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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Apr 01. 2024

30. 발드르의 죽음 : 여섯 - PS스노리의 죽음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스노리, 발드르, 죽음

#.PS01 스노리의 죽음


 '아이슬란드 사가(Islendinga saga)'에 따르면, 스노리를 찾기위해 지하실로 들어간 이들은 총 5명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앞서 스노리의 서가에 등장한  '시몬 크누트(Símon knútur)'와  '아르니 바이스크루(Arni beiskur)' 두사람 이외에도 '마르쿠스 마르다손(Markus Marðarson)', '토르스테인 구디나손(Þorsteinn Guðinason)' 그리고 '토라린 아스그림손(Þorarinn Asgrimsson)'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섯 명을 모두 등장시키는 것은 너무 어수선하다는 생각에 중심인물인 시몬과 아르니만 등장시켰습니다. 


- 스노리 스트를루손의 채색 판화(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7236563@N06/)


 천하의 스노리의 죽음이라기에는 너무도 허무한 죽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섬의 권력의 정점에 서서 권력을 휘둘렀던 그가, 최후에는 지하에 있는 장작 창고에서 맞아죽었으니까요. 흔히 권력을 일컬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열흘 붉은 꽃은 없다)'이라고 하죠. 또한 '권력이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권력에 대한 갈증만 커진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스노리의 삶을 정치적인 면으로 본다면.. 이 말들과 똑같은 삶이었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같은 측면에서 그가 남긴 마지막 말도 꽤 많은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만 때리거라.(Eigi skal hoggva)]


 이 말은 스노리의 '나는 돌아갈 것이다.(ut vil ek)'와 함께 지금도 아이슬란드에서는 관용구처럼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고 합니다.(전해듣기로는요.) 이 말은 그가 아르니의 공격 전에 한 말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공격을 받고 숨을 거두기 전에 한 말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이 광경은 마치 언젠가 보았던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 영화 '친구'중에서(오래전에 받은거라 출처가 기억이 안납니다.)


 물론 그 말 뜻 그대로라고 생각하는게 가장 일반적일 겁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스노리의 마지막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초라하죠. 권력의 정점에 서있던 자가, 권력을 위해 수많은 이들을 죽이고 때린 자의 마지막 말이 '아프니 그만 때리라'는 건. 이렇게 본다면, 권력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 건지 보여주는 부분일겁니다. 다만 스노리의 삶을 생각해보니, 보다 다른 의미도 있어보이더라구요. 스노리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많은 정치적인 술수를 동원했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정적들과 스노리는 서로를 많이 때렸고, 많이 맞았죠. 아무리 강한 권력이라고 해도 결국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그런 것을 왜 그토록 독점하고자 그렇게도 때리고, 맞은 걸까요? 그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말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권력이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그 권력을 탐하며, 그 권력을 남용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모함하거나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합니다. 저로서는 이해를 못할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노리가 정말 노르웨이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했는지 역시 현재로서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노리가 아이슬란드 권력의 정점에 오르면서 노르웨이의 힘을 등에 업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다만, 그가 자신의 형과 조카에게 밀려 노르웨이로 추방당한 이후. 노르웨이 왕실에서의 냉대를 겪으면서 노르웨이와 결별을 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래서 그가 왕의 허락없이 아이슬란드로 돌아오면서 한 말, '나는 돌아갈 것이다.(ut vil ek)'는 자유인으로서 그가 자신의 길을 새롭게 열었던 것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로 돌아온 스노리는 이전과 달리 자신이 가진 가문의 힘과, 자신이 지닌 정치력만으로 다시금 아이슬란드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노르웨이 왕실의 힘을 등에 업은 기수르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요. 스노리가 죽고, 아이슬란드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 스트를룽의 시대(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Age_of_the_Sturlungs)


 스노리가 살아있을 때까지만 해도 아이슬란드는 나름의 자치권을 지니고 있었던 것을 보여집니다. 노르웨이 왕실과 통하는 것은 스노리 뿐이었고, 스노리가 왕실의 힘을 적절히 차단해주면서 아이슬란드는 독립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수많은 가문들이 권력을 다투는 삶이었지만, 적어도 스노리가 살아있던 시기는 '스트를룽의 시대(Age of the Sturlungs)'라 불리며 외부의 힘이 그나마 적었던 시대였죠. 그러나 스노리 사후부터는 북유럽의 강대국들에 의해 지배를 당하게 됩니다. 아이슬란드는 콜베인-토르두르의 혼란기를 거쳐, 기수르를 내세운 노르웨이의 속국이 됩니다. 그러다가 덴마크, 독일, 영국 등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다 1944년 독립국가가 됩니다. 


