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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21. 2024

29. 중상자와 오딘 : 하나 - 스노리의 서가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스노리, 암살

#. 스노리의 서가


 집무실로 향하던 스노리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맑은 것도, 흐린 것도 아닌 묘한 상태였다. 스노리는 쓴 웃음을 지었다. 하마터면 '내 마음 같군.'이라고 내뱉을 뻔 했다. 스노리는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실각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날씨나 자신의 기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스노리에게는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모든 것이 마치 겨울의 폭풍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


 스노리는 실각 후, 섬에서 추방당했다. 스노리를 추방한 형과 조카는 권력을 누릴 시간도 없이 살해당했다. 그때부터 스노리는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왕과는 대립했고, 그에대한 충성을 거둬들였다. 섬으로 돌아와 스트를룽 일족을 다시 규합하기 시작했고, 자신을 저버린 사위들을 비롯한 정적들과 싸웠다. 스노리는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 같았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을 넘겼다. 그 사이 아내인 할베라는 병에 걸려 사망했다. 스노리는 아내를 잃은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그녀의 자식들은 그녀의 유산을 두고 양아버지인 스노리와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스노리는 좌절하지 않고 쉼없이 움직였다.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이런 스노리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과를 보였다. 스노리는 다시금 알팅의 의장직에 올랐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스트를룽 일족의 힘도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섬의 권력이 시그바투르와 스튤라, 젋은 콜베인과 기수르로 이어지는 동안, 섬은 혼란스럽고 불안해졌다. 섬은 평화와 안정을 원했고, 섬의 관심과 힘은 다시 스노리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스노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과중한 짐으로 다가왔다.


 집무실에 들어선 스노리는 서류와 편지가 가득한 책상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복귀한 이후, 스노리는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심지어 아내, 할베라가 세상을 떠난 날과 장례식을 제외하고는 일에 파묻혀 지내야 했다. 지금은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스노리도 쉴 생각이 없었다. 스노리는 편지들을 살펴보았다. 편지의 대부분은 분쟁과 소송에서 스노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들이다. 무표정하게 하나씩 편지를 읽어보던 중, 갑자기 스노리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하나의 편지가 다른 편지와 완전히 달랐다. 봉인에는 인장도 찍혀있지 않았고, 내용도 서너 줄에 불과했다.


- 사가 뮤지엄(레이캬비크)에 있는 스노리의 밀랍인형(출처 : https://guidetoiceland.is)


 그러나 스노리는 도무지 편지를 읽을 수가 없었다. 얼핏 보면 룬 문자처럼 보였으나, 제대로 된 룬 문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읽을 수 있는 글자는 거의 없었고, 문장의 형식이나 순서도 두서가 없었다. 누군가 룬 문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엉망으로 적었거나, 무언가 비밀스러운 내용을 전하기 위해 숨겼거나.. 둘 중 하나일 터였다.


스노리 : 장난이라기엔 너무 정성스럽군.


 스노리는 다시 한숨을 쉬더니 그 편지를 잘 접어 책상 서랍에 넣었다. 예전의 스노리였다면, 시간을 들여 편지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스노리는 그럴 여유가 없다. 스노리에게 도움을 구하는 이들은 넘쳐났고, 그들이 보낸 편지와 소장으로 스노리의 책상은 이미 가득했다. 지금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만 해도 오늘 안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들뿐. 뿐만 아니라, 스노리는 다시 권력의 정점에 서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알팅의 의원들과 귀족들, 성직자들을 만나고, 자신의 편으로 포섭했다. 자신처럼 쫓겨났던 심복들을 복귀시키고, 분열된 스트를룽 일족을 다시 하나로 묶기 위해 노력했다. 토르두르를 옛 시그바투르의 영지로 보낸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오늘 밤에도 스노리는 측근들과의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그 회의에 늦지 않으려면, 이 서류들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지금 스노리는 몸이 열개라도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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