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공립 초등학교 등교 첫날
엄마와 아이와 함께한 캐나다 6개월 어학연수
비가 부슬부슬 온 날이었다. 한국과 달리 도시락을 싸서 보내야 한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아이에게 나의 정성을 마음껏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쌌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과한 도시락이었는데
#김밥, #그린빈 볶음, #소시지 파이, #손으로 뜯은 수제? 오렌지, #단풍 쿠기, # 망고주스까지 칸칸이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길 바라며 꽉꽉 채웠다.
정성껏 싸준 등교 첫날 2단 도시락첫날이어서 Office로 8시 30분까지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문을 열고 나가면 집 앞에 가로등에 항상 갈매기 한 마리가 앉아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렇게 갈매기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조용히 새소리를 들으며 학교로 발걸음을 향했다.
집 앞 가로등 위의 갈매기
학교 오피스 입구학교 Office에 도착해서 무거운 문을 연 뒤, 행정 직원으로 보이는 분께 인터내셔널 프로그램 학생이라고 하니 기다리라고 하였고, 잠시 후 Kimberley이라는 교육청 직원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매우 친절하고 또박또박한 말투로 천천히 말을 걸어 주는데, 순간 어찌나 고마운지 그동안 속사포처럼 나에게 얘기했던 캐나다인들만 만나다가 이런 분을 만나니 눈물이 날 정도였다.
Ms. Minchi라는 조금 독특한 이름의 담임 선생님 이름이 적힌 교실로 안내받았다. 겉에서 보기엔 작은 학교로 보였는데 그 안이 어찌나 미로처럼 크던지 1층으로만 구성되었다고 절대 작은 학교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보니 출입문이 많이 있었고, 학교 교실에 가까운 출입문 쪽에 줄 서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면 선생님이 문을 오픈해서 입장시켜 주는 방식이었다.
아이 교실 쪽 출입문
Ms. Minchi는 생각보다 젊고 발랄해보이며 짙은 갈색머리카락의 여선생님이셨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학생은 보이지 않았는데, Sienna라는 금발의 여학생이 처음으로 와서 수줍게 인사를 나누었다.
Kimberley가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아이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Kimberley는 아이가 수줍어서 말을 안하는것인지 영어를 못해서인지 나에게 물었다. 그동안 모든 것을 엄마 뒤에 따라다니면서 '엄마 뭐래?' 하고 물었었는데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안내문이 적힌 종이 두장을 건네받고, 이제 엄마는 나가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막상 교실 밖으로 나가려니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가라고 얘기를 해서 어쩔 수 없이 교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외계 행성에 아이만 남겨두고 온 것 같아서 아이의 뒤통수를 바라보면서 울컥했었다. 이제는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때 아이가 나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엄마 나 어떻게해?'라는 듯한 간절한 눈빛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집에 와서 나도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싸느라 벌여놓은 전쟁터를 수습하고 나니 벌써 recess 시간이 되었다. 캐나다에서는 아이들이 바깥의 공기를 마시며 뛰어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10시 15분이 되면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에 나오게 된다. 1층으로만 넓게 지어진 건물이 다 이유가 있었다.
너무 궁금한 나는 우산을 쓰고 다시 운동장으로 향하였다.
헬로벤에서 보니 아이 혼자 왕따처럼 운동장에서 혼자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집에 와서 서럽게 울었다는 글도 읽은 적이 있었고, 내 아이가 혼자서 덩그러니 있지는 않은지 가는 내내 온갖 상상을 하였다.
아이는 벤치에 두 여자아이와 함께 나란히 그리고 말없이 앉아서 비를 맞고 있었다. 다가가서 이 친구들은 누구냐고 하니 쉬는 시간에 자기한테 '네가 한국에서 왔다며?' 하면서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고 한다. 한 명은 우리처럼 어학연수를 온 일본인 아이였고, 한 명은 캐나다 인인데 아빠가 중국인이었다. 이렇게 이 날부터 한중일 삼총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혼자가 아닌 딸의 모습을 보고 어찌나 다행이고 안도감이 드는지 같이 있어준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눈이 온 날 학교 운동장에서 - 한중일 삼총사