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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Oct 12. 2023

26. 힌들라의 시 - 셋 : 자니? 자냐구?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오타르, 프레이야, 힌들라

#. 자니? 자냐구?

*. 이번 이야기에서는 낯선 이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냥 편안하게 이런 이름들이 있구나 하고 지나가주셔도 됩니다.


 한참을 달린 오타르는 어떤 깊은 숲에 도착했다. 이곳이 어디에 속해 있는 곳인지는 알수 없었다. 나무는 거인의 키만큼 자라 무성한 가지를 뻗치고 있어 하늘의 빛은 그 사이로 아주 조금씩 들어왔다. 어찌나 숲이 우거졌는지 인기척은 커녕, 동물도 새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의 줄기에는 덩굴이 휘감아 자랐고, 그 사이를 거미와 각종 벌레들이 기어다녔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오타르는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런 오타르와 달리 프레이야는 태연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숲속 깊이 들어갔을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프레이야는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오타르를 이끌었다. 그곳은 깊은 숲속의 한 가운데에 있는 작은 폭포였다. 폭포의 윗쪽은 나뭇가지가 덜 우거져 있어서 그 사이로 내린 빛이 작은 폭포와 폭포에서 이어지는 작은 호수와 개울을 비추었다. 


[음~ 여전하네. 하여튼 정리라고는 하지를 않는 애니까.]


프레이야의 말에 오타르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은 맑았지만, 개울 옆 바위에는 이끼가 가득했다. 어느 곳을 보아도 사람의 발자국이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물가라면 몰려올만한 동물의 발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또 한가지 이상한 점은 폭포의 서늘함에도 차갑거나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약간의 포근함이 느껴져 오타르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프레이야는 가볍게 손으로 오타르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마. 안전한 곳이니까. 내 친구가 여기 있거든.]


 프레이야는 오타르를 작은 폭포를 향해 이끌었다. 작은 폭포로 다가서자 폭포의 뒤로 동굴이 보였다. 그 동굴은 한 사람이 창을 들고 지나갈 만큼 충분히 컸는데, 이상한 점은 동굴이 너무도 어두웠다. 일반적으로 동굴의 입구는 밝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운 것에 반해 이 동굴은 그 입구부터 칠흑같이 어두웠다. 오타르를 동굴 입구로 이끌고 간 프레이야가 동굴 안을 향해 소리쳤다.


[자? 자니? 자냐구~! 일어나 이 잠꾸러기야~ 네 친구 프레이야가 왔으니까!]


- 힌들라를 찾아온 프레이야, 로렌츠 프로리히(1895.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Freyja)


그러나 동굴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프레이야가 다시금 동굴 안을 향해 소리쳤다.


[일어나~ 처녀 중의 처녀야! 일어나라구~ 내 친구, '힌들라(Hyndla : 개)'야! 나의 자매, 동굴에 사는 자. 이제 어둠 중에서 어둠이 있으니, 우리는 '발할(Valhall : 발할라를 말함)'를 향해 달릴꺼야! 우리의 정신 속으로 '헤리아파세르(Heriafather : 오딘의 다른 이름들 중 하나)'가 들어오도록 기도하나니. 그는 마땅한 자격이 있는 자에게 금을 하사하지. 그는 '헤르모드(Hermod : 군대의 분노, 오딘의 아들이며 신)'에게는 투구와 갑옷을, '시그문드(Sigmund : 승리의 수호자, 시구르드의 아버지)'에게는 검을 주었지.]


여기까지 말한 프레이야는 잠시 동굴 안을 살피더니 다시 동굴 안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아들들에게 승리를 주었고, 어떤 자에게는 재물을, 다른 위대한 자에게는 빛나는 혀(달변, 웅변의 능력)를, 어떤 이들에게는 지혜를 주었다네. 무역상에게는 순풍을 주었고, '스칼드(skalld : 음유시인)'에게는 시를, 수 많은 전사에게는 용기를 주었다구! 토르는 거인족 여인에게 악의를 품고 있지만, 내가 제물을 바친다면 그가 너에게 좋은 마음을 가질수 있게 할 수 있어! 자, 그러니 이제 우리에서 너의 늑대를 꺼내 룬의 고삐를 달아주려무나!(힌들라는 늑대를 타고 다니는데, 이제 그만 기다리게 하고 나오라는 뜻.)]


