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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y 12. 2023

17.요툰헤임여행기01-셋 : 새로운 인연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로키, 티알피, 로스크바

#. 새로운 인연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았다. 일찍 일어난 토르는 묠니르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토르는 묠니르를 들고, 산양의 가죽 위에 올려진 뼈를 향해 정화의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놀랍게도 뼈와 가죽이 한데 어우러지더니 지난밤 먹어치운 두 마리의 산양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토르는 되살아난 산양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마차에 메어놓기 위해 마차 쪽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토르는 자신의 산양 한 마리가 뒷다리를 절고 있는 것이 보였다. 깜짝 놀란 토르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누구냐?! 누가 내 말을 무시하고, 내 산양의 뒷다리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말이냐?!]


 토르의 고함소리에 잠이 깬 로키와 농부 가족이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로키는 자신은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로키는 토르의 산양들이 마법의 산양을 알고 있었기에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닥에 엎드린 농부 가족은 하얗게 질려 벌벌 떨었다. 토르가 농부 가족을 노려보는데, 티알피가 울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뼈의 골수를 빨아먹었습니다. 너무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고기라.. 죄송합니다! 저는 어떤 벌이든, 신께서 내리는 벌을 받겠습니다. 부디 저를 벌하시고, 저희 가족의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티알피는 토르에게 자비를 구하며 눈물을 흘렸다농부도 토르의 자비를 구하며 간청했다.  


[신이시여! 모든 것은 저의 죄입니다! 저의 목숨과 제 모든 것을 바칠 테니, 제발 제 아들만은 살려주십시오! 제발.. 간청하나이다!! ]


 농부의 아내와 티알피의 여동생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농부와 그 가족을 보며, 토르는 분노가 사그라들며, 대신 애잔한 마음이 차올랐다. 토르는 인간을 사랑했다. 농부와 그 가족들이 변변치 않은 형편에도 자신과 로키를 기꺼이 맞이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내어 준 것을 잊지 않았다. 티알피는 숨기지 않고 스스로 잘못을 빌었다. 농부와 나머지 가족들도 서로를 감싸며 토르에게 간청했다. 토르는 가만히 한숨을 내 쉬었다.


[하아.. 좋다. 티알피, 네가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엾게 여겨 너의 목숨을 거두어가지는 않겠다.]


토르의 말을 들은 티알피와 농부의 가족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토르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나 벌은 받아야 한다. 그래, 티알피.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이냐?]


티알피가 대답을 주저하자 곁에 있던 티알피의 여동생이 대신 고개를 들어 말했다.


[토르 님, 우리 오빠는 달리기를 정말 잘해요!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빨리 달릴 수 있을 거예요.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스키르니르(Skirnir : 씻어서 깨끗이 하는 자)' 님보다도 빠를지도 몰라요.]


그 말을 들은 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티알피의 여동생에 물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럼 우리 귀여운 꼬마 아가씨의 이름은 뭐지?]

[전 '로스크바(Roskva : 쾌활, 용감)'라고 합니다.]


 울음은 멈췄지만,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로 로스크바가 대답했다. 토르는 잠시 티알피와 로스크바 남매를 바라보았다. 로키는 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는데, 토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마침내 토르가 말했다.


[티알피, 너에게 벌을 내리겠다. 너는 내 말을 어기고, 내 산양의 다리를 절게 했다. 그러니 네가 그 다리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티알피! 너는 이제 내 부하가 되어 평생을 일해야 한다! 그리고 로스크바! 너는 네 오빠를 도와 그의 일을 도와야 한다! 알겠느냐?! 이것으로 내 산양의 다리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


 토르의 갑작스러운 판결을 들은 티알피와 로스크바, 농부와 그의 아내는 너무 놀라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서로를 쳐다보던 농부와 그의 아내는 곧 토르의 뜻을 알았다. 토르가 내린 판결은 벌이라기보다는 배려였다. 농부 부부는 머리를 땅에 대고 절을 하며몇 번이고 감사했다. 농부 부부는 펑펑 울었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고, 동시에 슬픔의 눈물이었다.


