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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an 03. 2023

05. 사고뭉치, 로키-여섯 : 진품, 명품

북유럽신화, 로키, 브로크, 에이트리, 세가지보물

#. 진품, 명품


 로키는 난쟁이 형제를 데리고 아스가르드로 돌아왔다. 로키는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로 신들을 불러모았다. 모여든 신들이 로키와 함께 온 난쟁이 형제에 대해 묻자, 로키는 그들과 한 내기에 대해 알려주었다. 로키와 난쟁이 형제의 보물 내기는 곧 아스가르드 전체에 전해졌다. 신들은 로키가 시프의 머리카락을 어떻게 돌려줄 지 궁금했고, 이 생소한 보물 내기가 어떻게 될 지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시프의 머리카락 도난 사건이 뜬금없이 보물 내기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넓은 '글라드스헤임(Glaðsheimr)'의 홀에 신들이 모였다. 토르도 시프를 데리고 글라드스헤임으로 왔다. 아내의 머리카락을 돌려준다던 로키가 뜬금없는 사건을 벌여 토르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중앙에 로키와 난쟁이 형제가 각자의 보물을 가지고 섰고, 그 주변으로 신들이 자리를 잡았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오딘이 앉았다. 로키는 자신이 '스바르트알바헤임(Svartalfaheimr)'에서 겪은 일을 말하며, 오딘에게 보물 내기의 판결을 내려달라 청했다. 내막을 들은 오딘이 말했다.


[알았다. 그럼 공정을 기하기 위해, 나 이외에 두 사람을 더 심사위원으로 삼겠다.]


모여있는 신들을 둘러보던 오딘은 토르를 보며 말했다.


[먼저 토르. 넌 이번 일의 시작이 된 사건의 피해자다. 그러니 이번 판결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


오딘의 부름을 받은 토르는 단 위로 올라가 오딘의 옆자리에 앉았다. 로키는 토르에게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미소를 보냈다. 토르는 영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지만. 오딘은 다시 여러 신들을 살펴보다 '프레이(Freyr : 주인, 군주)'를 불렀다.


- 빛과 풍요의 신, 프레이. 자크 라이히 그림(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D%94%84%EB%A0%88%EC%9D%B4)


[프레이. 다음 심사위원은 너다. 황금과 보물에 대해 너만큼 안목이 좋은 신은 없지. 너는 반 신족이니 공정함을 위해서도 네가 가장 알맞을 것이다.]


프레이가 앞으로 나와 단 위로 향했다. 프레이에게 수많은 처녀신들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이 젊고 아름다운 청년은 언제나 수많은 처녀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프레이는 외모만큼 능력도 출중했다.오딘의 말처럼 황금과 보물에 대해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었으며, '풍요의 신'으로 불렸다. 프레이가 오딘의 옆자리에 앉자, 오딘이 말했다.


[자, 심사위원은 모두 모였다. 심사를 시작한다.]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듯, 로키가 먼저 한걸음 앞으로 나와 큰소리로 말했다.


[하하! 나 로키가 그리워 이렇게 모인 여러분들께 우선 감사하네. 아, 이 놈의 인기는 참..  나란 남자는 너무 매력이 많아서 좀 성가시단 말이야. 하하! 자, 다들 보라구! 나 로키가 이렇게 많은 보물들을 가지고 왔으니까! 날 자선사업가라고 불러도 좋아! 하하!]


로키의 잘난 척에 신들은 내심 혀를 내둘렀지만, 이에 아랑곳할 로키가 아니었다. 로키는 자루를 열어 이발디의 아들들에게 가져 온 세가지 보물을 늘어놓았다. 황금으로 만든 머리카락, 작은 황금빛 배 한 척 그리고 싸늘한 날을 지닌 긴 창이었다. 로키는 먼저 황금 머리카락을 들어올렸다.


[이건 황금으로 만든 머리카락이지. 이건 약속대로 시프의 몫이지. 이건 결코 가발 따위가 아니야.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스스로 머리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게 되지. 이 윤기, 이 찰랑거림을 보라구! 시프의 머리카락이 아무리 아름다웠어도 이게 훨씬 나을꺼라구!]


