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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Sep 21. 2023

25. 여신의 부동산 사업 - 넷 : 셀란 섬의 탄생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게뷴, 덴마크, 스웨덴, 셀란섬

#. 셀란 섬의 탄생


 한편, 게뷴은 네 마리의 황소를 몰아 길피에게서 얻은(빼앗은?) 땅을 서쪽 바다로 가져갔다. 그녀는 새롭게 얻은 땅을 바다 가운데에 내려놓았고, 그곳에 나라를 세워 자신의 아이들에게 주었다. 사람들은 이 땅을 '세룬드(또는 질랜드 : Sjælland-덴, Zealand-영)'라고 불렀는데, 현재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Copenhagen/København)'이 있는 '셀란' 섬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 붉은 색으로 표시된 곳이 셀란 섬이다.(출처 : https://da.wikipedia.org/wiki/Sj%C3%A6lland )


 그리고 원래 이 땅이 있던 자리에는 물이 들어차서 호수가 되었다. 바로 지금 스웨덴에 있는 '말라르(Malar/Malaren)'호수, 또는 '바네른(Vanern)' 호수가 원래는 셀란 섬이 있었던 자리라고 전해진다. 일설에는 '스노리'가 말라르 호수의 호안(湖岸 : 호수기슭, 또는 호수의 해안) 형태가 세룬드 섬의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대에는 말라르 호수보다는 바네른 호수의 호안이 더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신화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의 이야기지만.


- 붉은 색으로 표시된 스톡홀름의 좌측이 말라르 호수다.(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M%C3%A4laren )


- 말라르 호수보다는 바네른 호수가 더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V%C3%A4nern )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북유럽, #오딘, #토르, #단테, #norsemyth, #dante, #길피, #게뷴, #네마리황소, #쟁기질, #요툰헤임, #거인, #덴마크, #스웨덴, #세룬드, #셀란섬, #말라르호수, #바네른호수


#.PS01

- '게뷴(게피온, Gefjon, Gefion, Gefjun : 주는 자)'은 대체로 '다산'과 '풍요'의 여신으로 여겨집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그녀가 소를 이용하여 밭을 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그녀의 상징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신이나 여신은 이처럼 대지나 농경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뷴은 또 다른 상징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처녀성(處女性)'의 여신입니다. '산문에다'를 비롯한 자료에서는 그녀를 처녀성을 지닌 여신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처녀로 죽은 여성들은 모두 그녀의 시종이 된다고 전해지죠. 그런데 똑같이 스노리가 쓴 '헤임스크링글라(Heimskringla)'에서는 그녀가 유부녀인 것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헤임스크링글라와 '스쿌둥의 사가(Skjoldunga)' 그리고 '잉글링가 사가(Ynglinga)'등의 자료에 따르면, 그녀가 덴마크의 왕인 '스쿌드(Skjoldr : 방패)'와 혼인한 것으로 나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스쿌드는 오딘의 아들이라 전해지는 인물입니다. 


- 덴마크를 만드는 게뷴,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으로 추정(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efjon )


 대략적인 이야기를 살펴보면.. 스키타이 또는 아시아로부터 온 오딘이 북유럽을 정복합니다. (오딘이 '동쪽=아시아'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전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오딘은 아들인 '스쿌드'에게는 덴마크를, 다른 아들인 '잉그비(Yngvi : 조상)'에게는 스웨덴을 물려줍니다. 바로 이 스쿌드와 게뷴이 결혼을 하고 여기서 덴마크의 왕가가 시작된다고 전해지죠. 이후 덴마크 왕실은 '스쿌둥스(Skjoldungs)', 스웨덴 왕실은 '잉그링스(Ynglings)'라고 불렸다고 전해집니다.


 아이러니로 가득한 북유럽 신화이긴 하지만 게뷴의 경우는 신으로서의 상징과 이야기가 정반대로 배치되는 편입니다. 일설에는 게뷴이 프레이야의 다른 이름이었거나 프리그와 프레이야의 관계처럼, 게뷴도 프레이야와 신격이 합쳐지거나 분리되는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이는 북유럽 신화가 수많은 변화의 과정을 겪었음을 증명하는 단서이기도 하죠. 


