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드 단테 Jan 26. 2023

08.프레이야의 목걸이-셋 : 프레이야의 밤산책

북유럽신화, 프레이야, 드베르그, 목걸이, 브리싱가멘

#. 프레이야의 밤산책


어느 날 밤. 프레이야는 두건이 달린 망토를 입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세스룸니르(Sessrumnir : 자리가 있는 방, 폴크방에 있는 프레이야의 침실)'를 나왔다. 자신의 수레를 끄는 고양이들도 모르게 사뿐한 걸음으로 아스가르드의 성벽으로 향했다. 프레이야는 성벽 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법을 써서 조용히 성벽을 넘었다. 성벽을 넘은 프레이야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아무도 모를 것이다. 프레이야가 이렇게 깊은 밤 중에 이처럼 밤이슬을 맞는다는 것을. 프레이야는 망토를 단단히 여민 뒤, 조심스레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프레이야의 생각과 달리, 그녀의 모습을 본 신이 있었다. 바로 아스가르드의 수문장, '헤임달(Heimdalr : 빛나는 집)'이었다. 헤임달은 그녀가 저택을 나와, 성벽을 넘어 아스가르드의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녀를 지켜보았다. 언제나처럼 헤임달은 이에 대해 입을 다물 것이다. 헤임달은 이전에도 그녀가 밀회를 즐기기 위해 밤이슬을 맞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헤임달은 단 한번도 이것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헤임달은 프레이야의 상황이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이 아스가르드의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선을 위협하거나 넘지않는 이상 헤임달은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녀의 밤산책에 대해 함구할 것이다. 다만, 오늘도 그녀가 문제없이 돌아오기를 바랄 뿐.


- 프레이야의 밤산책


 한편, 아스가르드를 빠져나온 프레이야는 난쟁이 상인이 알려준 곳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말 그대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긴 여정이었다. 전에 남편을 찾으며 세상을 누빈 적이 있어서였는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신구에 대한 소유욕에서 였는지, 프레이야는 피곤함을 느낄새도 없이 스바르트알바헤임에 도착했다. 스바르트알바헤임에서도 외곽을 한참 헤맨 끝에 프레이야는 자칭 예술가라는 난쟁이들의 작업장에 도착했다. 숲 속 깊은 곳, 절벽 아래에 동굴 입구에 오두막처럼 만든 난쟁이들의 작업장이 보였다. 프레이야는 시녀로 변신한 뒤, 작업장으로 향했다. 괴팍하다는 난쟁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프레이야의 시녀가 방문한 것으로 할 요량이었다.


  작업장의 문을 연 프레이야는 그만 얼굴을 찡그렸다. 작업장에서 풍기는 냄새는 프레이야에게는 너무도 지독한 악취였다. 각종 금속의 냄새, 불냄새, 난쟁이들 특유의 냄새에 땀냄새까지 더해졌으니 당연히 지독할 수 밖에 없었다. 작업장의 네 귀퉁이는 네 명의 난쟁이들의 방이 있었고, 작업장은 동굴 깊은 곳까지 연결된 듯 보였다. 그리고 작업장의 정면에 검은 돌을 사람의 형태로 깎아만든 전시대에 찬란하게 빛나는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프레이야는 작업장의 악취도 잊은 채, 목걸이에 시선을 멈추었다.


 프레이야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이것이 난쟁이 상인이 말했던 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신구라는 것을. 목걸이는 황금을 기본틀로 각종 보석으로 치장을 했는데, 그럼에도 그 어떤 부분도 모나거나 튀는 부분이 없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과감했고, 목걸이의 모든 부분은 아주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프레이야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목걸이보다 아름다웠다. 아니,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목걸이는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프레이야는 홀린 듯 목걸이를 향해 다가섰다. 그때 네 명의 난쟁이가 프레이야의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넌 뭐야?! 저리 안 꺼져?]

[어디 우리 작품에 더러운 손을 대려고?!]

[미친거 아냐?!]

[넌 누구야!?!]


