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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Oct 27. 2023

27. 발드르의 꿈 : 다섯 - 운명의 그림자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오딘, 발드르, 운명

#. 운명의 그림자


 무녀는 사라졌다. 오딘은 오랜 시간 동안 바위에 앉아있었다. 오딘은 긴 한숨과 함께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슬레이프니르의 고삐를 잡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고삐를 잡고도 한참이나 머뭇거린 오딘은 겨우 슬레이프니르의 등에 몸을 실었다. 오딘의 하나뿐인 눈은 초점을 잃은 듯 아주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딘의 움직임은 없었지만, 슬레이프니르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주인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고 있었기에. 오딘은 갑자기 추위가 느껴지는지 챙이 긴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는 몸을 움츠렸다. 그의 짙은 회색 망토가 오딘의 몸을 감싸 안았다. 대양만큼이나 크고 넓었던 오딘의 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작고 초라하게 보였다. 그것은 운명 앞에 무기력해진 아버지의 등이었고, 운명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필멸(必滅)자의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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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01

 일설에는 오딘이 만나러 간 저승의 무녀를 '앙그르보다(Angrboða : 슬픔을 알리는 자)'라고 보기도 한다. 로키에게 속아 자신의 마력을 빼앗기고, 세상을 파멸로 이끌 세 아이를 낳은 존재. 그녀는 죽음을 맞이해 저승의 묘지에 파묻히게 되었지만, 그녀의 능력은 그대로 남아 예언을 지배하는 무녀가 되었다는 시각이 있다. 오딘이 그녀를 찾아간 것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딘은 세상의 모든 일을 알고 있었으나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나 지금 일어나는 일,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계획이 가능한 아주 가까운 시간 내의 일일 뿜었다. 그렇기에 오딘에게는 그녀의 예언이 무엇보다도 절실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 예언의 무녀와 오딘. 로렌츠 프로리히 그림(1895.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V%C3%B6lusp%C3%A1 )


#.PS-02

 이번 이야기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상 조정이 된 부분이 있습니다. 


-01. 발드르의 꿈에서 그 내용은 제가 창작하여 적은 내용입니다. 실제 발드르의 꿈이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발드르가 공포에 떨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이 상할 정도의 내용이었다고 전해질 뿐입니다. 전 이것이 죽음에 대한 공포라고 생각했습니다. 발드르는 빛과 생명의 신이며, 신들의 영광 그 자체입니다. 그런 발드르이다 보니 죽음과는 거리가 먼.. 어쩌면 가장 정반대에 서있는 위치였고, 그때까지 죽음이나 공포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마주한 죽음과 그것이 주는 공포에 아주 취약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 발드르. (예전에 삽화로 썼던 그림입니다.)


-02. 북유럽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프리그는 자신의 아이들이 어떤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다만, 전승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어떤 전승에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고 보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신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다른 전승에서는 운명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고 보기도 하고, 대략적인 느낌만 안다고 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중에서 '프리그가 자신의 아이들이 지닌 운명에 대해서 대략적인 감각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원전의 내용을 보았을 때, 이후 프리그의 행동이 운명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알았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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