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발드르, 헤르모드, 눈물
#. 발드르를 위해 울어준다면
헤르모드가 아스가르드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신들은 모두 발할라의 넓은 홀로 모여들었다. 헤르모드도 곧장 발할라로 향했다. 모든 신들의 이목이 헤르모드에게로 모여들었다. 헤르모드는 곧장 홀의 한 가운데로 걸어나왔다. 그는 주변에 모인 신들을 가만히 둘러보았는데, 정말 모든 신들이 참석했고, 오딘과 프리그도 나와 홀의 가장 높은 곳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저, 헤르모드. 저승에서 돌아왔습니다. 먼저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 하실 소식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헬은..]
홀 안이 고요지며, 숨소리도, 침을 삼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헤르모드의 입만 바라보았다.
[헬은 발드르와 난나를 돌려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발드르와 난나가 돌아온다. 신들의 황금기가 다시 열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그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헤르모드가 기쁨에 젖은 신들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헤르모드가 잠시 말을 멈추고 어머니인 프리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이미 눈물이 하나 가득 고여있었다.
[난나에게 듣기로, 발드르의 장례식에서 참석한 온 세상에서 온 조문객들 모두는 물론이요, 저 요툰헤임의 거인들도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습니다. 결코 어려운 조건이 아닙니다.]
헤르모드는 다시 말을 멈추더니, 천천히 오딘과 프리그가 있는 곳을 향해 몇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프리그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우리는 어머니, 프리그의 고행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분의 숭고한 여정으로 세상 모든 만물이 발드르의 생명을 보장해 주었음을 보았습니다. 이제 우리의 차례입니다. 우리의 사랑으로, 우리의 땀과 노력으로.. 세상 만물에게 우리의 형제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기를 청하는 겁니다.]
헤르모드가 이번에는 신들을 돌아보며 힘주어 말했다.
[우리 모두가 나선다면, 그만큼 발드르와 난나는 하루 더 빠르게 돌아올 것입니다.]
[하자! 해보자! 해보자!]
신들 사이에서 이런 외침이 나오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다. 그러나 잠시 뒤, 신들은 약속이나 한듯 조용해져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으로 쏠렸다. 바로 옥좌에 앉아 침묵을 지키는 오딘에게로였다. 지난 번에는 오딘이 없었다. 그렇기에 신들의 의지와 프리그의 승인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딘이 있다. 그의 승인이 없다면, 이번 일은 실행할 수 없다.신들은 오딘이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다렸다. 오딘이 자신들처럼 기뻐하기를 바랐다. 신들은 자신들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오딘을 더욱 간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오딘은 침묵했다. 오딘도 헤르모드의 보고를 들으며 잠시 한 쪽 눈썹을 꿈틀거리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헬의 조건은 오딘에게도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딘은 이미 운명의 결정과 흐름을 알고 있다. 이것이 헛된 희망임을, 그 희망이라는 것이 찬란하게 아름다운 만큼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것을 왜 모른다는 것인가? 대체 얼마나 더 설명을 해야 저들은 그것을 이해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헛된 희망을 버릴 것인가? 정녕 저들이 신이 맞긴 한 것인가? 오딘은 자신을 보는 신들을 하나씩 훑어보았다. 그러다 아내인 프리그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프리그도 오딘을 애원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품에는 발드르와 난나가 보내 준 선물이 꼭 안겨있었다. 그 한없는 슬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어미의 마음. 결국 오딘은 눈을 감아버렸다. 잠시 후,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일으켜 발할라의 안쪽으로 걸어들어가 버렸다. 신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렀다.
그러나 프리그는 이것이 오딘의 허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침묵하는 것은 무언(無言)의 긍정이라고. 프리그는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었다. 프리그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신들을 바라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들 사이에서 다시 환호성이 울렸다. 드디어 오딘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더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신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발드르가 돌아온다. 신들의 영광이 되살아 나게 된다. 다시 신들의 황금기가 이어진다. 그것은 신들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신들은 이전보다도 더욱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누군가가 지휘를 하는 것도 아닌데도, 신들은 각자 자신들이 할일을 시작했다. 역시 지난번 프리그의 여정을 준비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신들은 자신들은 물론 자신들을 도울 이들을 골랐다. 자신들의 시종들과 하인들, 부하들 중에서 말을 잘하고, 발이 빠른 이들로만 가려서 뽑았다. 신들과 그들이 가려서 뽑은 이들은 수십이나 되는 사절단으로 나뉘었다. 사절단은 곧 자신들이 맡은 지역을 향해 출발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에 띄는 모든 것들에게 말을 걸었다. 목록을 확인하면서도 만일을 위해 빠진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나는 모든 것들에게 발드르와 그들이 보여주었던 사랑을 상기시켰다. 그들은 자신들 하나 하나가 이전의 프리그라 생각하며, 세상 모든 것들에게 몸을 낮추어 다가갔다. 신들도 신이라 거만하게 굴지 않았고, 몸을 숙이고, 공손하게 간청했다.
다행히도 이런 노력은 다시금 세상 만물의 마음을 움직였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기꺼이 눈물을 흘려주었다. 미드가르드의 인간들, 기믈레의 요정들, 스바르트알바헤임의 난쟁이들, 그리고 요툰헤임의 거인들까지도 발드르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었다. 눈물을 흘린 것이 비단 생명을 지닌 것들만은 아니었다. 돌은 물론, 어둠 속에 숨어있는 금속들과 검이나 도끼같은 무기들까지도 눈물을 흘려주었다. 우리는 지금도 그들이 흘리는 눈물을 볼수 있다. 이들에게 서리가 맺히고, 다시 온기를 받을 때 흐르는 물방울이 바로 이들이 흘렸던 눈물이라고 한다. 신들도 이 모든 만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제 발드르는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바라보았던 희망이 이제는 싹을 틔우고 힘차게 자라고 있었다.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북유럽, #오딘, #토르, #단테, #norsemyth, #dante, #헤르모드, #프리그, #눈물, #발드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