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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Dec 16. 2022

03. 지식을 탐하는 욕망-여섯 : 오딘의 계획

북유럽신화, 오딘, 볼베르크, 바우기

#. 오딘, 당신은 계획이 다 있구려?


수퉁은 자신이 얻은 보물에 대해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고, 결국 오딘의 귀에 까지 들어갔다. 그렇지않아도 크바시르의 죽음이 미심쩍었던 오딘은 더욱 유심히 난쟁이 형제들을 지켜보아오고 있었다. 이제 모든 사정을 알게 된 오딘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오딘이 다시금 행동할 때가 왔다. 오딘은 다시금 요툰헤임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딘은 수퉁이 시예의 봉밀주를 숨겨둔 곳이 아닌, 근처의 넓은 들판으로 향했다. 오딘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 영화 '기생충' 중에서, (출처 : https://tenor.com/biuKO.gif )


수퉁에게는 '바우기(Baugi:귀금속 팔찌)'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오딘은 그에게 먼저 접근하기로 했다. 들판에서는 바우기의 노예, 아홉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깎고 있었다. 그들이 풀을 베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오딘이 말했다.


"그따구로 해서 어느 세월에 저 넓은 들의 풀을 다 벨꼬?"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왠 이상한 자가 나타나 딴지를 걸자 부아간 노예가 대답했다.


"댁이 뭔데 참견이야! 그렇지 않아도 낫이 안나가서 짜증나는구먼!"

"나? 난 '볼베르크(Bolverkr: 악의 집행자)'라는 그냥 지나가던 나그네지. 그나저나 낫이 안나간다고? 흠.. 마침 나한테 좋은 숫돌이 있는데, 낫을 이리 가져와보게. 내 낫이 아주 잘나가게 갈아주지."


낫을 갈아준다는 말에 노예들이 낫을 들고 오딘의 곁으로 모였다. 오딘은 자신의 숫돌로 그들의 낫을 아주 날카롭게 갈아주었다. 낫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스치기만해도 두꺼운 풀들이 너무도 쉽게 잘려져 나갔다. 노예들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이보시오, 나그네 나리~ 이거 낫이 너무 잘가는걸? 정말, 고맙소!!"

"나그네 양반, 그 숫돌 아주 물건이구먼. 그거 나한테 팔지 않겠소?"

"아니, 아니, 나한테 파쇼. 내 저 치보다 더 쳐드리리다."


노예들은 앞다투어 오딘의 숫돌을 탐냈다. 그러자 오딘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숫돌을 하늘로 던졌다.


"누구는 이 숫돌을 잡는 자가 저 숫돌의 주인이다!"


오딘의 말을 들은 노예들은 숫돌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다투기 시작했고, 급기야 낫으로 서로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그리고 숫돌이 들판에 떨어졌을 때, 들판에는 목이 없는 아홉구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오딘은 가만히 숫돌을 챙기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딘이 바우기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된 뒤였다. 오딘은 바우기를 찾아가 하룻밤 신세를 좀 지게 해달라고 했다. 갑자기 노예들이 죽어버려서 상심해있던 바우기는 낯선 나그네의 등장이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그네를 대접하지 않고, 보낼수도 없어 못마땅했지만 그를 받아들였다. (이런 접대의 관습은 북유럽뿐만 아니라 많은 문화권에서 등장한다.) 바우기가 뚱한 표정으로 대충 차려준 식사를 마친 오딘이 물었다.


"주인장,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소?"

"말도 마쇼. 낮에 내 노예들이 싸그리 죽어버렸다오. 다들 모가지가 날아가버렸지."


바우기가 한숨을 쉬더니, 머리를 싸잡으며 말했다.


"하아, 아씨! 시킬 일이 산더미인데, 이 판국에 어디서 노예를 구하라는거야! 아, 이 미친것들!"

"흐음.. 그런 일이 있으셨군. 상심이 크겠소."


바우기를 위로하는 체 하던 오딘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아, 그럼 이건 어떻소? 나, 볼베르크! 이것도 인연인데, 내가 보시다시피 힘을 좀 쓴다오. 내가 그 친구들의 일을 해주겠소."

"정말이오! 그래주기만 한다면야, 내 정말 더 바랄게 없겠소! 그래주겠소?"


바우기가 오딘의 두 손을 잡으며 기뻐했다.


"물론~! 다만 품삯은 내가 원하는 걸로 주면 좋겠는데.."


순간 바우기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 하지만 지금와서 새로운 일꾼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더군다나 자신해서 일을 해주겠다는 일꾼은 더 구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품삯은 나갈 수 밖에 없었고.