#.PS02

- 그럼 게뷴은 왜 쟁기질을 했을까? 이번 이야기에서는 게뷴이 자신의 자손들에게 좋은 땅을 주고 싶어서 길피를 속여 땅을 빼앗는 내용입니다만, 실제로 비슷한 풍습이 북유럽에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소 쟁기질]이라고도 전해지는 옛날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지역에 전해지는 풍습이 있습니다. 항해나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가 어린 암소를 몰고 그 땅을 돌아다니면서 소유권을 물려받았음을 주장하는 풍습이었죠. 이렇게 함으로써 아내는 죽은 남편의 땅과 재산에 대한 정당한 상속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대체로 땅을 얻게 되면 남자는 불을 피워서 그 땅이 자신의 소유가 되었음을 알리는데, 이를 물려받는 여성의 경우는 암소로 땅을 가는 것으로 대신하는 일종의 의식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단서가 붙는데, '그녀가 봄날의 낮, 즉 일출과 일몰 사이에 어린 암소를 몰고 그 땅을 돌아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즉, 아내가 남편의 명의로 되어있던 땅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거나 낮동안 다 돌지 못할 정도로 넓은 땅을 가진 경우에는 얼마든지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했다는 것이죠. 


- 쟁기질 중인 게뷴, 칼 에렌버그 그림(1882.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efjon )


 이런 쟁기질의 의식은 북유럽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지역과 멀리 러시아 지역에서도 등장합니다. 서유럽 지역에는 봄에 파종을 준비하면서 쟁기질을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유럽과 러시아에서는 마을에 질병이 발생하거나, 파종을 준비하면서 여자들이 모여 쟁기를 끄는 풍습이 있죠. 이는 게뷴이 지닌 상징성과도 연결이 됩니다. 바로 '다산'과 '풍요' 그리고 이를 통한 '안정'이죠. 봄에 파종을 준비하면서는 당연한 것이고,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쟁기를 끄는 과정을 통해 질병을 물리치고 다시금 '안정'의 상태로 돌아감을 의미한다고 볼수 있습니다. (게뷴이 동유럽이나 러시아에 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동유럽과 러시아 지역에서 북유럽 신화와 연결된 고리는 은근히 많이 존재합니다.)


#.PS03

- '길피(Gylfi : 거친바다, 또는 곡물의 지배자)'는 '스노리의 에다'에 등장하는 인물이자, 기록상 북유럽에서 가장 먼저 기록된 것으로 전해지는 왕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에서처럼 길피는 스스로 현명한 왕으로 믿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흑마술에도 능했는데 이를 이용해서 변장을 하고 신들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이때 그가 주로 사용하던 이름이 '강글레리(Gangleri : 걷다가 지친 자)'인데, 이는 오딘도 자주 사용하던 이름이기도 합니다. 


 '스노리의 에다'에서는 일종의 프롤로그 부분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길피의 속임수(Gylfaginning : 길피가 누굴 속였다기보다는 게뷴에게 속은 이야기지만..)'라고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길피는 게뷴에게 속아 땅을 빼앗깁니다. 이에 길피는 '대체 아사 신들이 얼마나 지혜롭고 현명하길래 이처럼 세상일이 다 그들의 의지대로 이루어지는가?'라며 궁금해하죠.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는 '강글레리'라는 이름의 여행자로 변신하여 신들의 세상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 명의 신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부터 세상의 탄생과 세상의 많은 것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죠. 여기서도 길피는 또 아사 신들에게 속는 역할입니다.(현명하다고 자부하는 길피가 신들에게 연거푸 속는다는 점은 역시 북유럽 신화가 지니는 아이러니 중 하나라고 볼수 있습니다.)


- 오딘 앞에서 선 길피, 조지 한드 라이트 그림(1908.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ylfi )


 바로 이 부분이 '스노리의 에다'의 전반부 이야기입니다. 길피가 세 명의 신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북유럽 신화의 세상으로 독자를 안내하고 있죠. 이런 부분을 고대 북유럽의 사회에서 아사 신족을 중심으로 하는 신과 종교의 체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묘사한 것으로 여기곤 합니다. 다만, 실제 역사상으로 보면 길피가 다스리던 시기에는 이미 북유럽 신화가 정착했을 시기여서 길피의 입을 빌려 사람들에게 신과 신화, 종교를 전파하는 의미가 더 강했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PS04

이번 이야기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조정하거나 덧붙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01. 원전에서는 길피의 왕궁에 한동안 여행자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부분은 없습니다. 흐름을 위해 창작한 부분입니다.


-02. 게뷴이 쟁기질로 땅을 얻는 과정에서 '오랜 풍습에 따른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원전에서는 이런 부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후세에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소쟁기질로 땅을 얻는 풍습이 게뷴의 쟁기질 이후에 생겼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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