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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Sep 18. 2023

25. 여신의 부동산 사업 - 하나 : 스노리의 서가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스노리

#. 스트를룽 저택


 스노리가 집무실로 사용하는 응접실은 고요했다. 타닥타닥,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올라프는 손에 무언가를 든 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올라프의 맞은편에는 토르두르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강한 결의가 보였고, 약간의 들뜸도 느껴졌다. 스튤라는 올라프의 곁에 서있었는데,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튤라는 가만히 자신의 앞에 놓인 가방을 보았다. 이 작은 가방이 스노리가 귀환하며 가져갈 짐의 전부였다. 스튤라의 시선이 가방에서 스노리에게로 옮겨갔다.


 스노리는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스튤라에게는 익숙한 스노리의 모습이었지만, 왠지 전과는 다른 느낌에 스튤라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왕궁에서 돌아온 스노리는 세 명의 조카를 불렀다.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뜻을 세 명의 조카들에게 알렸다. 한 명은 탄식했고, 다른 한 명은 기뻐했으며, 또 다른 한 명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스노리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스트를룽의 결정이다. 


스노리 : 나는 돌아갈 것이다.(Út vil ek.)


 스노리의 이 한 마디가 지니는 의미는 컸다. 이것은 스노리가 왕에 대한 충성을 철회하는 것을 의미했다. 동시에 스트를룽 일족과 왕궁의 끈끈했던 유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스트를룽 일족도, 왕실도 서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그것은 더 이상 주종관계나 상하관계가 아닐 것이다. 이제 스노리는 왕의 신하인 스노리가 아닌, 섬의 자유민인 스노리다. 스노리는 더 이상 왕이나 섭정, 왕실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유민으로서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스노리 자신이 이 결정의 의미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올라프는 손에 들고 있는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곳의 그 누구보다도 스노리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올라프는 스노리의 결정을 이해했지만 그와 함께 커지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스노리가 귀환하고 난 뒤, 이곳에 있는 스트를룽 일족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노리가 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의 하나.. 스노리의 뜻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좋을 것인가? 올라프가 이런 고민에 빠져있을 때, 저택으로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예전 밤의 어둠을 뚫고 섭정의 밀서를 가져온 자였다. 


- 아이슬란드 레이크홀트에 있는 스노리의 동상(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vikingman )


 그에게서 섭정의 밀서를 전달받은 올라프는 생각했다. 섭정도 왕궁에서 스노리가 겪은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올라프는 그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상황에서 섭정이 보낸 밀서라면 무언가 짐작되는 것이 있었다. 올라프는 어쩌면 스노리의 결정을 조금은 바꾸거나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올라프가 긴 침묵을 깼다.


올라프 : 숙부님. 섭정께서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스노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토르두르가 성난 표정으로 올라프를 보며 말했다. 


토르두르 : 이, 이제와서?


 올라프가 토르두르의 시선을 무시한 채, 스노리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올라프 : 출발하시기 전에 이 편지만큼은 꼭,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숙부님.


 올라프의 부탁이 통했는지, 스노리가 몸을 돌려 벽난로 근처로 다가왔다. 올라프는 섭정의 밀서를 스노리에게 건넸다. 스노리는 봉인을 뜯어 섭정의 밀서를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스노리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섭정의 밀서를 읽은 뒤, 스노리는 섭정의 밀서를 벽난로로 던져넣었다. 올라프는 마른 침을 삼키며 스노리를 바라보았다. 


스노리 : 예정대로 출발할 것이다. 


 올라프는 고개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올라프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노리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토르두르가 다가와 망연자실한 올라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토르두르 : 거, 걱정하지마. 내가 같이 가니까. 수, 숙부님은 내가 잘 모실께. 

올라프 : 부탁한다. 


올라프가 고개를 들었다. 올라프는 침울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간절함을 담아 토르두르에게 말했다.


올라프 : 아저씨께서 반드시 복귀하셔야 해.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살아.


 토르두르가 결의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스튤라는 두 형들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시선을 스노리의 가방으로 옮겼다. 스튤라도 스노리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스노리는 스튤라에게 이곳에 남을 것을 명령했다. 스노리가 집무실로 사용하는 응접실은 다시 고요해졌다. 세 청년이 각자의 마음을 다잡는 가운데, 타닥타닥..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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