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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r 27. 2024

30. 발드르의 죽음 : 셋 - 연회는 무르익고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로키, 호드, 발드르

#. 연회는 무르익고


 글라드스헤임의 들판에 펼쳐진 화려한 연회장에는 많은 신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연회를 즐겼다. 각종 산해진미와 미드와 맥주가 가득했고, 모두가 즐겁게 먹고 마셨다. 연회장의 가장 상석에는 프리그가 난나와 함께 자리했다. 프리그와 난나의 시선은 아까부터 연회장의 한 가운데에 머물러 있었다. 연회장의 한 가운데에서 몇몇 신들이 발드르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자신의 아들과 자신의 남편을 향해 무기를 비롯한 온갖 물건이 날아드는 것을 좋게 생각할 수 있겠냐마는. 이미 이것은 발드르의 안전을 확인하며 신들간의 결속을 확인하는 하나의 의식이자 문화가 되어버렸다. 신들이 발드르를 향해 창이나 검같은 흉한 물건을 던질 때면 그녀들은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발드르에게 작은 상처조차 입히지 못했다. 발드르는 무언가에 맞을 때마다 몸을 돌아보이며, 자신의 몸 어디에도 상처가 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프리그와 난나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연회가 무르익었을 때 즈음, 누군가가 연회장으로 들어서며 큰소리로 외쳤다. 


[어이~ 어이~ 그걸 또 던지려구? 자네는 이미 세번이나 나왔었잖아?]


 모두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호드를 대동한 로키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맞은 편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토르가 그를 보며 말했다.


[워~ 지각이라고~ 이리와서 한잔 해야지!]

[아이고, 천둥신아니신가? 오래만이야. 머릿 속의 돌덩이도 잘 지내지? 하긴.. 돌덩이 속에 돌덩이가 있다고 무슨 문제야 안생기겠지만.]


 로키가 장난 겸 뼈있는 말로 응수했다. 돌덩이 속에 돌덩이라는 것은 토르의 머리에 박혀있는 숫돌을 말하는 것이고 돌덩이라는 것은 토르의 머리가 나쁜다는 소리였다. 토르가 이런 로키의 말뜻을 못알아들을리는 없지만, 둘은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했다. 


[흥! 잘 지내지! 내 머릿 속에서 맷돌을 돌리고 있다고~ 하!]


 토르가 미드가 가득 담긴 잔을 로키를 향해 들어보이고는 시원하게 주욱 들이켰다. 로키가 늘 그렇듯, 아주 요란하게 연회장에 있는 모든 이의 이목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자, 그건 그렇고 오늘은 좋은 날이지요! 우리 발드르가 불사의 몸을 지니게 된 것을 축하하는 날이니까요!! 뭐, 사알짝~ 샘이 나긴 하지만~ 이런 신나는 자리에 내가 빠지면 섭섭한 거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나없이는 연회가 제대로오오~ 진행될리 없으니까요. 자~ 그런 이유로~ 내가 누구라고?]


로키가 오른손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신들이 외쳤다.


[로키!]

[아하이~ 안들려요~ 안들려어~ 내가 누구?]


로키가 들었던 오른손을 자신의 귀로 가져가며 다시 말했다. 그러자 신들이 더 큰 소리로 외쳤다.


[로키! 아스가르드 최고의 광대! 로키!]

[그렇지~ 하이~ 내가 이 맛에 연회에 나온다니깐! 자, 오늘은 좋은 날! 이 날을 맞이해서~ 나 로키가 나만의 방식으로 발드르에게 경의를 표하려고 한답니다~!]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입니다.]

[아까 당신은 누가 어떤 것을 몇번이나 던졌는지 알고 있었소. 이젠 당신이 발두르에게 경의를 표할 방법은 아무것도 없을꺼요.]


연회장의 한쪽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로키가 손가락을 들어 가로저었다.


