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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un 08. 2023

20. 강태공 토르-넷 : 너, 소? 나, 토르!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히미르, 낚시, 소

#. 너, 소? 나, 토르!


 다음날 아침. 토르는 수다스러운 갈매기와 파도의 대화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모처럼 단잠을 잔 토르는 기분도 상쾌했고, 몸의 피로도 많이 풀린 것 가았다. 토르는 헛간 앞으로 나와 기지개를 켰다. 아직 동은 트지 않았지만, 주변은 많이 밝아져 있었다. 히미르는 이미 한참 전에 일어나 그물과 낚싯대의 손질은 물론 물고기를 잡으러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히미르는 토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배에 어구를 싣기 시작했다. 히미르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토르가 물었다.


[주인장~ 난 안 데려갈 셈이요?]

[여즉까지 쳐자는 걸 보니 낚시꾼은 진작에 글러먹었군! 아침이라도 먹고 갈라믄 여기서 그물이나 꿰메! 어디 애송이 주제에 낚시는 우라질!]


히미르가 토르를 보며 거칠게 말했다. 토르도 지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애송인지 아닌지는 해보면 알꺼아니요? 나도 낚싯대 정도를 다룰 줄 안단 말이오. 내가 당신보다 더 낚시를 잘할까 봐 겁이 나쇼?]

[겁? 식전 댓바람부터 지랄이 염병을 하는구먼.]


히미르가 어구를 들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토르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야~ 이거 요툰헤임 최고의 어부라고 해서 꽤나 대단한 줄 알았는데 완전히 헛소문이었군. 말만 그렇지 저거 실력이라고는 형편없는 거 아니야? 저리 겁이 많으면서 어디 낚시질은 낚시질이야! 에라~~!]


그 소리를 들은 히미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히미르가 들고 있던 어구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이런 주댕이가 노란 놈이 뭐가 어째? 감히, 나 히미르를 농락하는겨?! 오냐! 내가 오늘 낚시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마! 자신 있으면 따라나서! 네 놈이 얼마나 잘났나 함보자!]


방금 전 비아냥은 어디 갔는지 토르가 천연덕스레 웃어 보였다.


[그럼, 내 낚시도구도 좀 챙겨주쇼.]

[지럴 옘병! 그런 건 네 놈이 알아서 챙겨. 낚시대건, 미끼건 말이야!]


히미르는 화를 내며 자신이 집어던진 어구를 수습했다. 말로는 낚시도구를 얻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토르는 잠을 잤던 창고로 향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창고 벽에 크고 굵은 낚싯대가 세워져 있는 것이 눈이 들어왔다. 보아하니 아주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것 같았다.


[낚싯대는 이거면 되겠군. 그럼 다음은 미끼인데.. 그래 이왕이면 큰 것이 좋겠군.]


낚싯대를 살펴본 토르는 다시 대문 밖으로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히미르가 토르를 보며 소리쳤다.  


[도망가면 죽을 줄 알아! 언능 오지 않으면, 그냥 버리고 갈테니 알아서 하라구!]

[웃기지 마쇼! 난 미끼를 가지러 가는 것뿐이오! 금방 올 테니 기다리쇼!]


 토르는 전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따라 마을 뒤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 위에는 소떼가 한쪽에 모여있었다. 아직 잠을 자는 소도 있었지만, 일부는 이미 일어나 기지개라도 켜듯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토르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떼를 살펴보았다. 토르는 소떼들 사이에서 거대한 숫소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숫소는 다른 소들에 비해 두 배는 커 보였다. 어디선가 갑작스러운 살기를 느낀 숫소도 토르를 노려보며 콧김을 내뿜었다. 덩치만큼 힘도 다른 숫소의 배 이상이었고, 머리에 돋아난 두 갈래 뿔은 매우 크고 위협적이었다.