  스노리는 정치적인 면을 제외하더라도 문학적인 능력만으로도 역사에 남을 인물입니다. 그는 작가이자 시인, '스칼드(Skald : 대체로 시인이란 뜻)'로 당대 최고의 인물이었습니다. 특히 스칼드로서는 단연 북유럽 최고의 인물이었고,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를 넘어 북유럽 전체와 심지어 중남부 유럽과 지금의 러시아 지역까지도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특히 스노리가 저술한 '에다(Edda,https://brunch.co.kr/@e0a94227680644b/177)'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북유럽 신화가 전해지기도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에다에 포함된 '시어법(시를 짓는 방법)'은 수많은 유럽 중세 시인들의 교과서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 당시의 글과 문학, 문자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여주게 되었죠. 또한, 그가 남긴 수많은 기록과 시, 문헌자료를 통해 당시 아이슬란드와 북유럽의 시대상과 삶에 대해서도 알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노리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은 비단 스노리 뿐만이 아니라 그의 가족들에게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의 조카인 '올라프 토르다르손(Óláfr Þórðarson)'과 '스튤라 토르다르손(Sturla Þórðarson)'도 북유럽 스칼드 문학의 거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사실 스노리의 가문은 '스칼드 가문'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스노리의 형제인  '토르두르 스트룰루손(Þorður Sturluson)'와 '시그바투르 스툴룰루손(Sighvatr Sturluson)'도 유명한 스칼드였으며, 또 다른 조카인 '토르두르 카칼리 시그바트손(Þorður kakali Sighvatsson)'와 조카딸인 '스타인보르 시그바도티르(Steinvor Sighvatsdottir)'도 유명한 스칼드였습니다. 어찌보면, '바이킹 에길의 이야기(Egill's Saga)'의 주인공인 스칼드 '에기르 스칼라그림손(Egill Skallagrimsson)'의 후손들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스노리를 보다보니, 전 문득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가 떠올랐습니다. 스노리와 조조 모두 평생 권력을 위해 살았고, 권력에 정점에 섰던 자였습니다. 동시에 문학적 재능만으로 역사에 남을 인물들이었고, 그의 혈통들도 모두 문학적인 재능이 뛰어났으니까요.


 이렇게 스노리는 스노리의 서가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스노리의 서가는 '북유럽 신화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계속됩니다.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도 많은 기대 바랍니다. 


#.PS02

 이번 이야기에서도 흐름을 위해 조정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 발드르. 요하네스 게르트 그림(1888. 출처 : https://en.m.wikipedia.org/wiki/Baldr )


-01. 원전에서는 로키가 겨우살이 나뭇가지를 얻고, 발드르가 죽는 부분까지가 굉장히 짧습니다. 거의 문장 몇개 수준입니다. '로키가 겨우살이 나뭇가지를 얻어 작은 창을 만듬'->'호드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감'->'호드를 속여 겨우살이 나무를 발드르에게 던지게 함'->'발드르 사망'. 너댓문장으로 끝나죠. 그런데 이부분은 어떤 면에서는 북유럽신화에서 클라이맥스에 닿아있는 부분입니다. 그런 부분을 너댓문장으로 끝내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렇기에 그 과정을 보다 이해가 쉽도록 살을 조금 붙였습니다. 이 점 참고 바랍니다. 


-02. 호드가 던진 '겨우살이 나뭇가지'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라 그 형태가 조금 다릅니다. 어떤 자료에서는 '손으로 던지는 작은 창(수창 : 手槍)'이라고 하기도 하고, '손으로 던지는 화살(수전 : 手箭)'이라고도 합니다. 다른 자료에서는 활에 얹어쏘는 긴 화살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전 이 중에서 '손으로 던지는 작은 창'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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