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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Feb 28. 2024

29. 중상자와 오딘 : 여섯 - 아들의 목소리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오딘, 헤임달

#. 아들의 목소리


 조용했다. 짙은 회색빛 망토를 걸치고 선 오딘은 눈 앞에서 작게 빛나는 푸른 빛덩이를 보고 있었다. 문득 자신의 아들이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딘은 고개를 들었다. 푸른 빛덩이가 오딘의 등을 비추었다. 그의 등은 더이상 쳐저있지도, 더이상 굽어 있지도 않았다. 오딘은 공간의 밖으로 나와 돌문을 닫고 계단을 올랐다.


 헤임달은 오딘의 옥좌 주변에서 허둥대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얼굴을 하얗게 질리다 못해 곧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평소의 헤임달 답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이 찾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헤임달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무너져내리듯 앞으로 쓰러졌다.  


[(아버지.. 아버지.. 제발..)]


 헤임달의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는데, 헤임달은 가까스로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머리 위로 누군가가 손을 얹는 것이 느껴졌다. 헤임달은 그것이 누구의 손인지 알았다. 그는 더이상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 아버지..]


 헤임달은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오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왜 이토록 슬피 우는지를. 오딘은 한쪽 손을 헤임달의 머리에 얹은 채, 하나 밖에 없는 눈을 부릅뜨고 먼 하늘을 응시했다. 모든 것은 운명이 정한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 바로 그 빌어먹을 운명이 정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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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01

 이번 이야기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약간의 조정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 원전에서는 프리그와 대화를 나눈 노파를 '지나가던 노파'라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스가르드에 사는 이를 프리그가 전혀 몰라본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를 지나가던 노파에서 프리그의 시중을 들던 수많은 시녀들 중 한명으로 묘사했습니다. 


- 프리그, 예전 연재를 할 때 그렸던 그림입니다.


- '오딘의 밀실', '오딘의 동굴'은 원전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직 저의 상상인 점을 양해 바랍니다. 원전에서는 저승의 무녀를 만난 오딘이 발드르가 죽을 때까지 등장도 하지 않으며, 아. 무. 것. 도 하지 않습니다. 오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가 무엇이건 했어야 하지만 너무도 무기력하고, 아예 등장도 하지 않았죠. 저는 이 점에 의문을 품었던 터라 오딘이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넣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딘 만의 동굴'입니다. 오딘은 상당히 냉정하고, 사건의 흑막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은 오딘의 한쪽 면만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오딘이 자신만의 동굴에서 고민하는 내용에 등장하는 바프스루드니르와의 지혜대결은 원전에서는 별도의 이야기로 등장합니다. '바프스루드니르의 시'라고 전해지는데, 이야기의 순서상 '지식을 탐하는 욕망'편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이 사실상 북유럽 신화의 스포일러와도 같기 때문에 부득이 여기에 덧붙이는 형태로 적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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