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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22. 2024

29. 중상자와 오딘 : 둘 - 누가 발드르에게 돌을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발드르, 맹세, 궁금증

#. 누가 발드르에게 돌을 던지는가?!


 프리그의 여정으로 아스가르드는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신들 사이에서는 한가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정말로 세상 만물이 프리그와 한 약속을 지킬 것인가?" 신들은 한 두명만 모여도 이 주제로 한참이나 논쟁을 이어갔다. 발드르는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들은 샘솟는 의문과 그로 인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무언가 눈에 드러나는 증거가 필요했다. 신들은 더이상 자신들의 의문을 참지 못했다. 이제 어떻게든 이 의문을 해결해야 했다. 결국 몇몇 신들이 발드르를 찾아가 어렵게 부탁했다.


 [발드르, 이게 정말 말도 안되는 요청이지만 한번 들어봐주게. 세상 만물이 당신을 위해 서약을 했다고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맹세를 지킬지는 알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제 자네가 진정으로 안전해졌는지 알고 싶다네. 자네는 우리들의 상징이자 자랑이 아니던가?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자네를 아끼고 사랑한다네. 혹시라도 그들이 약속을 어긴다면 자네는 물론 우리 모두 커다란 슬픔에 빠질 것이네. 자네만 괜찮다면 세상 만물이 그들의 맹세를 지키는지 시험해보게 해줄수 있겠나?]


 발드르는 갑작스런 신들의 제안에 적잖이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세상 만물의 맹세를 확인하는 방법은 한가지뿐이었고, 그것은 너무도 황당한 제안이었다. 발드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 때, 신들은 그를 위해 자신들의 모든 지혜를 모아주었다. 그들은 자신에 대한 사랑을 그들의 행동으로 이미 입증해주었다. 신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발드르도 신들을 사랑했다. 발드르의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발드르가 평소와 같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한 번 시험해 볼까요?]


 발드르가 흔쾌히 수락하자 신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궁금증이 풀리게 되었다며 즐거워했다. 신들은 발드르와 함께 아스가르드의 넓직한 들판으로 갔다. 신들은 발드르가 서있는 곳에서 몇 걸음 떨어져 멈춰섰다. 신들은 입술이 바싹마르는 것 같았다. 자신들의 궁금증을 풀수 있게 되긴 했지만, 막상 시험해보려니 겁이 났다. 발드르가 누구인가? 오딘의 적장자이자 후계자, 신들과 온 세상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이다. 만에 하나, 세상의 만물 중에서 어느 하나가 맹세를 저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발드르에게 상처를 입히기라도 한다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만고의 역적이라는 불명예는 물론이고 목숨이 수백개라도 모자랄 것이다. 신들은 한참을 머뭇거렸다. 발드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시험해봐요.]


 발드르의 말에도 신들은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러다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한 신이 앞으로 나섰다. 


 [에잇~ 못난 신들 같으니라구! 내가 먼저 확인을 해보겠소.]


 자신있게 나섰지만 사실 그도 겁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땅에서 적당한 크기의 돌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 정도의 돌이면 제대로 맞는다고 해도 멍이 드는 정도일 것이다. 어차피 더 기다린다고 해도 먼저 나설 신은 없을테니. 모두가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될대로 되라지!) 자, 그럼 던져보겠소!]


 그는 발드르의 팔을 향해 힘껏 돌을 던졌다. 그런데 긴장한 탓인지, 돌은 정확하게 발드르의 이마를 향해 날아가 버렸다. 돌을 던진 신도, 지켜보던 신들도 모두 경악을 금치못하던 그때였다. 발드르의 이마를 향해 무섭게 날아가던 돌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아닌가? 돌은 발드르의 이마에 닿기도 전에 그대로 멈추더니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돌이 프리그와 한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신들 사이에서 놀라움과 탄성이 터져나왔다.


[발드르는 이상없어! 돌이 약속을 지켜준거야!!]

[이봐, 발드르 정말 괜찮은거야? 괜히 멀쩡한 척 하는 거 아니지?]

[하하. 저는 괜찮아요. 못믿겠으면 이리와서 살펴보세요.]


 발드르의 대답에 신들은 더욱 환호성을 질렀다. 발드르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발드르를 향해 던진 돌도결코 작은 돌이 아니었고, 돌을 던진 신도 팔 힘에 있어서 결코 모자란 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신들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돌은 약속을 지켰지만 돌 이외에 다른 만물은 약속을 지켜줄 것인가? 신들은 다시 발드르에게 청해 다른 물건으로도 상처를 입지 않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발드르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신들은 각자 여러가지 물건으로 시험을 해보기 시작했다. 돌이나 나무막대기에서 부터 급기야 검과 화살같은 무기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어떤 물건으로도 발드르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나무막대기는 발드르에게 닿기도 전에 스스로 부러져 버렸고, 검은 스스로 그 몸을 휘었다. 돌이나 화살 같은 것들은 발드르의 앞에서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신들은 그제서야 세상 만물이 약속을 지키는 것을 확인하며 기뻐했다.


- 발드르에게 경의를 표하는 신들, 엘머 보이드 스미스 그림(1902. https://is.wikipedia.org/wiki/Baldur)


 발드르와 신들은 약속을 지켜준 세상 만물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특히나 자신의 가호를 받는 것들이 약속을 지키는 것을 보며 신들은 더욱 자신감을 얻었고, 어깨도 으쓱해졌다. 이후, 신들은 발드르를 만날 때마다 그에게 청해 무언가를 던지는 것으로 자신의 경의를 표했다. 발드르도 이런 신들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세상의 온갖 물건이 날아드는 상황이 불쾌할 수도 있지만, 그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발드르로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신들에게 보답하는 행동이었고, 이를 통해서 신들 사이의 결속력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앞서서도 말했듯, 신들에게 발드르는 단순히 오딘의 적장자이자, 후계자이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신들이 보기에 발드르는 자신들 중에서도 가장 완벽에 가까운 신이었다. 발드르가 늘 밝게 빛나는 모습은 곧 신들의 영광을 상징했다. 사실 신들에게도 죽음은 족쇄처럼 채워져 있었다. 비록 발드르가 완전히 죽음에게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발드르를 죽일 수 있는 물건은 없는 것과 같았다. 그렇다면 발드르는 그 어떤 신보다도 오래 살아남아 빛날 것이다. 발드르의 건재는 신들의 건재이고, 발드르가 빛이 나는 한 신들의 영광, 신들의 황금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아스가르드는 즐거움과 행복함으로 가득했다. 신들은 이 새로운 유행을 통해 서로의 사랑과 결속을 확인했다. 아스가르드는 매일이 모두가 더욱 즐겁고 행복한 곳이 되어갔다. 모두가 그렇게 여기며 이 시간을 즐겼다. 단 세 명의 신을 제외하고. 하나는 자신 만의 공간에서 긴 칩거에 들어간 신들의 아버지 오딘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아버지의 복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헤임달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신. '남들의 행복은 나의 불행, 남들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 존재의 이유인 변덕과 재간둥이의 신. 바로 로키였다. 이 아스가르드의 새로운 유행을 지켜보고 집으로 돌아온 로키는 무엇이 불만인지 입이 석자는 튀어나와있었다. 


[지랄들이 나셨어들! 그래, 아주 쥐라르가 풍년일세! 풍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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