로키는 단 앞에 서있는 오딘의 시종에게 황금 머리카락을 건넸다. 시종은 황금 머리카락을 단 위에 있는 토르에게 바쳤다. 토르는 황금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살펴본 다음 시프에게 가져갔다. 황금 머리카락을 건네받은 시프는 천천히 머리에 썼다. 그러자 머리카락은 곧바로 뿌리를 내리며, 마치 원래 시프의 머리카락인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시프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시프는 그렇게 예전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 모습을 본 토르도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로키가 말했다.


[기뻐하는 건 아직이야. 아직 보물이 두 개나 더 남았다고!]


토르가 자리로 돌아오자, 로키는 작은 황금빛 배를 들어올렸다.


[다음은 이 녀석이지! '스키드블라드니르(Skidbladnir)'라고 하는 배야. 지금은 이렇게 작게 보여도, 물에 띄우는 순간 아스가르드의 모든 신들은 물론, 모든 병사들까지도 완전 무장을 시켜 태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커진다구! 근데 더 놀라운 건, 접으면 지금보다도 더 작은 크기로 작아진다는 사실! 이건 내가 보여주려고 덜 접은거야. 이거야말로 요즘 감성에 맞는 보물 아니겠어? 나, 로키. 감성을 아는 신이거든. 이건 우리 꼬맹이 프레이에게 주지. 여자들하고 뱃놀이 하기에도 그만이라구?! 하하!]


황금빛 배를 건네받은 시종이 단 위에 있는 프레이에게 바쳤다. 이리저리 황금빛 배를 살펴 본 프레이는 오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의 표정을 살펴본 로키는 미소를 지었다. 이어 기세를 몰아 마지막으로 긴 창을 들어올렸다.


[자, 보시라, 보시라! 이 얼음 보다도 차갑고, 싸늘한 이 창날을!  창의 이름은 '궁니르(Gungnir)'. 목표로 삼은 적은 반드시 쫓아가 맞추며,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반드시 주인에게로 돌아오는 의지가 있는 창이죠. 그리고 주인이 원하는대로 길이를 조절한답니다. 전장에선 언제나 선두에 서시며, 요즘은 여기저기 싸.. 아니 쏘고 다니는 걸 좋아하시는 오딘께 이 창을 바칩니다 ]


장황한 설명을 마친 로키는 창을 시종에게 건넸다. 시종은 창을 단 위에 있는 오딘에게 바쳤다. 작게 헛기침을 한 오딘은 가만히 창을 들어 살펴보았다. 이제껏 보지못한 좋은 창이었다. 오딘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로키는 그런 오딘의 미소를 바로 탐지했다.

  

[(이겼다.)]


로키는 허리에 양손을 올리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로키는 가슴을 크게 부풀리며, 옆에 서 있는 난쟁이 형제를 내려다 보았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이 버릇없는 난쟁이들의 엉덩이를 걷어차주고 싶었지만, 아직 난쟁이 형제의 차례가 남아있었다. 의기양양한 로키와 달리 에이트리와 브로크는 차분했다.


 로키가 보물을 자랑하는 동안난쟁이 형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묵묵히 지켜보았다. 자신들의 차례가 되자, 에이트리와 브로크는 고개를 숙이더니 신들에게 인사를 했다.


[스바르트알바헤임에서 온 브로크와 에이트리가 여러 신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시고, 저희가 만든 보물들을 선보이게 해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 이것들봐라?!)]


이 모습을 본 로키는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신들의 앞이라지만, 난쟁이(드베르그)가 예의를 갖추다니. 그것도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브로크와 에이트리가. 인사를 마친 뒤, 브로크가 커다란 주머니 하나를 에이트리의 앞으로 가져왔다. 에이트리는 주머니를 열어 커다란 황금 멧돼지를 꺼냈다.


