하는 거라고. 너희 같은 신이란 작자들은 '들판(Fold)'이라고 하기도 하고. 지들이 똑똑한 줄 아는 바나헤임 것들은 '길(Vega)'이라고 하지. 아주 시인들 나셨어? 하!]
알비스는 비아냥을 섞어가며 대답했다.
[옛날 그짝의 아부지, 오딘이 이미르란 노친네를 죽여서 그몸뚱이로 만든 것이지. 뭐, 대체로 '대지', 또는 '땅'이라고 하면 다 알아들어.]
토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흠흠.. 그렇지~ 그렇다면 다음 문제를 내지. 나와 자네, 우리들의 머리위를 둘러싸고 있는 저 둥근 것을뭐라고 할까?]
[하아.. 뭐야.. 저건 '하늘(Himinn)'이라고!어떤 놈(아사 신족)은 '구름공장(Hlyrnir)'이라고도 하고, 다른 놈(반 신족)은 '높은 집(Vindofni)'이라고도 하지. 뭐,저것도전에 오딘이 이미르의 머리통을 짜개서 그 두개골로 만들었어. 그 네부분의 모서리를 우리 동네난쟁이들이 지탱하며 관리하지. 흥흥~]
알비스가 너무 쉽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토르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물었다.
[호호. 정말 많이도 아는군, 그래. 그럼 다음 질문이네. 지금 저기 저 하늘위에 말이야, 하루 동안 우리의머리위를 두대의 하얀 마차가 달려가는 것을 뭐라고 하지?]
[아, 그건 '해'와 '달'이지. 해는 마부인 거인 '솔(Sol)'이 끄는 마차이며, 달은 솔의 여동생인 '마니(Mani)'가 이끄는 마차로 둘 다 금발의 하얀 피부를 가진 거인들인 걸 몰라서 그래?]
토르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정말로 많이도 아는군. 이름대로 똑똑해.]
[그렇다면, 스루드를 어서 내 신부로 주지?!]
알비스가 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토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응~ 이제 시작이야. 지금까진 긴장을 풀어주려고 낸 문제라고. 아직은 아니지. 난 아직도 더 많이 알고 싶은 것이 있거든. 그것들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대답한다면내 스루드를 시집보내주지. 그럼, 다음 질문~]
토르는 이후에도 낮과 밤, 구름과 바람, 바다와 불, 숲과 곡물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내었다. 알비스는 그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었고, 거침없이 답변했다. 알비스는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다. 하늘이 푸르스름해지고 알비스에게는 토르가 왠지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토르의 질문꺼리가 떨어져 가는 것 같았다.
[(이제 곧 스루드를 품어보는구나!) 어이, 장인양반! 이만하면 내가 얼마나 위대하고, 똑똑한지 증명한 거 같은데?!]
알비스가 외치자, 토르가 가만히 손가락을 휘저었다. 알비스는 토르의 행동에 짜증을 냈다.
[뭡니까?! 아직도 더 남았나요? 당신의 머리는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글쎄? 내 머리가 여기까지라고? 흠.. 그럼 내 마지막 질문을 하지. 진짜 마지막 질문이니 대답을 잘해야 할꺼야.]
알비스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흥! 고집도 어지간해야지 원.. 좋아! 진짜 마지막이야!]
[자네, 저게 뭔지 아나?]
토르가 자신의 왼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알비스가 화를 냈다.
[뭔 질문이 그따위야!]
[내 마지막 질문이라고? 장가가기 싫어?]
토르가 빙그레 웃자, 알비스가 고개를 저었다.
[하아.. 대체 저게 무ㅓ ..]
토르의 손가락을 따라 몸을 돌리던 알비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토르의 손가락이 향한 쪽은 동쪽이었다. 어느덧 밤이 지나고 하늘에서 아침해가 떠올랐다. 알비스가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아침햇살이 알비스를 비추었고, 알비스는 그대로 단단한 돌조각으로 변해버렸다. 지하에서 생활하는 알비스 같은 난쟁이에게 밝고 따뜻한 태양의 빛은 죽음의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