"그래, 품삯으로 뭘 주면 되겠소?"


바우기가 묻자, 오딘이 턱수염을 긁으며 대답했다.


"당신 형인 수퉁이 아주 맛있는 마법의 술을 가지고 있다던데, 나한테 그 술 한모금만 주시오."

"아니, 그건 좀.."


바우기가 깜짝 놀라 말했다.


"왜? 안되오?"

"아니.. 내가 주기 싫은게 아니라.. 사실 내가 우리 형과는 좀 사이가 대면대면한지라. 나도 형이 그런 술을 가지고 있다는 소린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치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데, 내가 달란다고 줄 치가 아니라서.."

"그럼 다른 일꾼이나 찾아보셔."


오딘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늉을 하자, 바우기가 두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아니, 잠깐만! 뭔 성질이 이리 급하신가~ 내 그리함세. 고작 술 한모금인데, 그거 하나 못얻어오겠는가!?"

"약속하신거요?"

"물론이지! 대신 일은 정말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줘야하네?!"


오딘은 그렇게 바우기에게 고용되었다. 그 해 여름 내내 오딘은 바우기를 위해 일했다. 이 새로운 일꾼은 바우기를 놀라게 했다. 일하는 양은 물론, 그 속도도 아홉명의 노예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빨랐다. 세상에 일당백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렇게 진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깔끔해진 들판과 가득찬 창고를 보며 바우기는 더할나위 없이 기뻤다. 




그러나 오딘이 일을 마치고 댓가를 요구하자 바우기는 난감해졌다. 형제라고 하지만 수퉁과 바우기는 사이가 그렇게 끈끈한 편은 아니었다. 사실 끈끈하기는 커녕 남보다도 못한 사이였다. 바우기는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수퉁이 무서웠고, 수퉁도 자신과 성격이 다른 바우기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바우기는 난감했지만, 이미 약속을 했으니 어쩔수 없었다. 바우기는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기며 수퉁을 찾아갔다. 바우기는 수퉁에게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 제발 봉밀주 한 모금만 나누어달라고 간청했다.


"택도 없는 소리!"


바우기는 수퉁에게 말을 더 건네고 자시고도 없이 쫓겨났다. 바우기는 답답한 마음에 수퉁의 집 주변을 돌다가 수퉁이 술을 숨겨두었다는 동굴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바우기는 그거라도 알려주면서 볼베르크를 달래보자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소식을 들은 볼베르크(오딘)도 화를 내긴 마찬가지였다.


"택도 없는 소리!"


바우기는 자신은 정말 최선을 다했음을 설파하면서 달랬다. 한참 뒤 오딘이 말했다.


"하아..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당신이 그 마법의 술이 숨겨졌다는 동굴의 벽에 구멍을 내주시오. 그 술을 마시는건 내가 알아서 하겠소."


- 동굴에 구멍을 뚫는 바우기와 볼베르크 (출처 : https://pt.wikipedia.org/wiki/Baugi#/media/Ficheiro:Processed_SAM_rati.


바우기는 정말 난감했다. 구멍이야 뚫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상대가 잔인하기로 이름난 자신의 형 수퉁이다. 거기다 볼베르크는 이미 계약한대로 일을 마쳤고, 아무리 달래도 도무지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계약은 계약인지라, 바우기는 수퉁 몰래 구멍을 뚫어주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바우기는 볼베르크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시예의 봉밀주가 숨겨진 동굴 뒷편으로 숨어들었다. 그런 뒤 송곳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동굴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바늘구멍정도 구멍이 뚫어지자, 바우기가 걱정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이.. 이정도면 되겠는가?"

"아니, 이제 뚫기 시작한거 아뇨. 동굴 안쪽은 보여야지!"


바우기는 형에게 들킬까 걱정되었지만, 보채는 볼베르크의 말에 다시금 송곳을 넣어 구멍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러다 손가락 한 두개가 들어갈 정도로 구멍이 커지자, 식은 땀을 흘리며 볼베르크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정도면 어떻겠나?"


오딘은 다가가 구멍을 보았다. 안쪽에서 서늘한 공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딘은 순식간에 작은 뱀으로 변해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란 바우기가 자신도 모르게 송곳으로 오딘을 내리쳤지만, 이미 오딘은 구멍 깊숙이 들어가 버린 후였다. 오딘이 구멍 속으로 사라지자, 바우기는 한참을 그저 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러다 황급히 송곳을 챙겨 집으로 달아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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