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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23. 2024

29. 중상자와 오딘 : 셋 - 중상자 로키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발드르, 로키, 질투, 시샘, 복수

#. 중상자 로키


 거짓과 기만의 신, 변덕과 사기의 신인 로키는 이런 아스가르드와 신들이 너무도 불만이었고, 짜증이 났다. 일단 로키도 명색은 아스가르드의 신이었지만, 그의 성격은 신으로서의 자격이나 자각과는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있었다. 로키의 삶의 목표가 무엇이던가?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며, 남의 슬픔은 나의 기쁨이 아니던가. 이렇게 즐거움과 행복감에 젖어있는 신들을 보며 로키는 부아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불만과 짜증이 차고 넘친 로키는 도저히 그 꼴을 못봐주겠다는 듯이 저택의 골방에 틀어박혀버렸다. 토르가 술을 마시자고 찾아와도 로키는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로키의 아내인 시긴도 두 손, 두 발을 모두 들어버렸다. 늘 그렇듯이, 저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스리슬쩍 침대로 파고 들어올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긴의 생각과는 달리, 로키는 이번만큼은 달랐다. 골방에 틀어박힌 로키는 혼자서 끝없이 중얼거렸는데, 예전 게이르뢰드에게 붙잡혔을 때보다도 그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골방에 틀어박힌 로키는 수없이 많은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빌어먹을~ 녀석들 같으니라구~!! 저딴게 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저러는 거지? 젠장.. 망할 놈들! 지 애미랑 붙어먹다가 뭣도 못빼고 뒤질 놈들! 멀쩡한 녀석에게 활을 쏘고 창질을 해대는게 저렇게 즐거울까? 저것들은 분명 정신이 어떻게 된거라구. 세상에 어떤 정신 멀쩡한 녀석들이 남에게 칼질을 하면서 즐거워하겠냐구~! 저것들은 모조리 가학성 변태 성욕자들이 분명해~!!!]


 벌써 며칠째 골방에 틀어박혀있었지만, 로키의 불만은 도무지 끝날 줄을 몰랐다. 다른 로키가 물었다.


[이봐, 이번에는 비맞은 중놀이를 하는 거야?]

[지랄! 너까지 지랄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넌 저게 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해?]


 로키가 따지듯이 대꾸했다. 그러자 다른 로키가 대답했다.


[뭐.. 저것들이 정상인 적은 없었잖아? 이 바닥에서 정상인 건 우리 뿐이니까.]

[그래두.. 모두가 발드르의 안전을 확인하고 좋아하는데 뭐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보다는 너도 혼자놀기는 그만 두고 저기에 합석해서 같이 놀아보는게 어때?]


 또 다른 로키가 슬그머니 튀어나와 말했다. 그러자 모여있는 수많은 로키들이 함께 소리쳤다.


[미쳤어?! 아주 또 천사표 나셨지!!]


 로키가 수많은 로키들을 진정시키고는 천사표 인 척 하는 로키를 쏘아보며 말했다. 


[이봐~ 난 가학적 놀이를 즐기는 변태가 아니라구. 난 지극히 착하고 선한 멋쟁이란 말이야. 나를 저딴~ 변태들과 똑같다고 생각하지마. 그래, 발드르가 잘난거? 나도 인정해! 나보다는 못하지만 저 정도면 봐줄만은 하지. 그런데..]


로키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하며 말했다.


- 영화 '토르:다크월드'중에서(출처 : https://www.fandom.com/articles/loki-psychology-mcu-marvel)


[그런데! 뭐가 더 부족해서 저런 애새끼가 이런 호사까지 누리냐고! 옘병! 나 로키가 아니라! 왜 저 빌어먹을 애새끼냐구! 세상에서 가장 잘난 건 나야! 나, 로키라고! 당연히 세상의 모든 존재들로 부터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도 나고!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나고! 그런데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구가 이런 호사를 누리냔 말이야!! 이게 말이 돼? 엉?]


다른 로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 저 애새끼의 애비, 애미가 한 끗발하자녀. 오딘에, 프리그면.. 어쩔수 없지..]

[어쩔수 없긴! 발드르 그 새끼는 지 애비, 애미 잘 만난거 말고선 뭐가 있는데? 매일 그냥 실실거리는 거 말고 뭐?! 완벽 좋아하네. 지 아들내미 없이는 판결도 못내리는 놈이 무슨!(발드르는 판결이 한 쪽으로 치우는 경향이 있어서 늘 아들인 법의 신, 포르세티의 도움을 받음)]


또 다른 로키가 다른 로키의 뒷통수를 때리며 앞으로 나섰다.


[내 말이! 야~ 역시 너는 내 맘을 알아주는구나?]

[당연하지! 너는 나고, 나는 너인걸?]


 로키는 또 다른 로키와 손을 잡고 호탕하게 웃었다. 로키는 발드르가 세상 만물에게 안전을 보장 받은 것이 못마땅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로키에게 이는 정말 돌아버릴 만한 사건이었다. 로키는 자신보다 잘난 자는 시기하고, 깎아내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못한 자는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것이 그의 본성이다. 그런 로키가 신들과 섞여 함께 웃고 떠드는 것이 기꺼울리 없었다. 어쩌다가 세상 만물의 명단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긴 했지만, 정말로 발드르를 위해 힘을 보탠 것은 아니었다. 세상 만물의 목록을 만든답시고 허둥대는 신들의 모습이 즐거웠고, 시장통처럼 떠들어대며 소란스러워진 그 분위기가 좋았던 것 뿐이다. 프리그가 여행을 떠날 때는 로키고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을 했지만 내심은 달랐다. 그 긴 여정에 그녀가 겪을 고생을 떠올리며 로키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거인 놈들도 다 한통속이야! 지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래? 이래놓고 지들이 나랑 같은 핏줄이라고? 분명히 저놈들은 이미르가 지 똥구녕이랑 붙어먹고 태어난 놈들일꺼야! 빌어먹을 놈들! 염병할 놈들! 지 할머니랑 붙어 먹다가 뭣도 못빼고 뒤질 놈들!!!]

[난쟁이 놈들은 어떻고? 그 처죽일 것들을 돌봐주는게 누군데! 고작 구더기 새끼들이 날 농락해? 이 씹어먹다가 뱉을 놈들! 이 구더기 잡것들!!]


 로키는 프리그의 여정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자신의 동족인 요툰헤임의 거인들은 발드르의 안전 따위를 보장해주는 바보짓을 하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그런 로키의 생각은 완벽한 오산이었다. 요툰헤임의 거인들까지 발드르의 안전을 보장해주자, 로키는 더욱 분노했다. 로키는 요툰헤임의 거인들이 자신을 철저하게 배신하고 기만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더해 스바르트알바헤임의 난쟁이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그는 스바르트헤임의 난쟁이들이 로키의 가호를 받으면서 감히 자신의 뒷통수를 쳤다고 느꼈다.(로키는 불의 신이고, 난쟁이들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불이 필요함) 물론 이는 로키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무시당하고, 배신당한 채 가만히 있을 로키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대로 있을라고?]

[누가? 내가? 미쳤어?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지! 감히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저 개미새끼들에게 아주 제대로 갚아줘야지!!]


 로키는 어떻게 하면 발두르와 신들은 물론 자신을 배반한(?) 세상 만물에게 복수를 할수 있을까 고심하기 시작했다. 비록 좋은 꾀보다는 나쁜 꾀를 더 많이 내는 편이지만 역시 로키의 머리는 비상했다. 오래지 않아 방법을 생각해낸 로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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