프레이야는 숨을 한번 쉬고는 다시 소리쳤다. 


[자니? 자냐구? 얘! 힌들라!! 내 친구야!]


 그러자 갑자기 칠흑같던 동굴의 어둠이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동굴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내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아주 걸걸하고 낮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아... 내가 왜 니 서방한테 기도를 해야하는데?]


 목소리를 들은 프레이야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늑대에 올라탄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레이야가 말했던 전문가, 프레이야가 친구라고 부른 힌들라였다. 그녀는 검고 짙은 쟂빛의 옷을 입었으며, 자다 일어난 듯 하얀 머리는 덥수룩하게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는 잘 먹지 못했는지 깡말라 있었고, 피부는 너무도 창백해서 푸르스름하게 보였다.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 가늠하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의 두 눈은 퀭했고, 눈가는 푸르고 시커멓게 물이 들어 있었다. 커다란 두 눈에 눈동자는 아주 작았는데, 그래서인지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보였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시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는데, 오타르는 그녀가 죽은 자인지 살아있는 자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을 본 오타르는 두려움 보다도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모습으로 보아 저 정도면 지금 당장이라도 재워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는 그녀가 타고 나온 늑대도 마찬가지여서 위협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늑대는 졸고 있었고, 정말 한 발을 옮기는 것도 귀찮다는 듯, 느리게 움직였다. 힌들라는 멧돼지에 올라탄 프레이야를 가만히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말했다. 


[하암~ 이 길을 가기에는 그 돼지는 너무 느릴텐데..?]

[후훗~ 무슨 말을? 이렇게 고귀한 말(멧돼지, 오타르)에 안장을 얹은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란다.]


프레이야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힌들라가 기도 안찬다는듯 인상을 구기며 대답했다.


[허어? 거짓말도 작작해야지.. 너 내가 감이 떨어졌나 시험하니? 네 눈을 보면 다 알아. 다 안다구. 이건 네 애인, '인스테인(Innstein : 의미불명)'의 아들인 오타르잖아? 얘를 여기에 데려오다니.. 너도 참.. 하아..]


힌들라의 대답을 들은 프레이야가 코끝을 찡긋거리며 퉁명스레 말했다.


[어머? 얘는~ 너 아직 잠이 덜 깼구나? 내가 내 애인을 왜 여기에 데려오겠니? 얘는 '힐디스빈(Hildisvin/Hildisvini : 싸움돼지)'이야. 솜씨좋은 난쟁이 '다인(Dain : 죽음)'과 '나비(Nabbi : 의미불명)'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황금 털을 가진 애완돼지라구~!]


그러자 힌들라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하아.. 야! 이 지지배야! 넌 나한테까지 약을 파니? 내가 힐디스빈을 몰라? 하아..]


프레이야는 대답없이 그저 생글생글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 모습을 본 힌들라가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이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웅~ 이렇게 안장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건 오랜만이네. 그건 그렇고 말이지.. 너한테 왕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서 왔어. 영웅들의 후손이, 뭐.. 오타르와 앙간튀르려나? 여튼.. 그 애들이 지금 죽은 자의 금을 두고 싸우는 중이거든.]

[젊은 왕자가 아버지의 유산을 받는 건 의무이긴하지.. 그걸 니가 나설 필요는 없다고 느끼는데?]


힌들라는 여전히 귀찮다는 표정으로 프레이야를 바라보았다. 프레이야도 여전히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애가 나에게 돌로 만든 제단을 세웢줬거든. 그 바위가 유리처럼 되었지만 말이야. 그 애는 늘 제단에 새로운 황소의 피를 뿌려줬기도 하고.(늘 제사를 잘 지내줬다는 말) 오타르는 항상 '아쉬니우르(Asyniur : 아사 여신, 여기서는 프레이야 본인)'를 충실히 섬겼거든. 그러니 그 애의 옛 가문과 고귀한 인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련?]


 힌들라는 대답 대신 한손으로 볼을 긁으며 길게 하품을 했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동굴로 돌아가 자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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