- 자칭 예술가인 네 명의 드베르그(난쟁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프레이야의 눈에 네 명의 난쟁이가 들어왔다. 순간 프레이야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난쟁이들의 몰골이 흉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네 명의 난쟁이는 흉하다는 단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검고, 꾀죄죄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이 네 명의 난쟁이가 저렇게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들었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프레이야는 이미 목걸이의 마력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프레이야는 몇 걸음 물러서서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네 명의 난쟁이에게 말했다.  


[난 프레이야 여신님을 모시는 시녀랍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어요. 저 목걸이. 저 목걸이를 나에게 파세요.]


난쟁이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쟁이들이 돌아가며 대답했다.


[뭘 어째? 뭘 팔라고?]

[이거 정말 미친X이네..]

[우리가 돈에 환장한 저 구더기들이랑 같은 줄 아나..]

[저게 뭔지 알아? '브리싱가멘(Brisingamen : 불꽃의 목걸이)'은 우리 평생의 역작이라고!]


화를 내는 난쟁이들과 달리 프레이야의 시선이 다시 목걸이로 향했다. 엷은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야가 말했다.


[아.. 브리싱가멘이라는 이름이군요.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예요. 정말 황금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은 모습이네요.]


프레이야는 시선도 마음도 모두 브리싱가멘을 향했다. 네 명의 난쟁이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멍하니 브리싱가멘을 바라보았다. 네 명의 난쟁이들은 그런 프레이야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프레이야의 시녀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녀가 정말 브리싱가멘에 빠져있고, 브리싱가멘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럼. 꼴에 눈알까지 미친건 아닌가보네.]

[그런가봐. 저게 보통 작품이 아니지. 암.]

[누가 만든건데. 저 과감한 디자인! 저거 내가 생각이었다고!]

[웃기시네! 저 보석을 다듬은 솜씨를 봐봐, 저건 내가 한거지! 저렇게 흠하나 없이 완전무결한 보석을 본적이 있냐고!]


네 명의 난쟁이들은 한참을 으시대며 저마다 잘났다고 떠들어댔다. 그런 난쟁이들에게 시선을 옮긴 프레이야가 말했다.


[황금이건, 은이건 달라는 대로 줄께요. 저거 나에게 줘요. 나에게 팔란 말이예요!]

[미.. 친.. 안돼! 저건 파는게 아이야!!!]

[이런 경을 칠! 눈알은 제대로 박혔구나 했더니, 대가리가 돌았구만!]

[브리싱가멘은 비매푸... 아니, 작품이라고! 억만금을 줘도 안팔아!]

[야, 이거 빨리 내보내자!]


브리싱가멘을 팔라는 말에 난쟁이들이 저마다 길길이 날뛰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을 여느 난쟁이들과 달리, 예술가라 자부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브리싱가멘을 자신들이 지금까지 만든 것들 중 가장 최고의 작품이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그걸 팔라고 하니 난쟁이들은 더 화가 났다. 프레이야는 마음이 급했다. 어떻게든 이 네 난쟁이들을 설득해서 브리싱가멘을 가져야했다. 작업장이 더웠던건지, 아니면 초조한 마음에 몸이 달아올랐던건지, 프레이야는 망토를 벗어 손에 들었다. 순간 소란했던 난쟁이들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프레이야가 시녀의 모습처럼 변신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웠다. 여덟 개의 눈이 프레이야의 머리끝에서 발끝으로 그녀의 몸 곳곳을 샅샅히 훑어내려갔다. 네 명의 난쟁이는 머릿 속으로 동시에 똑같은 감탄을 내뱉었다.


[(그녀야말로 명작이다!)]



#북유럽신화, #북구신화, #오딘, #토르, #드림바드, #단테, #norsemyth, #dreambard, #dante, #프레이야, #장신구, #세스룸니르, #폴크방, #드베르그, #난쟁이, #목걸이, #브리싱가멘, #명작

매거진의 이전글 08.프레이야의 목걸이-둘 : 가장 아름다운 장신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