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바이킹, 결혼, 중매
이번 이야기에 덧붙여 오늘은 [바이킹의 결혼 풍습]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므로, 기본적으로는 '바이킹의 결혼식은 이런 모습이었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바이킹의 결혼은 대체로 '중매 결혼(仲媒結婚, arranged marriage)'의 방식을 선호했다. 서민에서 귀족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결혼은 중매인을 통했는데, 이런 중매를 통한 결혼의 형태는 동서양 모두에서 선호되었던 것 같다. 물론 결혼 전에 연애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 경우에도 공식적으로는 중매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선호했다. 지위가 있는 경우에는 정략적인 요소가 포함되기 때문에 더욱 중매를 선호했고.
이 과정에서 결혼의 조건에 대해서 양가의 의견이 오간다. 그리고 신부를 데려가는 조건으로 신랑이 일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이것을 '문드르(Mundr)'라고 하는데, 일종의 '결혼지참금(또는 신부값)'이었다.(일반적으로 신부가 결혼하며 친정에서 가져가는 재산을 지참금, 신랑이 신부를 데려오며 지불하는 것을 신부값-Bride Price 라고 부름) 초기에는 신랑(또는 신랑의 가족)과 신부의 가족이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을 결정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신부의 허락이 추가되었다.
중매인을 통해 혼담이 오가고, 결혼이 결정된다고 해도 곧바로 결혼식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시기적, 계절적인 요인은 물론 정략적인, 경제적인 요인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실제로 결혼이 정해지고서도 몇 년이 지나서야 결혼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혼식이 열리는 계절은 여름을, 요일은 금요일을 선호했다. 여름을 선호한 것은 겨울에는 하객이나 음식 준비 등이 어려웠고, 금요일은 '프리그의 날', 또는 '프레이의 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프리그(Frigg : 사랑하는)'는 '사랑과 결혼의 여신'이었고, '프레이(Freyr : 주인, 군주)'는 '풍요의 신'이었다. 새로 인연을 맺게 되는 부부가 프리그와 프레이 같은 신들의 축복을 받고, 풍요롭기를 기원했다.
결혼이 정해지면, 혼인이 정해진 남녀가 결혼식 전에 만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아무리 연인관계 였어도, 결혼식까지는 공식적으로 만날 수 없었다.(비공식적으로는.. 만났던 것 같다.)
신부는 그동안 자신의 일족이나 친구 등 여성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신부는 이들과 함께 결혼 준비에 들어간다. 먼저 신부를 깨끗하게 씻긴다. 이것은 그녀의 처녀성을 씻긴다는 의미였다. 또한, 그동안 입어온 오래된 옷이나 어린 소녀들이 착용하는 장신구(대체로 팔찌)등이 이때 벗겨지는데, 이는 그녀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신부가 혼인 전 착용했던 장신구는 그녀가 낳게 될 딸에게 물려졌다. 그리고 동성의 어른들에게 여자로서, 아내로서의 일과 임무에 대해 배웠다.
신랑도 자신의 일족이나 친구 등 남성들과 함께 지내며 결혼 준비에 들어간다. 이때 신랑은 일종의 성인식을 거치곤 하는데, 대체로 '검의식(sword ceremony)'이라고 불린다. 검의식은 일반적으로 한 무덤을 정해서 그곳에 숨겨놓은 검을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가족이나 대부(代父)가 숨겨두는데, 그 장소는 일족의 선조나 용맹한 전사의 무덤인 경우가 많다. 신랑은 무덤에 침입하여 그 검을 가져오는 것으로 소년은 사라지고, 성인이 된다고 여겼다.
그리고 결혼식 전에 신에게 감사를 표하고, 축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제물과 그 피를 바쳤다. 제물로는 염소가 가장 많이 이용되었는데, 이는 염소가 토르의 상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토르는 천둥과 불꽃의 신이기에, 그가 결혼 전 부정한 것을 모두 태워준다고 여겼다.
신부는 꽃과 짚 등 다양한 것으로 머리를 장식한다. 머리가 길고 장식이 화려할수록 신부가 행복해진다고 믿었다. 신랑은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옷을 입고, 토르를 상징하는 도끼나 망치의 형상을 한 장신구를 달았다.
그렇지만 옷에는 그다지 큰 제약이나 의미를 두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옷을 입긴 했지만, 지금처럼 별도의 웨딩드레스나 턱시도 같은 예복은 없었다.
결혼식에서는 서약의 증표를 주고받는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반지와 칼(대체로 검)이다. 신랑은 신부에게 자신이 물려받게 된 검을 건네고, 신부는 신랑에게 아버지의 검을 건낸다. 신랑이 건네는 검은 미래의 아들에게 전해지는 것이고, 신부가 건네는 검은 이제 신부를 지키는 의무가 아버지에게서 신랑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결혼식 자체는 짧게 끝나지만, 피로연을 포함해서 닷새에서 일주일 정도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피로연에는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음식을 동원했다. 특히 그 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미드(mead)'라고 불리는 꿀술이었다. 이 미드는 굉장히 많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브라우드우프(bruðhlaup)'라는 달리기 시합이 벌어지기도 했다. 브라우드우프는 양가의 가족들이 편을 나누어 달리기 시합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에게 필요한 양의 미드를 제공해야 했다. 또한, 하객들은 축하와 축복의 의미로 반드시 취해야 했다. (흠..)
피로연은 꽤 길고, 지루하면서도 흥겨운 요상한 형태였다고 한다. 양가의 부모를 비롯해, 일족이나 지위가 있는 사람, 또는 친구나 이웃 등의 축사가 끝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사이 하객들이 컵이나 식기를 두드리면, 신혼부부는 곧바로 일어나 키스를 해야했다. 하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면, 신혼부부는 곧바로 테이블 아래로 내려가 키스를 해야했다. 그리고 또 축사가 이어지곤 했으니 지루할 수 밖에 없었다. 신부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면, 모든 여성 하객들이 신랑의 볼에 키스를 해야했다. 신랑이 화장실이 가고 싶어질 때는 그 반대로 모든 남성 하객들이 신부의 볼에 키스를 해야했고.
피로연이 끝나면 신혼부부는 여섯 명의 증인과 함께 침실로 향한다. 이 증인들의 역할은 대체로 첫날밤의 의식을 치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때때로 신부의 처녀성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결혼에 대한 양가의 다툼을 막기 위함이다. 증인들은 신혼부부가 무사히 첫날밤의 의식을 마치는 것을 지켜보고, 이를 공표함으로서 이들은 정식으로 부부가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한 달동안 신혼부부의 가족들은 이들에게 충분한 양의 꿀을 먹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었는데, 바로 여기에서 '허니문(HoneyMoon)'이 유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