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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Dec 31. 2022

05. 사고뭉치, 로키-넷 : 브로크와 에이트리

북유럽신화, 로키, 브로크, 에이트리

#. 브로크와 에이트리


-브로크와 에이트리 형제

 브로크와 에이트리 형제는 이발디의 아들들 못지않은 실력과 그들보다 더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난쟁이 형제였다. 다만 성격은 이발디의 아들들과 달리 더 까칠하고, 신경질적이었다. 이런 성격 탓에 고객이 많지 않았지만, 워낙 실력이 좋다보니 한번 찾은 고객은 결국 그들을 필요로 했다. 로키는 크게 헛기침을 하며 난쟁이형제의 집으로 들어섰다. 난쟁이형제는 술을 마시며 쉬고 있었다. '에이트리(Eitri : 독)'는 '신드리(Sindri)'라고도 불리는데, '불꽃'이라는 뜻으로 그만큼 뛰어난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에이트리는 로키의 방문이 귀찮았다. 마시던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퉁명스럽게 맞이했다.


[여긴 어쩐일이쇼?]


 '브로크(Brokkr : 중계인)'도 로키가 귀찮긴 마찬가지였다. 로키와 눈이 마주치자 마시던 술을 바닥에 뱉더니, 고개를 돌렸다. 로키는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이게 손님을 대하는 자세야?! 엉?]

[흥! 손님이 손님다워야지.]


브로크가 고개를 돌린 채 중얼거렸다. 로키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것들이 보자보자하니까! 니들 대장간에 불을 확 다 꺼버릴까보다!!]

[그러시던가.]


에이트리는 다시 술잔을 들었다. 브로크도 에이트리를 향해 술잔을 들더니 벌컥벌컥 마셨다. 로키는 신도 우습게 아는 이 난쟁이들이 못마땅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목표한 바가 있는지라, 애써 분한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로키는 작전을 바꾸기로했다. 거만한 표정을 한 채, 브로크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빈 잔을 하나 들어 술을 따라 마셨다. 브로크가 불만 가득한 눈으로 로키를 쳐다봤지만, 로키는 신경도 쓰지않는 척 술을 들이켰다.


[켁.. 니들 이런걸 술이라고 마시냐?]


브로크가 성을 내며 일어서려는 찰나, 에이트리가 손짓으로 브로크를 말리며 말했다.


[거, 우리 술에 뭐 보태준 거 있소? 빨리 용건이나 말하고 가쇼. 피차 얼굴 맞대고, 수다 떨 사이는 아니니.]

[아, 거 까칠하기는. 니들이 그러니까 고객이 없는거야~]


로키가 비아냥거렸지만, 에이트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브로크도 얼굴만 찡그릴 뿐이었다. 로키는 이발디의 아들들에게서 받은 보물들을 탁자 위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 난쟁이 형제를 놀리는 로키


[이걸 좀 보라고. 이런게 바로 명작 아니겠어? 이 창날을 좀 보라고. 야~ 이 서슬퍼런 창날, 이 예리함. 어우~ 살 떨려~ 그리고 이것도 봐. 심지어 이건 접어서 보관도 쉬워~ 요즘 감성에 딱이지! 또 이 황금 머리카락은 어떻고~ 이 유려한 곡선이 보여? 캬아~ 진짜 예술이지. 암.]


로키는 슬쩍 브로크를 쳐다보았다.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브로크의 시선은 어느새 보물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건 에이트리도 마찬가지였다. 에이트리는 술잔을 내려놓고 탁자로 다가왔고, 브로크와 함께 보물들을 살펴보았다. 보물을 살피던 브로크가 중얼거렸다.


[이건.. 이발디네 애새끼들 솜씨군. 하.. 마감을 이따위로 하면서 무슨 난쟁이라고. 쯧.]

[.. 이딴게 명작이라고?]


보물을 다 살펴본 에이트리가 중얼거렸다. 기도 안찬다는 말투였다. 로키가 말했다.


[에이~ 그건 아니지~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가장 잘 나가는 건 이발디의 아들들이야. 너희같이 동굴 구석에 쳐박힌 시골뜨기들은 이런건 못만들지.]

[말 다했소?]


브로크가 로키를 쏘아보며 말했다. 로키는 더욱 이 난쟁이들을 격동시켰다.


[너희도 이젠 한물갔어. 너희는 이제 이것보다 더 좋은 보물은 못 만들어. 이발디의 아들들이 최고지. 그럼!]

[만들면?]


에이트리가 말했다. 로키는 속으로 걸렸다고 생각하며,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아, 너희는 못만든다고! 내 머리에 맹세하건데, 너희는 절. 대. 로. 못. 만. 들. 어!]


에이트리가 로키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내기합시다. 우리가 저깟 것보다 더 좋은 보물을 만들어낼지, 못 만들어낼지. 당신이 세 가지 보물을 가져왔으니, 우리도 세 가지를 만들지. 판결은 당신을 제외한 다른 신들이 하는걸로 하고. 우린 '만든다'에 우리가 가진 모든 걸겠소. 우리가 이긴다면 당신의 머리를 내놓으시오. 할꺼요?]

[쫄리면, 꺼지시고?!]


브로크가 에이트리의 말을 거들며 소리쳤다. 마침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로키도 자신감에 차 되받아쳤다.


[쫄려? 나 로키야! 어디 버릇없이! 까짓거 하지. 좋아, 난 너희가 못만든다는 거에 내 머리를 걸겠어!]

[계약 성립이요.]


에이트리가 손을 내밀었다. 로키는 '흥!'하고 콧방귀를 끼며 에이트리의 손끝을 쳤다. 계약은 성립되었다.(어른들 말씀에 계약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 하셨거늘..) 에이트리가 여전히 로키를 노려보며 브로크에게 말했다.


[형, 불댕겨.]

[알았어!]


브로크가 쿵쿵 발소리를 내며, 계단 아래 대장간으로 향했다. 에이트리는 좀 더 로키를 째려보다 브로크의 뒤를 따랐다. 로키의 도발에 이 난쟁이 형제는 열이 오를대로 올랐다. 반드시 로키의 콧대를 꺾어주고 말겠다는 의지가 대장간 밖까지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대장간에 들어선 에이트리는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고, 브로크는 용광로에 불을 붙인 다음 열을 올리기 위해 풀무질을 시작했다. 잠시후 용광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에이트리가 어깨를 풀며 말했다.


[뭘 만들지는 결정했어. 형은 계속 풀무질을 해줘. 이번엔 정말 불길의 상태가 좋아야 하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언제 불길을 못맞춰준 적있어? 이 형만 믿어!]


브로크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두 형제는 서로 시선을 맞췄다. 에이트리도, 브로크도 눈빛이 매섭기가 용광로의 불길보다도 더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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