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미용실, 머리 깎기, 스팍의 난
오랜만에 미용실을 다녀왔다.
두 달 정도 되어서인지 머리가 부스스하고, 무겁다란 생각도 들었다.
앞머리가 눈을 찌르기도 했고.
'예전처럼 헤어밴드를 해볼까?' 싶었다.
그러나 관두었다. 헤어밴드도 없고, 이제 여름이라 더울 테고.
무엇보다도 헤어밴드가 어울릴 나이도 아닌지라.
그래서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우리 동네는 미용실이 참 많다.
거짓말 살짝 보태서 열 발자국을 걸어가면 하나씩 있을 정도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남자머리 커트를 기준으로..
커트만 해주는 미용실이 7천 원이고, 집 앞 미용실은 만원, 대체로 만 오천 원 전후다.
물론 그중에는 그 이상되는 미용실도 많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겠지만. 남자머리 커트 가격이 좀 비싸다 싶은 생각이 든다.
여하튼, 우리 동네는 가히 미용실의 춘추전국시대다.
그런데 가볍게 머리를 깎으러 나선 발걸음이 뜻밖에 우리 동네 미용실을 도는 순례길이 되어버렸다.
평소 가던 단골 미용실도, 집 앞 미용실도 그날따라 파마와 커트를 하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근처의 다른 미용실로 향했는데..
뭔 날인 것인지, 연휴를 앞두고서였는지, 가는 곳마다 사람이 가득했다.
[혹시 머리 커트 되나요?]
[아.. 오늘은 힘들 것 같은데요?]
라는 대화가 무려 5번이나 이어서 반복되었다.
'오늘 머리를 깎는 건 힘들겠다.' 싶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데, 동네에서 가장 싼 미용실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커트 7천 원. 커트만 해주고, 머리는 감겨주지 않는다.
다행히 내 앞에 한 명뿐. 그래서 이곳에서 머리를 깎기로 했다.
그래서 어떻게 머리는 잘 깎았냐고? 머리는 잘 깎았다.
마음에 들지 않을 뿐.
(왜 난 머리를 깎을 때마다 '스타트렉'의 '스팍'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난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이렇게 말한다. '스팍의 난'이라고.)
단골 미용실을 가도 마음에 드는 경우는 반반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장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내 머리통과 언밸런스한 얼굴 문제가 가장 크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이 미용실은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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