[이런이런~ 말은 끝까지 들어보라고~ 물론 여러분들이 그동안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그에게 던짐으로써 경의를 표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표하려는 경의는 여러분들 처럼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말한 그대로! 나만의 방식으로 말이지요~! 분명 여기모이신 모든 분들이 깜짝놀라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겁니다! 하하하!]

[하하하!]


신들은 또 로키의 허풍이 시작되었구나 하며 함께 크게 웃었다. 웃음이 멈추기를 기다려 로키가 다시 손을 들며 말했다.


- 호드와 로키, 그리고 발드르. 엘머 보이드 스미스(1902. 출처  : https://en.m.wikipedia.org/wiki/Baldr )


[자, 그럼~ 우선 저를 도와줄 분을 이 자리에 모시겠습니다. 아마 그동안 여러분들이 연회에서는 잘 만나지 못했던 신일 겁니다~ 자, 모두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맹인의 신! 호드 입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로키가 호드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연회장의 한가운데로 걸어나갔다. 순간 연회장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호드? 호드가 왔다고?]

[에? 진짜? 호드가 연회에 나왔다고?]

[봐, 호드야. 진짜라구!]


[호드가 왜? 호드가 뭐 어때서? 쟤가 여기 오면 안돼?] 


그때 토르가 술잔으로 탁자를 치며 말했다. 토르의 말에 신들이 흠칫 놀란 신들은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호드가 왠일인가 싶어서~]

[그럼~ 호드도 참석해야지~ 이런 날 호드가 빠지면 쓰나!]

[어이~ 호드~ 반가워~ 연회에 자주 좀 나오라고~ 덕분에 우리가 혼났잖아~]

[자자, 모두 술잔을 채우자구~ 환영한다, 호드~! 호드!]


신들은 다시금 술잔을 가득 채우고는 호드의 이름을 외쳤다. 호드가 멋적은 표정으로 신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제서야 다시금 연회장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난나는 프리그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프리그의 표정에는 기쁨과 안쓰러움이 가득할 뿐, 불쾌감은 없었다. 난나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 되겠어. 드디어 어머님과 도련님이 화해하시는 날이 될 것 같아. 정말 다행이야. 정말로.)]


 난나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로키가 호드의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내가 발드르는 물론 여러분에게 표하려는 경의는 여기 이 호드가 나를 대신하여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호드를 환영하는 소리 사이로 여기저기 낮게 수근대는 소리들이 들렸다. 로키가 왠일로 착한 마음을 먹었는지 부터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다며 수근거리는 소리들이었다. 그런 수근거림이야 어떻던.. 호드가 어머니인 프리그 앞에서 발드르에게 경의를 표하는 그림은 분명 좋은 그림이었다. 신들도 프리그와 호드의 관계를 잘 아는지라, 이번이 기회가 되어 두 모자사이가 좋아질 것은 분명했다. 이런 자리를 주선하는 것이 로키라는 것이 떨떠름할 뿐. 그러나 발드르에게는 그런 떨떠름한 감정은 없었다. 발드르는 호드를 데려와준 로키에 마음 속으로 감사를 전했다. 발드르는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프리그를 돌아보았다. 프리그 역시 기대어린 눈빛으로 발드르와 호드 형제를 바라보았다. 비록 그동안 차별을 하긴 했으나, 그래도 둘 다 자신의 소중한 아들들이 아니던가. 발드르는 호드에게 다가가 그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호드, 정말 잘왔어. 너가 오지 않아서 얼마나 섭섭했는지 알아?]

 [미안해, 형.]


 호드가 멋적게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 잘했어. 잘 왔어. 내 동생아. 자, 그럼 우리 어머니 앞에서 우애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자.]

 [응, 형.]


발드르도 호드도 얼굴이 상기 될 정도로 활짝 웃었다. 원래가 우애가 깊었지만, 이 순간 형제사이의 화목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발드르도, 호드도. 그리고 어쩌면 프리그도 기대하던 순간이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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