[먼저 소개드릴 보물은 온 몸에서 빛을 발하는 황금털의 멧돼지랍니다. 이 녀석은 '굴린부르스티(Gullinbursti : 황금의 강한 털)'라고 합니다. 밤이건낮이건, 상관없이 그 빛이 바래지지 않습니다. 하늘과 바다를 끌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 또, 그 어떤 말보다도 빠른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보물은 빛을 보살피시는 신들의 귀공자, 프레이님에게 바칩니다.]


에이트리에게 황금 멧돼지 건네받은 시종이 프레이에게 바쳤다. 황금 멧돼지를 이리저리 살펴 본 프레이가 오딘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로키는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난쟁이 형제의 갑작스런 행동때문인지, 왠지 프레이가 살짝 미소를 지은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브로크가 남은 자루를 가져왔다. 에이트리는 자루 속에서 작은 함을 꺼내 시종에게 건네며 무언가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시종이 작은 함을 오딘에게 바쳤다. 오딘이 천천히 작은 함을 열었다. 매우 정교하게 세공된 '황금 반지(팔찌였다는 전승도 있음)'가 오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이트리가 오딘을 올려보며 말했다.


[이 두번째 보물은 신들의 왕이신 오딘님께 바칩니다. 이것은 '드라웁니르(Draupnir : 떨어지는 것)'라는 반지입니다. 아흐레(9일) 되는 밤마다 같은 크기의 황금반지를 여덟개 만들어내는 마법의 반지입니다. 오딘님께서는 전사들에게 상을 내리실 일이 많으시니,  이것이라면 앞으로 하사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에이트리의 말을 들은 오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오딘은 이렇게 훌륭한 반지는 그동안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전사들에게 하사를 해도 실제로는 보물이 줄지 않으니 욕심많은 오딘은 내심 흡족했다. 이런 오딘의 마음을 보기라도 한 듯, 로키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그럼에도 로키에겐 한가닥 믿는 구석이 있었다. 세번째 보물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로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니들이 안간힘을 써봤자 여기까지야.)]


에이트리가 마지막 보물이 담긴 커다란 상자를 꺼냈다. 에이트리는 이번에도 시종에게 상자를 건네며 무언가 말했다. 상자를 건네받은 시종이 토르에게 상자를 바쳤다. 토르가 상자를 열자, 튼튼해보이는 망치와 쇠로 만든 장갑이 들어 있었다. 에이트리가 토르를 올려보며 말했다


[마지막 보물은 토르님께 바칩니다. 이것은 '묠니르(Mjollnir : 가루로 만드는 것)'라고 하며, 이것에 맞고 버텨낼 물건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이 녀석도 궁니르처럼 의지가 있어서 아무리 멀리 던져도 그 주인에게 반드시 돌아오죠. 크기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구요. 한가지 흠이라면, 토르님께는 손잡이가 조금 작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같이 들어있는 장갑을 끼고 잡으시면....]

[이건 계약 위반이지!]


순간 로키가 에이트리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얼굴을 붉히며 에이트리에게 따졌다.


[보물은 세 개를 만들기로 했어. 근데 이건 하나 더 만든거니 계약위반이라구!]

[무슨 섭섭한 말씀을. 묠니르와 장갑은 한 짝, 이게 한 세트랍니다. 그렇게 따지면, 시프님께 드린 머리카락은 한 올, 한 올이 보물. 그럼 수천, 수만가지의 보물이 되는거 아닌가요?]


에이트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이없다는 듯 로키가 에이트리와 오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지만, 오딘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로키는 이를 깨물며 한 발 물러섰다. 에이트리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장갑은 '야른그레이프르(Jarngreipr : 강철장갑)'입니다. 묠니르와 한 짝으로 이 장갑을 끼고 잡으시면 손에 딱 맞으실겁니다. 묠니르가 천둥으로 아무리 달궈진다고 해도 이 장갑을 끼시면 전혀 뜨겁지 않으실테구요. 또, 토르님께서 전투에 나가실 때, 이 녀석과 함께라면 든든하실 겁니다.]


말을 마친 에이트리는 신들의 판단을 기다렸다. 브로크는 에이트리의 곁에 선 채 로키를 노려봤다. 로키는 고개를 돌려 브로크의 시선을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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