- 토르와 여행을 하는 로키, 티알피와 로스크바. 마르틴 에스킬 윙게 그림(1893.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File:Ed0012.jpg )


 이제 자신의 아이들, 티알피와 로스크바는 토르를 모시게 되었다. 인간이 신을, 그것도 자신들의 수호신을 섬기게 되었다는 것은 더없는 영광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들은 더 이상 힘들고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먹고, 입고, 자고.. 살아가는 그 모든 것을 이제부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두 아이들은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풍요로움을 얻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두려움에 떨며 살지 않아도 된다. 두 아이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다. 토르가 그 모든 것을 책임져 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농부 부부가 자신의 두 아이와 이별을 하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두 아이는 토르를 섬기게 되었으니, 이제 토르를 따라가야 한다. 토르가 어디를 가건, 그를 모셔야 한다. 토르는 자애로운 신이니언젠가 두 아이를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들이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 것인가? 농부 부부는 행복하면서도 슬펐다.


 티알피와 로스크바도 멍하게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티알피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지만, 로스크바는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감사의 절을 마친 농부 부부는 서둘러 티알피와 로스크바가 토르와 함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티알피에게 토르를 모시면서 주의할 점을 몇 번이고 강조하는 농부의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로스크바를 꼬옥 끌어안은 농부의 아내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 이제 그만 적당..]

[좀 더 기다려 줘.]


한참을 기다린 로키가 슬슬 짜증을 내려는데, 토르가 손을 들어 로키를 막았다. 잠시 후, 농부 부부는 티알피로스크바 남매와 함께 토르에게로 다가왔다. 농부 부부는 토르를 향해 다시 머리를 숙였고, 토르는 가벼운 목례로 이에 답했다. 토르는 농부 부부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자신의 두 마리 산양과 마차를 맡겼다. 토르와 로키, 티알피와 로스크바는 각자 필요한 짐을 나눠지고 농부의 오두막을 떠났다. 티알피와 로스크바는 멀어지는 부모님을 향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토르는 이제 요툰헤임을 향해 길을 잡았다. 마차가 아닌 걸어가는 데다, 여행이 익숙하지 않은 두 아이들이 있어서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토르는 무언가 앞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때는 발 빠른 티알피를 먼저 보내 알아보게 했다. 티알피는 영특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 또한 로스크바가 자랑한 대로, 매우 민첩하고, 발이 빨랐다. 토르는 티알피가 자신의 마차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느새 다시 날이 저물었고, 토르는 티알피와 로스크바에게 노숙을 할 준비를 시켰다. 티알피는 나무를 주워와 불을 피우고, 로스크바는 식사거리를 꺼내어 요리를 했다. 토르가 나무에 기대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곁에 있던 로키가 넌지시 물었다.


[자네도 참 어지간허이. 나 같았으면 저 애들까지 싹 쓸어버렸을 거야. 그나저나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자칫하면 자네의 산양은 다시는 마차를 몰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덕분에 이렇게 걸어가야 하잖아?!]

[ 그 자칫을 대신할 빠른 발을 얻었지. 티알피는 발도 빠르지만, 영리해 보이는 게 잘 가르치면 스키르니르 못지않은 훌륭한 부하가 될꺼야.]


토르의 대답에 로키도 납득했지만, 하나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럼, 저 꼬마. 로스크바는 왜 데려가는 거야?]

[혼자두면 불쌍하잖아. 저 아이가 우는 모습이 꼭 우리 스루드가 어릴  같았어.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서 스루드의 시중을 들게 할 생각이야. 지난번에 스루드가 자기도 동생이 있었으면 하더라고. 밝고, 영특한 게 스루드에게 동생 같은 좋은 친구가 되어줄꺼야. 뭐, 그런 거지.]


로키가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때렸다.


[이야~ 우리 천둥신, 역시 가정적이야~]

[하하~ 농담은 그만하고. 여기서 요툰헤임이나 우트가르드는 얼마나 걸릴까?]


토르가 묻자, 로키가 손가락을 짚어보며 대답했다.


[빠르면 내일 저녁이나 모레 아침나절에는 요툰헤임에 들어설 테고.. 아까 같은 속도로지름길로 달리면.. 아마 사나흘 정도?]

[아.. 아직 한참이네. 벌써부터 몸이 영 근질거려서 말이야.]


토르는 이리저리 어깨를 돌리며 아쉬워했다. 식사가 완성되었고, 티알피가 토르에게로 다가왔다. 밤기온은 포근했고, 밤하늘의 달빛도 참 밝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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