- 숫소를 잡는 토르, W.G.콜린우드 그림(1908. 출처 : https://de.wikipedia.org/wiki/Hymiskvi%C3%B0a )


 거대한 숫소와 토르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토르는 숫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숫소는 커다란 뿔을 곧추세우더니 앞발로 땅을 긁기 시작했다. 그래도 토르가 걸음을 멈추지 않자, 숫소는 토르를 향해 거칠게 달려왔다. 자신의 뿔로 토르를 들이받을 심산인 것 같았다. 토르는 걸음을 멈췄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숫소가 토르를 들이받으려는 순간, 토르는 양손으로 숫소의 뿔을 붙잡았다. 토르는 별로 밀리는 기색도 없이 숫소를 멈춰 세워버렸다. 숫소가 들이받는 힘은 무시무시했음에도 토르의 힘이 훨씬 위였던 것이다. 둘 사이에 잠깐의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숫소는 네 발로 들판을 긁으며 거칠게 콧김을 내뿜었다. 그러나 숫소가 토르를 들이받으려고 아무리 용을 써도, 토르는 양손으로 뿔을 붙잡은 채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숫소의 기세가 줄어든 느낌이 들자, 토르는 양손에 힘을 주어 숫소의 머리를 비틀기 시작했다. 숫소의 분노는 이내 공포로 변했다. 숫소가 크게 울음소리를 내며 발버둥을 쳤지만, 토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제 들이받는 것은 고사하고, 빨리 토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다. 그러다 숫소의 앞발이 휘청거리나 싶던 그때, 토르의 어깨가 들렸다. 그리고 숫소의 머리가 그대로 몸통에서 떨어져 나왔다. 실로 무서운 토르의 힘이었다. 숫소의 거대한 몸뚱이는 그대로 주저앉는가 싶더니 곧 옆으로 쓰러졌다. 머리를 잃어버린 숫소의 몸뚱이는 꿈틀거렸고, 네 발은 각자 이리저리 어지럽게 움직였다. 토르는 한 손으로 숫소의 머리를 들어 살펴보았다. 아직 의식이 남아있는지 숫소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엿차~ 이걸로 미끼도 장만한 건가?]


 토르는 숫소의 머리를 들고 자신을 기다리는 히미르에게로 향했다. 히미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숫소의 머리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저 한쪽 눈썹을 조금 찡그렸을 뿐. 오히려 히미르가 토르를 향해 짜증을 냈다.


[옘병! 살다가 소대가리를 미끼로 쓰는 놈은 처음보것네. 빨리 안 와?! 네 놈 때문에 물때를 놓치게 생겼어!]


 토르는 히미르에게 이가 보일정도 큰 웃음을 지었다. 토르는 서둘러 자신이 잠을 자던 창고로 들어가 크고 굵은 낚싯대와 자신의 봇짐을 챙겨 나왔다. 토르가 낚싯대와 미끼, 봇짐을 배 안으로 던졌다. 토르가 '선미(船尾 : 배의 뒷부분)'에 자리를 잡고 앉자, 히미르가 선착장에서 배를 밀어냈다. 히미르가 노를 잡았는데, 토르에게 노젓기를 시키지는 않았다. 히미르가 이 낯선 경쟁자에게 두려움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배가 다른 이의 손을 타는 것이 싫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평소의 히미르로 보아서는 후자였을 것이다. 토르는 자신이 가져온 낚싯대를 살펴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를 젓던 히미르가 토르에게 말했다.


[내가 아끼는 낚싯대니, 잘 다뤄! 잘 못되기라도 하면, 네 놈의 모가지를 날려버릴 테니까!]

[그럼 당신이 골라주지 그랬소? 나도 낚시질을 좀 하니 걱정 마쇼!]


토르가 태연하게 웃더니 계속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흥! 어디 개울에서 놀아봤는지는 몰라도 바다는 네 놈 따위가 놀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네 놈처럼 작고 약해빠진 녀석은 이 매서운 바다를 견디지도 못하고, 빨리 돌아가자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것지!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거야. 내가 고기를 잡는 동안 네 놈은 저 차가운 바닷바람에 그대로 뻣뻣한 동태가 돼버릴 테니까!]

[에? 뭐라고? 에헤이~ 웃기지 마셔! 당신이나 잘하쇼. 남 걱정하지 말고.]


히미르의 말에도 토르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낚싯대 점검을 마친 토르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붉은 기운이 마치 뱀처럼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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