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보내며

by 여름호빵

연말이 되면 한 해를 평가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성장했는지, 제자리에 머물렀는지, 아니면 퇴보했는지. 예전 같았으면 그 질문 앞에서 오래 머뭇거렸을 텐데, 올해는 비교적 담담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올해 조금은 자랐다.


그 성장은 눈에 띄는 사건이나 성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대신 반복으로 설명된다.

정해진 시간에 몸을 움직이고, 포기하고 싶은 날에도 조금은 이어가고, 하루를 망쳤다고 해서 한 달을 버리지는 않게 된 것.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어느 순간 몸에 남아 있다는 걸 느꼈다.


운동을 하다 보면 근육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근육통이 지나가고, 회복이 반복되고, 어느 날 문득 “예전보다 들 수 있는 무게가 늘고 횟수가 늘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올해의 삶도 그랬다.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상태가 먼저 만들어졌다.


물론 모든 날이 단단했던 건 아니다.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일들이 이어졌고, 마음이 평온한 날이 없었다. 몇 번은 분명히 주저앉았고, 그 자리에 오래 머문 날도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다시 일어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전보다 짧아졌고, 나를 탓하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다. 그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나는 ‘잘 버텼다’라는 말보다,

‘견디는 법이 조금 나아졌다’라는 표현에 가깝다.


내년을 생각하면 계획은 많다.

하고 싶은 일도, 이어가고 싶은 리듬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조급해지지는 않으려 한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속도로 가야 오래 간다는 걸, 무리하지 않아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대신 몸과 마음의 신호를 조금 더 믿어보려 한다. 달릴 수 있는 날은 달리고, 쉬어야 하는 날은 쉬는 쪽으로. 그렇게 쌓인 하루들이 결국 나를 다음 구간으로 데려다줄 거라 믿는다.


연말은 끝이라기보다 점검에 가깝다.

“여기까지 왔다”는 확인, 그리고 “다음도 갈 수 있겠다”는 감각.


올해의 나는 그 감각을 처음으로 꽤 분명하게 느꼈다.

눈에 보이는 근육만큼, 보이지 않는 삶의 근육도 붙은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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