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오랜 시간 내가 언제든 기대고 쉴 수 있는,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커다란 나무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각자 어른의 삶이 시작될 즈음부터 서서히 자연스럽게 소원해져서 연락이 끊어지게 된 것이 어느덧 20여 년이 지났다.
소식을 모르고 지내는 세월 동안에도 언제나 가슴 한편에 한 번씩 꺼내보는 추억과 그리움의 사람.
그랬던 그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믿을 수 없이 여전한 목소리에 서로 반갑고도 신기해하며 당장 약속을 잡아 만났다.
만나서 10시간도 넘게 대화를 했지만 시간이 모자라고 아직도 못한 얘기가 이만큼 쌓여있지만. 만나는 시간만큼은 다시 20대 시절로 회귀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서로의 기억을 맞춰보며 숱한 에피소드와 각자의 저장공간에 박제된 장면들을 떠올리며 시종일관 목소리 톤을 높여 깔깔거리고 수다를 떨어댔다.
세월이 이만큼 지났다는 것을 새삼 믿을 수 없고, 누군가 시간에 장난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훌쩍 시간이 가버렸음을 이야기하며 허탈해하기도 하고.
젊음으로 반짝이던 대학생 때나 졸업 즈음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다운되어 있던 때나 지나고 보니 문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추억은 서로의 기억에서 입 밖으로 꺼내질 때 빛나고 고통스러운 일들마저 미화된다. 우리는 그렇게 긴 시간 어릴 때의 일이나 서로 연락되지 않은 시간의 삶을 나눴다. 시간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던 느낌마저 들었다.
물리적인 타임머신은 없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던 한나절이었다.
우리는 종종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져 돌아섰다. 이제는
매번 만날 때마다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강렬한 기분은 느끼기 어렵겠지만 추억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서글픔은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고 뭔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사람이 주는 에너지가 참 크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