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를 대하는 다짐

by 여름호빵

지난 주말, 아빠 생신이라 친정에 다녀왔다.


아빠는 3년 전 뇌경색으로 스탠트 시술을 받았고, 작년 겨울에는 반대쪽 경동맥도 미리 시술을 했다. 사실 발병 전부터 술과 담배를 오래 하셨고, 그때도 이미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있었다. 뭐랄까, 아주 심하진 않지만 알코올 때문에 인지가 조금씩 흐려진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빠는 그 이후 조금 더 달라지는 것 같다. 말이 더 많아졌고, 그러면서 가끔은 더듬고 잠깐씩은 어눌해졌다. 대화를 하다 보면 논점을 비껴가기도 하고, 했던 말을 또 하기도 했다. 목소리는 전보다 더 커졌다.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도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요즘은 외출도 거의 안 하신다고 했다.


그래도 아빠는 당신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나 아직 문제없어. 이 정도는 심각한 거 아니야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엄마도 작년에 허리 다치며 연달아 시술을 두 번 하고 무릎 골절수술까지 하면서 아직도 몸이 많이 불편하다. 통증이 계속 남아 있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 엄마는 본인의 전 같지 않음 때문에도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더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인정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나도 안다. 누구나 늙는다는 걸, 피할 수 없다는 걸. 냉정하게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막상 눈앞에서 그 변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자꾸 무거워진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걸 어제는 더 분명하게 느꼈다.


그래서인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더 많이 움직이고 하고 싶은 건 더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걸 미루지 말고, 보고 싶은 걸 보고, 웃을 수 있을 때 더 웃어야겠다는 생각. 친구 말이 할 수 있을 때 기를 쓰고 놀아야 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 맞는 말 같다. 그래야 나중에 조금은 덜 아쉬울 것 같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남기는 자국이 쉬이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노년의 삶이라는 게 결국 아프고 쓸쓸한 모습이라면, 나는 그 전의 시간을 너무 아끼면서만 살고 싶지는 않다. 조금 더 쓰면서, 조금 더 누리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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